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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동네 이야기

2010. 12. 7.

성매매에서 벗어 난 그녀들! 작품전 열었어요.

 

 

 

 

“지금부터 20대 초반이라고 생각하면서 살려고 해요. 이렇게 변할 수 있다는 것, 가족들한테 인정받고 내가 사랑 받는다는 사실!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이런 오늘이 천국이고 낙원이에요!”

 

한때, 방황하다가 잃어버린 20대의 꿈을 다시 가다듬는 신지은씨(가명). 나를 다시 찾았고 앞으로 고마운 사람들에게 갚을게 많다는 뜨거운 이야기를 쏟아 냅니다. 그녀를 만난 곳은 법무부 과천청사 1층 로비. 탈 성매매 여성들의 작품 전시회에서였습니다.

 

탈 성매매 여성들의 작품이 전시된 것은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이틀간이었습니다. 정성스레 빚은 도자기 작품에서부터 귀걸이와 목걸이 등의 액세서리, 천연화장품, 아로마 향수 등 아기자기하고 정성 가득한 물건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강혜정 사회복지사(사단법인 강강술래 자활지원센터)는 퀼트, 도자기 만들기 등이 자활 아이템으로 좋다고 했는데요. 대인관계가 어려운 그녀들에게 도자기나 퀼트 작업이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자활동기와 의지도 심어 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 행사에 참가한 여성들의 작품

 

무슨 선물이 좋을까 하면서 추천 좀 해 달라는 사람, 초등학교 1학년 아들에게 줄 선물로 좋겠다면서, 전통매듭으로 만든 천연소재의 노란색 목걸이를 고르고 기뻐하는 아버지, 가족이나 지인을 생각하면서 세심하게 선물을 고르는 사람들의 눈빛은 이 작품이 ‘탈 성매매여성의 작품’이라는 사실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어떤 손님은 “누가 만들었느냐 보다 얼마나 세심하고 정성스럽게 만들었는지가 중요할 뿐”이라며 구매한 품목들을 자랑스럽게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블로그 기자로서 취재를 위해 출동한 저도 아름다운 작품에 매료되어 도자기 코너에서 갈색 화병을 하나 샀답니다.^^

 

 

 

 

우리에게도 꿈이 생겼어요

자신이 변한 오늘이 곧 천국이며 낙원이라고 말하는 탈성매매여성 신지은(가명)씨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는데요. 그녀는 또래 친구들과는 달리 20대에는 꿈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어린나이에 가족 품을 떠나 방황을 하고, 결국 성매매까지 하게 되었던 그녀의 잃어버린 20대. 아버지도 딸로 인정하지 않고 오빠도 친구들 앞에서 여동생 이야기를 입 밖에 꺼내지 않았습니다. 자신은 있으나마나한 존재였고 긴 세월동안 목표 없는 나날을 보내면서 술을 친구 삼았습니다.

 

이런 그녀에게 변화의 계기가 되어 준 것은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성매매피해여성 자활지원기관인 ‘강강술래자활지원센터(인천 남구 도화동 소재)’ 였습니다. 업소를 나오긴 했지만, 의지할 곳 없고 돈도 없는 상태에서 당장 먹고 잘 수 있는 시설이 필요했고, 일 할 수 있는 곳이 절실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녀는 자활센터내 도자기공방에서 일을 시작했고, 제대로 된 그릇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온갖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야말로 마음을 다 쏟아 부어도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고 손 끝이 갈라져봐야 하나의 완성품이 나오며, 그렇기에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배운다고 했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가족이 인정해 주는 게 제일 좋아요. 제가 변한 걸 누구보다 기뻐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신기해요. 다시 태어난 것 같아요. 그땐 꿈이 없었는데, 지금은 꿈이 생겼어요. 저는 아직 남아있는 동료들을 구해야 합니다. 인권활동가가 되고 싶어요.”

 

인권 활동으로 남아있는 동료들을 구해내고 싶다고 말하는 그녀의 눈빛이 반짝 빛났습니다. 한 달에 한번 아웃리치(업소집결지 현장방문)에도 나가 만든 물품도 선물하고 여성들을 만나 설득하는 활동을 하기도 하는데, 활동을 나가면 업소측에서 심한 욕을 하고 만남을 방해하기도 한답니다. 하지만 못하게 할수록 더욱 여성들을 만나고 이야기 나눠야 하는 것이 자신의 일이라고 말하는 그녀의 의지는 그 누구도 꺾을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올해 고입검정고시에 합격해 주경야독하는 그녀. 한 가지를 배우더라도 제대로 배워 확실하고 정확하게 일처리를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힙니다. 자랑스럽지는 않지만 정면 사진을 찍어도 된다고 말하는 그녀! 다시 찾은 자존감은 힘을 주나 봅니다. 20대에 갖지 못했던 꿈을 이제 꾸고 있는 만큼 그녀는 자기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스스로 암시하고 있었습니다.

 

 

 

 

여성인권 전문가들 한 자리에, 현실은 이렇습니다!

성매매방지법은 성매매를 방지하고, 성매매 피해자 및 성을 파는 행위를 한 자의 보호와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제정된 법입니다. 시행 6주년이 지났지만, 인권을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성매매피해 여성들이 아직도 많다는 군요.

 

 

▲ 성매매방지법의 집행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좌담회

 

행사 이튿날인 3일에는 법무부 4층 대회의실에서 성매매방지법의 집행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좌담회가 열렸습니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원장 이화영)을 비롯해 전국성매매피해상담소협의회 공동대표 4명의 주제발제와 지정토론자 4명 등 여성 인권 관련 실무진들이 참석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 부분입니다. 법집행기관에 대한 불신 아래서는 적절한 법집행이 이루어지기 어렵지요. ‘선불금’과 ‘처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피해여성들은 증언을 꺼립니다. 법은 있으나, 신고했다가는 사기죄로 고소당하기도 하지요. 검찰의 대대적 개혁과 무언의 제스쳐가 필요합니다. 검찰에 갔을 때 상담원이 저자세가 되죠. 피해여성의 안전보장이 무엇보다 우선입니다.”

- 신박진영 대표(대구여성인권센터)

 

“사회적 약자인 성매매여성에 대한 인권 보호 매뉴얼을 점검 해야 합니다. 신고시, 업소 여성들의 사기 피소사례와 부적절한 언행 등입니다. ‘몸 파는 게 자랑이냐?’ 하는 등 업주편을 들기도 하죠. 직무교육이 필요합니다.”

- 정선희 대표(충북여성인권상담소 늘봄)

 

“피해여성들은 사회복지 영역에서 가장 어려운 대상자입니다. 머물 공간이 시급합니다. 당사자의 자립의지를 존중해 주고, 스스로 눈물겨운 노력을 하는 자를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구조에서 자활까지 통합지원 체계를 만들어야죠.”

- 김향숙 대표(부산 부전현장상담센터)

 

 

2시간 동안 벌어진 열띤 논의가 끝날 즈음.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킨 박민표 법무부 인권국장은 “작은 목소리들이 모여서 사회를 변화시킵니다. 다양한 의견을 합리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체계적인 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성매매의 실상을 알리는 영화상영도 있었습니다. 대부분 남자직원들이 삼삼오오 대회의실로 들어섭니다. 뒷 좌석에서 누군가가 “성매매는 로마시대에도 있었다는데, 아직 마땅한 해결책이...”라며 말끝을 흐렸습니다. 모두가 알고는 있지만 이렇다 할 해결책 없이 사회가 묵인하는 사각지대가 바로 성매매 여성들의 현주소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당장에 눈에 띄게 바뀔 수는 없더라도 작은 움직임들이 모인다면 언젠가는 눈에 띄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성매매의 늪에 빠진 여성들을 손가락질만 할 게 아니라 그녀들이 어떻게 그 곳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지 방향을 제시해 주는 일이 시급합니다. 실제로 몰라서 못 빠져 나오는 여성들도 참 많다는 얘기를 들으니, 넋 놓고 있을 일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글·사진 = 김순규 기자

이미지사진 =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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