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양식

돈키하나 2011. 12. 9. 14:18

한 갑부의 아들이 있습니다.

그는 부모와 함께 차에 올라 호텔 디너를 위해 이동합니다.

차 창 밖에, 국악 악기상이 보입니다.

쇼윈도를 장식하고 있는 가야금이, 정말 좋아보입니다.

나이도 제법 많지만, 여전히 마마보이입니다.

부모를 졸라, 그 곳에 들어갑니다.

그 가야금은 가야금 명장이 만든 작품입니다.

가격은 3000만원.

흥정 없이, 삽니다.

그리곤 그 가야금을, 곧장 자신의 집 지하 창고에 넣어두고,

두번 다시 찾지 않습니다.

그 걸 산 이유를 물어보았습니다.

' 재밌어서. '

전, 부자들을 논할 주제는 되지 않습니다.

가난뱅이 예술가니까요.

그러나, 직업의 특성상, 그런 분들과의 교류를 많이 하게 됩니다.

가만히 있어도,

그분들이 절 부릅니다.

이유는, 한가지입니다.

' 재밌을 것 같아서. '

전 가지 않습니다.

가난한 자의 자존심이나 오기, 그런 것도 아닙니다.

그들은 제게, 정말 ' 재미없는 사람 ' 들이기 때문입니다.

' 절실 ' 과 ' 재미 '

이것이 제가 보는, 진짜 부자라 부를 수 있는 분들의 분기점입니다.

수백억을 갖고 있으면서도, 돈 버는 것이 절실하다면,

그는 부자가 아닙니다.

또 수천만원을 갖고 있을 뿐인데도,

' 재미 ' 를 찾는다면, 제 관점으론, 그는 부자입니다.

그런데, 그 ' 재미 ' 라는 삶의 태도가,

삶이 준비한 마지막 꿀물임을, 대부분의 속된 부자들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모기업 회장은, 선물옵션으로 4천억을 잃으셨다 들었습니다.

그 배팅이 ' 절실 ' 인지 ' 재미 ' 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돈이면,

이곳에서 진정으로 절실한, 생존을 위해 사시는 분들,

족히 1만명은 구할 수 있는 돈입니다.

그래서 부자들을 향해,

성경은 경고하나 봅니다.

'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 보다 어렵다. 부자들이 천국에 들어간다는 것은. '

그런데, 이보다 더 집요한 표현이 있습니다.

마키아벨리는 이들을 두고 말한 것 같습니다.

' 삶에 있어서 가장 두려운 것은, 가난도 병고도 실연도 아닌,

생의 권태다. '

네.

재미 다음엔 권태입니다.

부동산 호황 시절에, 모든 것을 걸어 부자가 된 제가 아는 어떤 동생은,

저를 불러 한탄합니다.

' 형, 1년 12달 여자들과 놀고 또 노는데, 왜 이렇게 불안하지?

나, 이제 정신병원에 들어가야 할까봐. '

농담이 아닙니다.

그는 이미, 재미에 내성이 생겨, 권태의 극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분들은 이곳 주식판에서,

부자가 되려는 것이 목표일 것입니다.

하지만 부자는,

인생의 마지막 끝자락에 서있는 것, 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부자들은,

그 어마어마한 단위의 재산에도 불구하고,

늘 불안해하고, 초조해하고, 남을 믿지 못하며, 고통스러워 합니다.

' 징기스칸 ' 의 전기에 그 해답이 있습니다.

징기스칸이 죽는 순간, 그는 이렇게 말을 합니다.

물론 작가의 페르소나입니다만, 설득력이 있습니다.

' 내가 차지한 이 광대한 땅, 셀수 없이 많은 말과 여인과 금은 보화.

내 자식들은, 이것이 대체 그 누구의 노력이었으며, 그 누구의 피땀이었는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흐드러지겠지. '

부자들 고통의 시발점이며, 요체입니다.

네.

우리 모두가 부자가 될 수 있다면,

그건 참 근사한 일일겁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인생에 대한 ' 참 재미 ', ' 참 가치' 를 찾는 것도,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일 수 있겠습니다.

마르지 않는, 재미의 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