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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lpoto 2008. 10. 10. 23:04

마포아트센터 잉거마리 공연을 다녀와서..

 

 

 

 

- 내 생애 최악의 공연_정글에서 빠져 나오다.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마포아트센터로 걸어가는 내내 날씨는 을씨년스러운 게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건물 앞에 도착하자 여자친구가 입을 열었다. "어 오빠 나 여기 알어"

"어떻게 알어?" 내 상투적인 대답에 여자친구의 대답은 너무나 명쾌했다.

"여기서 공연 두번 봤는데 둘다 그지 같았어" 아 이 얼마나 직설적인 표현인가?

 

불길한 기운을 감지하고도 꿋꿋하게 공연표를 받기위해 줄을 섰다.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보고 안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공연 표를 받고 15분전에 입장. 어수선한 대기실과 달리 공연장은 텅 비어있었다. 공연시간임박을 알리는 안내 방송과 함께 사람들이 밀려들어오기 시작한다. 공연시작 1분을 남기고도 어수선하다. 결국 그 어수선함이 다 가라앉기도 전에 공연은 시작되었다. 내가 공연장에 온 건지 중학생이 되여 조회하러 운동장에 모인 건지 헷갈린다. 아 불길하다 불길해..

어수선함 때문일까, 어린아이 손에서 물이 빠져나가듯 소리가 여기저기로 흩어져 나간다. A구역 93번 언니는 핸드폰을 열었다 닫었다를 반복하며 핸드폰 불빛을 이용하여 어디론가 구조신호를 보낸다. 스텝으로 보이는 카메라를 든 아저씨는 가수가 읊조릴 때나 색소폰이 솔로로 연주 할 때마다 나타나서 찰칵 찰칵..셔터소리를 낸다. 카메라에 방음장치도 안하고 공연장에 들어온 건가? 라는 생각을 잠시 할 때 디지털 카메라 엘씨디를 켜고 끄고를 반복하면서 A93번 언니와 신호를 주고 받는다.

공연 시작되고 30분이 지났지만 관람객은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다. 그사이 A93번 언니는 화장실을 한번 다녀와서 핸드폰으로 신호를 보내더니 이제 핸드폰 불빛을 이용해서 프로그램 책자를 읽는다. 카메라 아저씨는 또 다시 나타나 A93번 언니에게 사랑의 신호를 보내준다. 찰칵 소리에 맞춰서...엘씨디는 계속해서 깜빡거린다.

인내력의 한계를 느낄 때..
A93번 언니가 화장실을 가겠다면 길을 터줄 것을 요구한다.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무대에선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있으니 참았다. 노래가 끝날 때에 맞춰서 다른 자리로 도망갔다. 공연 중에 자리를 옮긴 건 태여 나서 처음 해보는 모험이었다.

자리를 옮기자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던 음들이.....한곳으로 모였다. 공연장 설계의 문제였을까? 같은 공연장이란 게 믿겨지지 않는다. 이제야 공연장에 온 기분이 들었다. 근데 머리위로 에어컨 바람이 머리를 강타한다. 그제서야 앞에 있는 사람들이 재채기를 하는 이유를 알았다. 노래가 끝나고 잠시 멘트를 할 때 두 번째 모험을 감행했다. 안내원에게 가서 에어컨을 꺼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너무 춥다는 이야기와 함께...에어컨은 꺼지고 공연은 들을 만 해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다시 에어컨이 나오고 주변 사람들은 다시 재채기를 해댄다. 난 세 번째 모험을 강행할 수 밖에 없었다. 에어컨 줄였는데...라는 안내원의 푸념 소리를 들으면서 난 정글에서 빠져 나왔다.

 

"오빠, 이제 마포아트센터에서 공연하면 다시는 오지 말자" 나름 공연 매니아인 여자친구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줄이야. 기껏 표를 구한 내가 초라하고 미안해졌다.

내 생애 최악의 공연장에서 빠져 나오자 모니터에서는 잉거마리가 노래하기 시작했다. 아주 먼 나라에서 공연시간 보다 훨씬 긴 비행을 하고 한국에 왔을 텐데...왠지 미안한 맘이 들지만 난 살고 싶었다고 항변하며 건물에서 빠져 나왔다.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했지만 공연장의 에어컨 바람보다 참을 만하다..

집에와서 쌍화탕을 마시며 이글을 쓴다..제발 내일 아침 편도선이 정상이길 바라며..

 

전 저번주 토요일에 극장에 갔는데 앞줄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영화보다가 일어나서 엄마자리로 와서 엄마앞에 우뚝서서 뭐라뭐라 하던데 머리로 자막을 딱 가렸는데도 엄마가 앉히려고 하지 않더라구요!! ㅠ_ ㅠ 근데~ 혹시 다음 아고라게시판에도 글 쓰셨었나요? 어제쯤인가~ 내용은 같지만 길이는 더 짧고 표현(말투)는 더 재밌게 느껴지던 글을 봐서요 ㅎㅅㅎ
맞습니다..^^;; 아고라에 비슷한 글을 올렸었습니다. 근데 마포아트센터는 극장 설계부터가 문제가 있어 보였습니다.
영화관두요..ㅜㅜ 수다에 문자에 전화에, 심지어는 시작하고 삼십분이나 지나서 우르르 들어온다거나.. 도대체 영화관에 뭐하러 오는건지.. ㅜㅜ
헉..저도 뒤늦게 에디히긴스 쿼텟 때문에 검색해보고 있었는데...그런 환경에서 공연을 보셨다니...아쉽네요;;
아.... 잉거마리 때문에라도 좀 더 기다리지 그러셨습니까.... 잉거마리를 못 본 것은 정말 천추의 한이시겠네요. 그 93번언니는 도대체 뭐하는 사람입니까.... 에효....
공연은 꽤 보았습니다. 다만 중간에 나왔을뿐..전 93번 언뉘도 문제지만 공연장 관리가 더 큰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