강미옥의 시와 사진 이야기

사진은 詩를 쓰고 詩는 사진을 찍고

강미옥 사진시집『 바람의 무늬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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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1. 8.

 

 

잔 가지가 아프도록
바람이 불었다

 

꽃이 피어나고
기억의 그늘이 있던 자리
또다시 새로운 씨눈이 돋아났다

 

가지마다 눈부신 시간의
흔적들이 내려앉았다

 

투명한 유리알에
새로운 파장으로 색을 입혀
꿰어 놓는다

 

 

마. 침. 표는
또 하나의 시작이 된다

 

 

 

 

 

 

사진은 대상과의 인연이자 교감이다.

시는 번쩍 떠오르는 영감을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영상미학과 삶의 철학을 겸비한

강미옥 시인은 프로페셔널 아티스트이다.

어느 시인이 찍은 사진보다,

어느 사진작가가 쓴 문장보다 절묘하다.

 

그 이유는 억지로 둘을 묶지 않고

즉시 현장에서 느끼고 담았기 때문이다.

 

회화(그림)는 작가의 상상력이나 추상이 개입되고,

난해한 현대시는 독자들과 공감을 나누기엔 어려움이 많다.

 

바람의 무늬사진시집은

이미지와 시가 한 몸이 되어 바로 가슴에 와 닿는다.

 

그의 사진시에서는

생성과 소멸, 자연과의 소통, 생과 사가 있다.

넋두리가 아니라 신선한 깨달음이 있다.

 

휴대폰으로 눈앞의 안부를 담고

그리운 사람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2020 시대의 사람들에게 이 책은

격이 높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출판사 서평]

 

 

 

강미옥은 부산 출생으로 사진가이자 시인이다.

 

디카시집 『기억의 그늘 』(2017, 눈빛)을 출간하였고
사진을 통하여 개인전 <향수> (2018),
<통도사, 솔숲 사이로 바람을 만나다> (2019) 가졌다.

 

현재 경남 양산의 청조 갤러리 관장이며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  한겨레신문 사진마을 작가
삽량문학회 편집장, 양산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양산신문에 사진시, 디카시를 연재중이다

 

 



 

 

나의 가을

 

눈이 오는 게 아니다
꽃이 날리는 게 아니다
잎이 떨어지는구나

 

떨어짐이 이렇게
아름다운 날도 있다니

 

 

 

 

 

만가

 

오고 감, 한순간의 몸짓인가
구름 타고 바람에 흘러

 

모였다
흩어졌다

 

끝나지 않은 말들
한 나절을 울고

 

 

 

 

 

 

모래여인

 

언덕 위에
한 여인을 그리고 나면
어디선가 바이올린 선율이 흐른다

 

바닷바람 사이로
잎이 돋아나고 꽃이 피어나고

 



 

 

벚꽃의 기억


지금 달려오는 봄은
베토벤 운명 교향곡 5번이다
레일을 타고 당당하게 돌진해 온다

 

거부할 수 없는 봄
내 사랑이 그랬다

 

 

 

 

 

잉태

 

하늘에서 눈이 되어 내려오고
둥글게 준비한 땅이 만났네

 

 

순결한 탄생은
고요하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

 

.

.

 

 

 

강미옥 시인은

사진의 언어와 문자의 언어로 시를 ‘찍고’ ‘쓴다.’

그 사이에 팽팽한 경계가 만들어져 있다.

 

그것이 강 시인의 ‘사진시’다.

이 시집의 표제인 ‘바람의 무늬’만 봐도

카메라의 포충망으로 포획한 바람이 지나가며

 남긴 무늬를 낚아채고,

그 무늬 사이사이 빛과 어둠의 얼굴을 보여준다.

 

그래서 강 시인은 요즘 유행하는

‘디카시’와 변별되는 무거움이 있다

 

 

사진만 봐도 그 깊이를 알 수 있고,

시만 읽어도 그 넓이가 충분한데,

그 둘의 ‘콜라보’에서 강미옥 시인의 사진시는

무릎을 탁! 치는 절창을 만드는 것이다.

 

[정일근 / 시인, 경남대 석좌교수]

 

 

 

 

바람의 무늬

 

그에게도

빛이 있고

어둠이 있고

얼굴이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