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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덕수궁- 시대의 운명을 안고 제국의 중심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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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글/책을 읽다

2014. 2. 10.

 

내 30대는 아이들 낳고 키우느라 훌쩍 다 가버렸고

40대 초반은 이것저것 일 하느라 마냥 세월이 갔다.

나이를 먹다보니 세상 일에 별로 궁금한 것도 없고

꼭 알아야 할 것도 없어져 버렸다.

이것이 그 동안 책을 멀리 했던 이유 아닌 핑계이다.

 

갑자기 일의 패턴이 바뀌면서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시간을 보내야만 하는데

여러 가지 방법 중에서 책 읽기가 가장 훌륭하다.

  

도서관에서 쭈욱 훑어가며 책을 골라내는 것도

쇼핑 이상의 재미가 있다.

이 번 주에는 관심 분야들의 책을 아홉 권 빌렸다.

원래는 다섯 권을 빌릴 수 있지만 우리집은

다둥이가족이라 일인당 열 권까지 가능하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지난 여름 덕수궁에 아이들을 데리고

다녀왔지만

덕수궁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어서

봐도 본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저자가 건축가라서 덕수궁의 역사나 건축물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돕는 해설서가 아닐까

싶었는데 오히려 사학자의 관점에서 쓴 책이라 여겨질 정도이다.

(아마도 내게는 건축은 건축

역사는 역사라는 편견이 깊이 박혀 있나보다.)

이 책은 덕수궁보다 덕수궁을 정전으로 삼아

대한제국 혹은 대한민국의 꿈을 펼치고자

했던 고종황제에게 중점을 두고 있다.

우리가 무능한 왕이라고 생각해왔던 고종에 대한

덕수궁을 통한 성찰이다.

 

고종은 알려진 바와는 달리

 독립협회를 지원하고 독립문을 짓는데 거금을 냈으며

열강의 침략 속에서도 이름은 제국이었지만

대한민국으로 근대화하려 노력하였고

외교를 통해 주권을 지키려 헤이그에 밀사를 파견했음을

밝히고 있다.

또한 덕수궁은 고종의 이러한 계획의 하나였음을

하나하나 증명한 책이다.

 

말랑말랑하지 않고 딱딱한 내용의 책이지만 빠져들 수 있었던 것은

그 동안 덕수궁에 대해 몰랐던 것의 발견 때문이다.

서울시청사 앞 광장이 덕수궁의 영역이었다는데

새로이 길을 내면서 지금처럼 잘려나간 것이고,

궁궐터가 좁아서 남쪽, 정동쪽으로 다리를 연결해서 궁을 넓혔고

지금도 다리의 흔적을 볼 수 있단다.

금천교가 다른 궁궐과는 달리 문과의 거리가 짧은지

중화전 앞 박석중에 왜 구멍 뚫린 것이 있는지

그 동안 덕수궁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었던 사람들은

읽어보면 매우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독립문을 세우면서 철거했다던 영은문의 당시 모습은

독립문 공원에 남아 있는 큰 돌 두 개가 무슨 문이 되나 싶었던

오랫동안 묵혀 왔던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어 좋았다.

 

우리가 우리 역사에 대한 자부심이 클수록 문화유산에 대한

애정도 강해질 것이고

문화유산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알게 되면 자부심 또한

커질 것이다.

앞으로도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많은 책들이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