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재님의 뜨락

동사모 2010. 6. 10. 16:01

톡! 동백섬의 길섶에서 꽃 떨어지는 소릴 듣는다.

진녹색의 잎 사이로 점점이 붉은 점 뿌린 듯 핀 동백꽃.

바다의 비릿한 내음조차 차디 찬 겨울공기에 박하향처럼 얼어붙었건만

 동백의 붉은 마음은 어쩌자고 저리도 붉게 피어올랐을까.

아직 그 붉은 꽃잎 견딜 한줄기 빛조차 여리기만 한데.....

문득 “동백 아가씨”의 노래 한 소절이 떠오른다. “......그리움에 지쳐서 꽃잎은 빨갛게 멍이 들었소.”

저리도 붉은 색들을 그리움으로 멍이든 색이라고 노래하다니.....

.그리움은 수평선의 안개 같은 것 인줄만 알았다.

문득 눈가에 습기 맺히는 그런 아련함이 아니라 그토록 붉고 선연한 것이 그리움 이었다. 

겹겹이 쌓인 꽃봉오리 터지는 시간 알 수 없듯이 사랑이 오는 시간 알 수 없지만

꽃 지는 모습 이렇듯 선연 한 것 은 아직도 다하지 못한 사랑,

그 붉은 마음 그대로 간직한 채이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꽃잎이 떨어 지는 게 아니라 꽃! 떨어지는 동백꽃.

옛 여인들은 멀리 길 떠난 임을 기다리며 회문(回文)을 수놓았다.

어떻게 읽어도 같은 글귀가 되는 시를 수놓아 임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눈빛으로도 임에게 갈수가 없고, 비단결 같은 목소리조차 들려 줄 수 없을 때,

사무치는 마음 그 진심을 전할 수 없을 때, 임에게로 가는 단 하나의 길을 수(繡)로 내었다.

동백섬을 건너는 다리위에 동백꽃을 가슴에 모아 쥔 석상처럼 하염없이 기다리는 일 밖에 할 수 없을 때,

옛 여인들은 동짓날 길어진 해에 자수의 일선(一線) 더하여 좁은 바늘귀에 비단실을 꿰어 비단길을 낸다.

오색의 비단길을 수놓아 임에게로 갈수 있다면 베갯모 한 자락에 붉은 동백꽃 피우고 또 피우리라,

그 꽃향기 바람에 실려 임에게 소식 전해줄 것을 믿으며......

단 하루를 만나기 위해 일 년 내내 베틀에서 베를 짜는 직녀처럼,

동백꽃 붉은 꽃잎을 밤새 수놓는다. 임에게로 가는 단 하나의 길을 내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