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랴의 오늘 그리고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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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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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리고(사진집)

2020. 10. 23.

지난 주말부터 5박 6일을 병원에 입원했던 남편.

 

지난 주 화요일에 설악산 산행 후 몸살기가 있더니

금요일에는 아주 앓아누웠었다.

동네 병원에 가도 코로나와 증상이 비슷하다며 진료거부.

 

그동안 가던 병원에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다른 병원을 가보라했더니

그곳에서 거부를 당한 것이다.

 

할수 없이 약국에서 몸살 약을 사먹었는데도 낫질 않아 다음날 토요일

다니던 병원에 가서 몸살에다가 원래 가지고 있던 궤양성 대장염이

악화된 것 같다고 하니 그 때서야 수액주사를 놔주고 약을 처방해주더란다.

빨리 큰 병원 응급실에 가보라면서.

 

결국 성빈센트병원 응급실행.

열은 38도까지 오르고 배도 아프다고 하고

입원을 해야할 것 같은데 코로나 검사 하기전에는 병실에 갈 수 없단다.

 

오후 2시에 병원에 도착해서

오후 7시 코로나검사 접수 밤 11시 음성결과 나오고

한참을 기다려 밤 2시에 병실로 갔다.

꼬박 12시간을 응급실에 있으려니 아픈 남편도 힘들지만

응급실엔 보호자가 꼭 있어야한다니 나도 어디를 갈수가 없었다.

불편한 의자에서 12시간을 버텨낸 내가 대견하기도 했다.

 

 

이틀 뒤 월요일에 담당 교수님 만나고 내시경 하고 나서

스테로이드 처방을 받으니 상태가 급속하게 좋아졌다.

혈변이 일단 멈췄고 수도 없이 들락거리던 화장실도

그 횟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상태가 좋아지니 교수님이 일단 퇴원하고 알약으로 스테로이드를 먹고

외래에서 경과를 지켜보자고 하신다.

 

남편이 가지고 있는 궤양성 대장염은 완치의 개념이 아니라

상태가 호전됐다가 나빠졌다를 반복하는 것이라 잘 관리해야 하는데

요즘 밤에 혼술하며 마시는 양주가 너무 맛있다며 그 양을 늘리고

일도 부러 의욕적으로 하고 있었던데다가

최근 나와의 신경전도 만만치 않아서 여러모로 피곤했던 모양이다.

 

남편은 다시 술,커피,자극적인 음식을 끊고 나도 남편의 건강을 생각해서

우리 아이들이 말하는 '화이팅'을 줄이기로.

 

남편과 내가 이번 입원을 통해 공통적으로 느낀 것 한 가지.

병실이 5인실이라 연로하신 할아버지분들이 앞 옆 침상에 계셨는데

가족들은 바빠서 간병할 수 없고 전문 간병인들이 돌봐주고 있었다.

 

아무리 전문이라고 하지만 타인에게 내 몸을 맡기고 그저 그 사람들이

하는 대로 맡길 수 밖에 없는 민망함과 부끄러움과 수치스러움이

침상 커튼 너머로 전해지는듯 했다.

서로 오가는 고성 끝에 포기하고 순응하면 평화가 찾아오는.

간병인이 승리자가 되어 온 병실을 호령하는.

 

듣기에도 불편하고 거북한 이 상황을 좀 더 상태 좋은 침상쪽에서

참아내고 견디어 내야 한다.

워낙 간병인들이 가족보호자들보다 많다보니 생기는 현상인지

코로나 때문에 생긴 현상인지...  

 

오래 살려면 건강하자고. 누구에게도 도움받지 않고 스스로 지켜낼 수있게.

그렇지만 미래를 어찌 예측할 수 있고 장담할 수 있을까.

씁쓸했던 인생의 한 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