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재님의 뜨락

동사모 2010. 12. 16. 03:34

미래의 학교는 거대한 놀이터가 될지도 모른다.

수업의 모든 콘텐츠들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고 학생들은 각자의 컴퓨터 앞에서 게임하듯이 진행된다.

강의실도 책상과 의자에 전자칠판이 존재하는 정도를 떠나 3D입체영상시설을 갖추고 아이폰으로 모든 내용을

 정리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멀지 않았다.

 

 

전통적인 수업 풍경은 옆구리에 출석부와 노트를 챙겨 들고, 파란색의 칠판에 하얀 분필가루를 날리며

강의 제목과 중요한 내용들을 또각 또각 써나가는 모습으로 기억된다.

 학생들도 노트는 필수적인 것이어서 열심히 기록한다.

 

 

그러나 지금은 강의를 위한 기록의 모든 것은 USB나 CD 한장이면 족하다.

 학생들은 전자칠판에 비추어진 영상물을 그저 영화를 보듯 앉아 있다.

 강의 요점을 잘 정리하여, 기억하기에 용이하게 편집된 '코넬식 노트 기록법도 아무 소용이 없다.

코넬식 노트기록은 아니더라도 중요한 요점은 기록해야 하지 않겠냐는 간곡한 부탁에 겨우 이렇게 말한다.

 "핸드폰에 메모해 두었어요." 그나마 고마운 대답이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어서 기억의 이론을 말해준다.

 

"쓰는 일은 오래 기억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지. 손으로 쓰는 것만큼 기억이 오래가는 건 없어.

그건 체험적인 기억이어서 지식의 자기화에도 도움이 되고, 5번은 반복해야 장기기억의 창고에 저장이 되거든.

그러니까 한번 듣고, 한번은 적고, 적어둔 것 한번 눈으로 읽고, 그러면 벌써 세번이나 복습한 게 되지 않겠니?"

 

 

하지만 학생들의 눈빛은 냉정하다.

"돌아서면 새로운 지식이 쏟아지는데 제가 무엇을 기억해야 하겠어요?"

 

 

모든 지식과 정보들이 클릭 한번으로 쏟아지는데 굳이 기록하는 것조차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정보의 홍수에 정체성을 잃어버린 무기력함이 존재한다.

수업의 현장은 이렇게 아날로그식 학습법 시대를 살아온 스승과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학생들간의 소리 없는 갈등의 공간이 된다.

 

 

해법은 없을까? 함께 잘 놀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길 뿐이다.

 

이경숙 (동재민화연구소장) 2010.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