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재님의 뜨락

동사모 2009. 11. 19. 17:44

 

정신을 헹구어 줄 귀하디귀한 글귀들을 모아서 머리맡에 두었다.

의관을 풀고 누운 잠자리에서도 자신을 경계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던 조선의 선비정신을

육골(六骨) 베갯모를 통해 읽는다.

남성들의 공간에 주로 사용되었던 문자를 수놓은 육골베갯모에는 금과옥조(金科玉條)와 같은

경구나 길상(吉祥)의 언어들을 수놓았다.

 

예로부터 문자의 힘을 믿어왔던 동양의 전통은 종기가 났을 때에도 호랑이 호(虎)자를 써서

얼굴에 붙여 두거나 문자도(文字圖)로 그려서 곁에 두고 보았다.

특히 서책을 그린 그림만으로도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는 신성한 힘이 있다고 믿어 왔다.

민화의 책가도와 같은 그림은 서책을 숭상하는 모습을 극단적으로 드러낸다.

그래서 책읽기를 좋아한 조선의 왕들은 책가도를 화원(畵員)의 중요한 시험과목으로 삼았다.

 

사진의 육골 베갯모에는 행초를 함께 사용하여 붉은 바닥에 감색으로 속심을 넣어 각각의 면에

"충위백세지절(忠爲百世之節), 효시만행지원(孝是萬行之源)이라 새겼다.

충성은 백세토록 지켜야 할 절개이고 효는 만행의 근본인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지만

자신을 끊임없이 경계했던 선비의 수신(修身)의 정신이 오히려 그립다.

 

하지만 조선의 왕에게도 이 수신(修身)은 쉽지 않았나보다.

고종 1년의 국역승정원 일기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있다.

"...항간의 하찮은 선비들도 이 숙흥야매잠(夙興夜寐箴)을 베개, 안석, 병풍 등에 써서

늘 눈으로 보고 종신토록 암송하기도 합니다. 우리 전하께서도 이 진씨의 잠(箴)을 가지고

항상 거울로 삼고 마음에 새기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왕에게 간한 이 간곡한 한마디가 가슴을 울리는 새벽, 맑은 기운과 같은 한마디의 경구를 고르며

조선의 선비를 그리워한다.

 

 

                                                             문자문(文字紋)육골베갯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