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g cup collection/심장을 뛰게하는 여행

미소 2012. 2. 1. 15:36

하얀 파묵칼레(Pamukkale)

 

꼬박 9시간을 달렸다. 정속 운행을 고집하는 관광버스. 놀라움으로 보상받지 못한다면 서운할 거리였다. 온통 밀밭은 다시 또 배경을 채운다. 지나다가 잠시 쉬면 빨간 체리밭 또 잠시 쉬면 하얀 양귀비밭. 가다가 들른 어느 휴게소에선 요구르트에 꿀을 넣고 볶은 양귀비 씨를 뿌려주는 신선한 간식이 있어서 다행인 긴 이동.

목화의 성파묵칼레는 스키장. 그 위에 있는 히에라폴리스(Hiera police)와 함께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생성과 파괴라는 운명. 그런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상처를 남겨진 도시. 로마인들의 온천 휴양지는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먼 길 왔으니 아까와서라도 발을 걷어 부치고 미지근한 온천수 흐르는 성을 밟아 보았다. 생각보다는 부드러운 석회 침전밭은 놀라운 신기가 아니라성스런 침묵이었다. 다시 말해서 정지 속에 움틀거리는 미묘한 작용과 파괴가 반복되는 침전 과정이었다. 그 과정들이 성숙되기 전에는 아이처럼 부드럽게 다가왔다. 간지러운 질감으로 달라 붙었다. 내려앉는 시간이 필요한 증거의 땅, 하얀 파묵칼레.

역시 그 밑에도 백그라운드가 되는 넓은 평야가 있었다. 이런 풍요로운 인간의 도시, 인간의 역사도 자연의 뒤틀림에는 저항하지 못하고 무너져 버려야만 하는 한계. 공중 목욕탕이 앙상하게 남아있었던 자리는 허공과 바람으로 채워지고. 억겁의 하얀 쌓임을 맨발로 밟아보는 느낌뒤엔 무거운 침묵이 앉아 있었다. 사도 빌립이 전도하다 순교한 곳이라서 더욱 그랬는지 몰라도 하얀 그곳엔 또 다른 세상을 소리 없이 만들고 있는 하얀 침묵이 경건하게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