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재님의 뜨락

동사모 2010. 12. 16. 04:01

가을엔 전시와 공연, 그리고 다양한 문화행사로 풍요롭다.

특히 관심이 있는 문화행사가 있을 때에는 은행잎이 부챗살 끝자락부터 노랗게 물들듯이

마음은 속살부터 설렌다.

이번 가을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하는

'고려불화대전 - 700년 만의 해후' 특별전이 마음을 들뜨게 한다.

 

논문을 쓰기 위해 불화를 공부하던 시절,

복잡하고 화려하게만 보이던 불화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수도 없이 도록을 넘기던 순간이었다.

연구의 결과도 없이 답답하던 시간, 문득 수월관음도의 아름다운 자태 앞에서 전율을 느꼈다.

이전에도 보아왔던 고려불화의 한 페이지 앞에서,

 갑자기 전율을 느꼈던 경이로움을 잊을 수가 없다.

어느 한순간 그림이 영혼을 흔드는 강렬한 느낌이었다.

수도 없이 만나는 작품 앞에서 또 그런 순간이 오기를 기다렸지만

그런 순간은 다시 오지 않았다.

 

뭉클하고 뜨거운 감동 앞에서 수월관음의 화집을 수도 없이 쓰다듬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전시를 보러갈 계획에 마음은 숙연하기까지 하다.

 

 

이번 전시회에는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고려불화가 61점이나 온다니 더욱 놀랍다.

현재 남아있는 고려불화는 160여점. 그 중 일본에 130여점, 미국과 유럽에 20여점이 흩어져 있다.

 

 

국내의 고려불화는 2005년에 일본에서 구입하여 보물 제1426호 지정된 수월관음도를 비롯하여

10여점밖에 되지 않는다.

 

단 한 점을 빌려 오더라도 유물의 섭외과정과 운반과 설치가 까다로운데,

 이 작품들이 한꺼번에 온다는 것에 관계자들의 노고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G20 정상회의에 때맞추어 열려 우리문화의 정수를 보여 줄 수 있어 더욱 그 의미가 깊게 느껴진다.

 

 

고려불화 중에 특히 관음보살의 별칭인 수월관음의 아름다움은 그 이름만큼 신비롭기만 하다.

인도의 성지인 보타락가산의 신비로운 바위산을 배경으로 달빛을 받은 관음보살의 발 아래,

한 송이 푸른 연꽃이 떠있다.

그 푸른 연꽃 봉오리의 가느다란 세선 사이에 갇힌 채 다시 탄생하기를 간구하는

사람의 모습을 실제로 볼 수 있을지,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누기가 어렵다.

 

 

이경숙 (동재민화연구소장) 2010-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