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옥의 시와 사진 이야기

사진은 詩를 쓰고 詩는 사진을 찍고

13 2021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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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 멸치털이 (8점)

어부들의 타령에 구성진 하늘이 박자를 맞추면 멸치에겐 허공도 축복이다 갈매기는 먹잇감 쫓아 분주하고 흥얼거리는 노랫말로 어부는 노동을 잊는다 그물은 언제나 아버지의 무게로 휘청거리지만 만선의 닻이 항구에 머물면 바닷가는 온통 은빛 비늘이다 어둠과 빛이 뒤섞여 혼신의 힘으로 지켜온 공간 얼어붙은 바다에 몸이 묶일 때 즐거운 어부들의 비명 들리고 예고 없이 하늘 열리는 소리에 무심한 별들만 쏟아져 내렸지 하늘은 눈망울조차 청명했다 우리는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소주 한 잔으로 달아오른 마음들에게 연탄불에서 이리저리 뒤척였지 그럭저럭 몸은 다 풀어져 흔적도 없이 흐르다가 낯선 바다에서 잠이 들겠지

06 2020년 03월

06

카테고리 없음 [사진시] 멸치털이 - 리진호

리진호님의 시에 나의 사진이 떠오르다 사진시는 시와 사진이 별개의 작업으로 이루어져 콜라보를 이루기도 한다 멸치털이 - 리진호 푸른빛은 서럽고 태양은 더 이상 찬란하지 않다 그물이 건져 올린 것은 멸치만이 아니다 심장에 작약을 품고 솟구치는 눈부신 생의 뇌관들 바동거리며 날아올라 보지만 머리가 잘리고 내장이 터진 뒤에야 자유다 생과 사의 팽팽한 후리질, 아귀 같은 힘으로 멸치들이 그물을 튕겨오를 때마다 비늘을 뒤집어쓴 노동자가 대왕멸치처럼 그물에 걸린다 그물을 쥐고 밭다리를 후리며 어야디야 하나 둘* 그물을 잡고 들어 메치며 어야디야 하나 둘 *멸치털이 할 때 어부들이 부르는 노래

01 2020년 01월

01

카테고리 없음 디카시집 『 기억의 그늘 』 - 2쇄 출간

봄의 소생법 가벼우면 서고 무거워지면 힘이 난다 비우면 멈추고 채워지면 돌아간다 누군가 내 등 뒤에 자꾸만 새로운 시간을 쏟아붓는다 멸치 털이 떼 지어 유영하다 그물에 갇히는 순간 물빛 하늘빛 몸부림은 깊이 잠들고 말았지 항구는 온통 은빛 비늘이다 밤에 피어나다 얼마나 많은 굴곡을 헤맸을까 얼마나 많은 메마름을 견뎠을까 별빛 쏟아지고 황금달이 떠오르면 또 다른 역사가 피어 오른다 시공에 갇히다 시간을 따라온 길은 때로는 비워가는 것 하나하나 빛살처럼 사라진다 걸어 온 길은 점점 멀어져가고 깊은 골도 투명해진다 전부를 보여줄 수 없다는 면에서 또한 리듬을 타야한다는 점에서 사진은 시에 가깝다. 주어와 서술어를 몽땅 다 넣고 나면 사진이라 할 수 없다. 행간을 읽을 수 있어야 사진이다. 정서적으로 호소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