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재님의 뜨락

동사모 2010. 12. 16. 03:40

도시는 거리를 가지고 있다.

그 거리의 모퉁이를 돌다보면 문득 작은 공원들을 만난다.

좁은 주택가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어린이 놀이터를 볼 때면, 머릿속은 반짝 반딧불이 켜진다.

오후의 그늘 아래 놀이터에 가득할 어린이들의 웃음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공원은 그 도시의 쉼표이다.

 여행지에서 만난 공원은 더욱 그런 느낌을 강하게 준다. 새로운 도시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지만,

곧 지치고 만 여행자에게 공원은 어머니의 품과 같은 존재이다.

 

뉴욕의 도심공원 센트럴 파크에서 만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동상은

잠시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면서 낯선 도시의 하루를 따뜻하고 친근하게 만들어 주었다.

갑자기 첨단의 거대한 도시가 사람의 거리로 다가오는 순간이다.

자연을 통한 휴식과 명상, 책을 읽거나 무선 인터넷으로 노트북을 쓸 수 있는 리딩존(Leading Zone),

강아지들을 맘껏 풀어 놓을 수 있는 독존(Dog Zone)에 이르기까지 도심공원은 다양한 모습으로

그 사회의 취향과 생활문화의 한단면을 보여준다.

 

비슷한 시설의 도심공원으로의 변신은 어려운 일일까?

아들이 공원에서 친구들과 거대한 윷을 들고 뛰는 모습, 늦은 시간에도 불 켜진 나무 아래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낭만을 추억으로 간직하기에는 우린 너무 멀리 있는 걸까?

 

또 이런 상상을 해본다.

어린이들이 여럿 모여서 손바닥을 눌러야만 돌아가면서 음악을 들려주는 거대한 팽이공원이 있는 것은 어떨까?

오색으로 칠해진 거대한 팽이의 주변에서 흥겹게 팽이를 돌리는 아들과 딸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꿈꾸는 건 몽상일까?

 

전통놀이의 하나인 윷놀이에 대해 미국인 컬린이 1895년에 쓴 '한국의 놀이'에서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놀이는 윷놀이"라고 기술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윷놀이는 삼국시대에서부터 조선 말기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놀이문화의 중심에 있었다.

활기찬 전통놀이문화가 새롭게 현대의 생활공간에 들어오고,

그윽한 동양의 문화적 정취가 느껴지는, 도심공원이 문화복지의 꽃이 되는 미래의 시간을 그려본다.

 

이경숙(동재민화연구소장) 2010-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