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장에서 하이힐 귀신 직접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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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6. 5.

비 오는 한 밤, 아무도 없는 산에 혼자서 3시간을

목장에서 하이힐 귀신을 직접목격하고 나는...

 

 

<병무청(부산지방청 복무관리과 김한주)>


1996년 여름... 유난히 장맛비가 자주 그리고 많이 내리던 여름이었다.

기초군사훈련을 마치고 헌병학교에서 특기교육까지 마친 나는 자대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싣고 있었다.

빗방울이 차창을 때릴 때마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걱정이 슬금슬금 내 온몸을 비집고 올라왔다.

겨우 마음을 가라앉히고 창 밖 풍경에 정신을 놓던 나는 선탑자의 “하차” 구호에 정신을 차렸다.

 

주위는 온통 산이고 인적조차 없을 것 같은 곳에 작은 소대건물이 하나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우리대대는 전통적으로 신병이 오면 ‘목장’을 관할하는 4소대에서

하루 초소체험을 하는 전통이 있었다.


소대에 여장을 풀고 저녁을 먹고 나니 소대장과 선임하사가 초소체험에 대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신병 개개인이 단초로 01시에서 04시까지 산속의 초소에서 경계근무를 서야한다는 것이었다.

목장이라는 곳은 부대전체의 무기고를 위장해 놓은 작은 산이다. 결국 무기고라는 얘긴데

철저하게 외부와는 단절된 곳이며 몇 십년동안 민간인의 출입이 없었던 곳이다.

산을 둘러싼 철책을 중심으로 50여미터 간격으로 초소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 곳에서 3시간동안 혼자서

근무를 서야 한다는 것이 초소 체험의 주된 내용이었다.


한 밤에 아무도 없는 비 오는 산에 혼자서 3시간을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그때는 조금 겁이 났었다.

단독 군장을 하고 총기를 지급 받은 후 트럭에 올라탔다. 차에는 고참 몇몇과 동기3명이 있었다.

차에서 고참 한명이 한숨을 내쉬며 오늘 같은 날 근무 나가게 되어 참 불쌍하다는 거다.

 

그러면서 무척이나 진지한 얼굴로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오늘 같이 비 오는 날 저녁이면

근처 마을에서 아기를 낳다가 죽은 귀신이 갓난아기를 등에 업고 하이힐을 신은채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지금 같으면 신병들에게 겁주려는 고참들의 장난으로 생각하고 웃어넘겨 버릴 수 있었을 텐데

그때는 정말... 정말로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다.

 

장맛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있고 불빛이라고는 경계등 외에는 없는 산속의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트럭에서, 이제 막 군생활을 시작하는 신병이었던 내게 그 얘기는 그냥 웃어넘겨 버릴 수만은 없는

얘기였다. 물론 그 말을 다 믿은 건 아니었지만 마냥 담담할 수만도 없었다.


우리를 실은 트럭은 산속 어딘가에 나를 내려주었다. 내가 근무하기로 된 초소는 원래

공초소(근무자가 없는 초소를 말함)였고 2층으로 된 탑초소였다. 한 평이 될까 말까한 공간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이런저런 상념 속에 30분정도 흘렀을까.. 희미하게 무슨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점점 커졌고 자세히 들어보니 영락없는 갓난아기 울음소리였다.

  “응애~응애~”

 

총을 쥐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트럭에서 들려주던 고참의 귀신 얘기가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아기 울음소리가 들릴만한 장소가 아니었다.

그러기를 5분쯤.. 다시 “또각..또각..” 소리가 같이 나기 시작했다. 하이힐 소리였다.

갓난아기를 등에 업고 하이힐을 신은 귀신이 나타난 거다. 그 상황에서는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 소리는 이제 초소 바로 옆에서 나는 것처럼 선명해졌다.


순간 보고를 해야 하나 고민이 됐다. 한손에는 총을, 한손에는 전화기를 들고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데 초소 옆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또다시 “또각..또각.. 응애~응애~” 그래도 군인이라고 총구를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돌렸다.(안전장치도 풀지 않고 말이다) 경계 구호를 외치고 암구호를 했으나 대답이 없었다..


바로 그때 밝은 섬광 두 줄기가 나를 노려보듯 쏟아져 나왔다. 등줄기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말로만

듣던 귀신을 향해 총구를 뻗었다. 시간이 멎은 듯.. 시간이 마치 정지된 듯 했다..

잠시 후 나는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풀숲에서 나온 것은...... 노루!! 였다... 노루는 나를 잠시

쳐다보더니 예의 그 울음소리 “응애~~”를 외치고는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내 눈에서 사라졌다.


알고 보니 노루의 울음소리가 갓난아기의 울음소리와 무척이나 비슷했고 발굽이 딱딱하니

돌을 밟으면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가 난 것이다. 고참들은 그 사실을 알고 우리에게 그런 얘기를

해서 놀린 것이다... 허탈해 하고 있는데 초소 전화기가 울렸다. CP였다. “귀신 봤어?? 크크” 고참의

질문에 대답을 잃었다. 수화기 너머에선 재밌다고 아주 난리가 난 것 같았다. 철수 명령과 함께

내 첫 초소근무는 끝이 났다.

 


 

그 후로 나 역시 몇 번이나 신병들에게 같은 장난을 쳤고 실제 공포탄을 발사한 신병이 생기고

나서야 그런 전통(?)이 사라졌다. 지금도 비오는 날 새벽이면 그 때 생각에 혼자 미소 짓곤 한다.

세상에~ 순진하기도 하지..

 

한 번 상상해 보세요^^

아기를 등에 업고 하이힐을 신은 귀신이라니~~ 

 

본 기사는 병무청 김한주 직원의 실제 군생활 에피소드를 주재로 작성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