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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찍은 다리사진, 초상권 침해일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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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동네 이야기

2010. 7. 15.

길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는 한 남자!

낌새가 수상하여 대체 무슨 사진을 찍느냐고 물어봤더니,

머뭇대며 대답을 꺼립니다.

무슨 사진을 찍은 건지 보여줄 때까지 가지 않겠다고 했더니,

그제야 사진을 보여주는데요.

누가 봐도 모델처럼 쭉쭉 빠진 여성들의 다리 사진이 한가득이었습니다.

 

“아저씨 이거 찍어서 어디에 써요?”

“성인 사이트에 올려요.”

“저 여자들 몰래 찍는 거, 초상권 침해 아니에요?”

“아니에요! 어차피 얼굴을 찍은 게 아니라서 누구 다리인지도 모르는데

이게 왜 초상권 침해에요? 절대 아니에요.”

 

아저씨는 지나가는 쭉쭉빵빵 아가씨를 놓칠세라

급하게 대화를 마무리하고 또 다시 셔터를 눌러댑니다.

그러고 보니 얼굴이 없어 누구 다리인지를 모르니 초상권 침해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요.

과연, 이 행동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걸까요?

  

전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니지만, 유독 압구정과 강남 일대에 카메라를 들고 주변을 서성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미니스커트를 입은 날씬한 여성이 보이면 서둘러 셔터를 누르지요.

 

이 사람들은 누굴까요? 바로 ‘압구정 몰카족’입니다. 미인이 많다는 압구정 등지에서 DSLR로 지나가는 여자들 사진을 몰래 찍는 사람들인데요. 짧은 치마를 입은 여자들을 중심으로 치마속이나 다리를 찍는다고 합니다. 이 사진을 성인사이트에 올리는 경우도 있으며, 최근에는 명동까지 진출(?)했다는 소리도 들립니다.

 

 

초상권’의 범위는 어디까지?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 사진을 찍는 것이 ‘초상권을 침해한다.’고 이야기하면, 그들은 ‘얼굴이 보이지 않는데 왜 초상권 침해냐? 누구 다리인지도 모른다.’며 자신의 행동을 위법한 행위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초상’의 사전적 의미는 ‘사진, 그림 따위에 나타낸 사람의 얼굴이나 모습’입니다. 따라서 초상권 역시 얼굴에 대한 권리만이 아닌 모습에 대한 권리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얼굴이 보이지 않으니 초상권 침해가 아니라는 압구정 몰카족의 변명은 틀린 것이 되겠지요?

 

‘초상권’이라는 권리가 법조문에 명시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헌법에서 보장하는 인격권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초상권 침해행위 자체는 처벌할 수 있는 근거조항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형사처벌은 불가합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얼굴이 드러나서 누구의 사진인지 식별 가능할 정도의 사진, 동영상 등을 본인 허락 없이 함부로 공개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촬영한 것 자체만으로도 일단 초상권 침해가 성립합니다. 민법 제751조 제1항은 “타인의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 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나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제14조의 2 제1항에서 “카메라 기타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 또는 공연히 전시·상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지나친 근접 촬영 등으로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하는 사진을 찍는 경우에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초상권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분류할 수 있는데요. 여성의 다리만 찍는 행위, 그리고 그 사진을 동의 없이 성인 사이트에 올리는 행위는 함부로 공표․복제되지 아니할 권리와 함부로 영리목적에 이용되지 아니할 권리를 침해하게 되는 것입니다.

 

··· 초상권은 첫째, 얼굴 기타 사회 통념상 특정인임을 알 수 있는 신체적 특징을 함부로 촬영 또는 작성되지 아니할 권리(촬영작성 거절권), 둘째, 촬영된 사진 또는 작성된 초상이 함부로 공표․복제되지 아니할 권리(공표 거절권), 셋째, 초상이 함부로 영리목적에 이용되지 아니할 권리(초상 영리권)를 포함한다.···

…서울지법 남부지원,1997.8.7.선고97가합8022

 

 

카메라가 판치는 세상, 안전지대는 없을까?

지난 1월, 대구에서는 지하철 안에서 여성의 치마 속을 몰래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 온 40대 남자가 붙잡혔는데요. 그는 1년여 동안 130여장의 몰카를 찍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2일에는 여자 화장실에서 몰카를 찍은 30대 남성이, 5일에는 목욕가방에 몰래카메라를 부착하여 목욕탕에 들어가 남성의 나체를 몰래 찍어 온 동성애자가 검거되기도 했습니다. 어딜 가나 카메라를 소지할 수 있고, 상대방이 모르게 내 사진이나 영상을 찍을 수 있는 세상! 과연 그들로부터 내 ‘초상권’을 지키는 안전지대는 없는 걸까요? 이렇다 할 해답이 없는 것 같아 씁쓸한 생각마저 듭니다.

 

‘몰카’는 개인의 초상권과 사생활을 침해하는 범죄입니다. 지난 2009년에는 몰래 카메라 범죄가 5년 새 2.5배 증가했다는 경찰청의 발표도 있었습니다.

 

안홍준 의원 "몰카 범죄 5년 사이 2.5배 증가" | 오마이뉴스 2009.9.29.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226899

 

한때 한 방송국에서 ‘몰래 카메라’라는 프로그램이 유행한 적이 있었지만, 그것은 촬영 후에 해당 연예인과 그 프로그램에 협조한 사람들의 동의를 받고 방송에 소개가 된 것이며, 그 방송으로 인해 당사자들도 출연료를 받을 수 있어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일반인을 상대로 한 몰래 카메라는 사정이 다릅니다. 누군가 내 신체를 동의 없이 찍어 수익을 창출한다거나 누군가 내 몸을 보며 성적 만족을 느끼는 것은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일입니다. 따라서 법적으로도 강한 제재가 필요하며 여성들 스스로도 남자들의 표적(?)이 되지 않도록 옷차림에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

 

압구정 몰카족의 경우, 서너 명이 DSLR(전문사진기)로 사진을 찍으니 언론 사진 기자들로 생각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하는데요. 혹시나 의심이 든다면 당당하게 어떤 사진을 찍은 건지, 어디에 사용될 사진인지 물어보고 사용 목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사진을 지워달라는 요구도 당당히 할 줄 아는 멋진 여성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든이미지 =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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