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재님의 뜨락

동사모 2010. 6. 10. 16:24

꽃이었다.

벚꽃, 도화꽃들이 다투어 피어 어제 까지 오르내리던 통도사 암자의 오솔길이

 꿈길처럼 아득한 것은 꽃 때문이었다.

 맑은 물소리도 더욱 빨라져 춘면가(春眠曲)를 부르는 아리따운 여인에게 홀리듯 발걸음은 땅을 잊었다.

 민화에서도, 베겟모에서도 가장 많이 나타나는 것이 꽃이다.

9세기 중엽 주경현의 당조명화록에 등장하여 금수 전반을 가리키는 의미로 쓰여진 화조화(花鳥畵)는

 특히 신혼의 안방을 장식하는 중요한 소재였다.

화조화 병풍이 둘러쳐지면 그 공간은 금방 꽃이 피고 새가 노니는 따뜻하고 환상적인 공간으로 바뀐다.

오른쪽부터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순으로 배열되어 있는 한 틀의 병풍을 둘러쳐두면,

밖에는 흰 눈 가득 쌓인 한겨울인데도 방안에서는 철철이 피는 꽃들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병풍의 첫 첩에는 주로 송학도(松鶴圖)를 두었다. 오복가운데서도 장수가 으뜸이라

장수를 상징하는 송학도를 제일먼저 둔 것이다.

그리고 봄을 알리는 매화가지에 한 쌍의 다정한 소쩍새를 마주보게 그려 넣었고,

부귀를 상징하는 모란첩은 빠지지 않았다. 석류는 꽃보다 열매를 충실히 그려 다자(多子)를 기원하였고,

그 뒤로 노안도(蘆岸圖)는 가을의 정취와 더불어 노년의 평안을 기원한다.

오동나무아래 봉황은 주로 화조 병풍의 말미를 장식하며, 한 쌍의 봉황처럼 일평생 걱정 없고

고귀하게 살기를 바라는 뜻을 담았다.

이처럼 꽃과 새를 중심으로 한 화조화는 파르르 금방이라도 사라져 버릴 것 같은

찰라의 풍경을 열어 보여준다. 그러나 그 순간은 ‘영원’을 꿈꾼다.

꽃은 ‘역동성’과 ‘한순간’을 보여주지만 그것은 살아 있음(生)을 보여주는

가장 아름다운 표상이다.

베갯모의 한 모서리에는 일심(一心)이라고 썼고, 반대쪽에는 백년(百年)이라고 수놓았다.

한철 지고 마는 봄꽃 위에 한마음으로 백년해로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한 땀 한 땀 푸른 물결을 이루었다.

맑은 개울물위로 복숭아꽃 한 잎 따라 흐르는 봄이었다.

 

 도화문 배갯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