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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화병항아리 2018. 4. 9. 09:00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



이승하(낭송: 도종환)


작은 발을 쥐고 발톱 깎아드린다


일흔다섯 해 전에 불었던 된바람은
내 어머니의 첫 울음소리 기억하리라


이웃집에서도 들었다는 뜨거운 울음소리

이 발로 아장아장
걸음마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이 발로 폴짝폴짝
고무줄놀이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뼈마디를 덮은 살가죽
쪼글쪼글하기가 가뭄못자리 같다


굳은살이 덮인 발바닥
딱딱하기가 거북이 등 같다


발톱 깎을 힘이 없는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린다


가만히 계셔요 어머니
잘못하면 다쳐요


어느 날부터 말을 잃어버린 어머니
고개를 끄덕이다 내 머리카락을 만진다


나 역시 말을 잃고 가만히 있으니
한쪽 팔로 내 머리를 감싸 안는다

맞닿은 창문이
온몸 흔들며 몸부림치는 날


어머니에게 안기어
일흔다섯 해 동안의 된바람 소리 듣는다.


-『인간의 마을에 밤이 온다』 문학사상


그래요, 우리가 잊고 있었어요.

늙으신 어머니도 그 발로 걸음마를 배우고 고무줄놀이를 하셨지요.


어머니에게는 어린 날도 수줍고 고왔던 날도 없는 것처럼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온 거지요.


우리는 언제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렸던가요.


문학집배원 도종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