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강은 ‘열의’지만 도강은 ‘범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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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블기 이야기/힘이되는 법

2010. 12. 15.

▲서인영의 카이스트 Ⓒ엠넷(Mnet)

 

얼마 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프로그램 ‘서인영의 카이스트’를 기억 하시나요? 공부밖에 모를 것 같은 카이스트 학생들 사이에서 신상녀 서인영씨가 강의를 듣는다는 것이 대단한 이슈가 되었는데요. 카이스트 학생이 아니면서 카이스트 수업을 들을 수 있던 것은 그녀가 수업을 ‘청강’했기 때문입니다.

 

청강(聽講)은 ‘들을 청’ 자와, ‘익힐 강’자가 합쳐진 단어 그대로 ‘강의를 듣는 행위’입니다. 물론 정식적인 신청과목이 아니기 때문에 중간고사, 기말고사, 과제는 제외됩니다. 서인영씨는 청강생 자격으로 중간고사 문제를 풀어내기도 했지만,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시험을 치렀을 뿐, 정식 학생이 아니므로 실제 성적에는 반영이 되지 않았겠지요?^^

 

 

프로그램 속 서인영씨처럼 그 학교에 정식으로 입학한 학생이 아닌데도 좋아하는 교수님을 따라 혹은 소문난 강의를 듣기 위해 청강을 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때에도 청강과 도강의 구분을 꼭 해야 하는데요. 수강신청을 하지 않고 듣는 행위라는 것에서 청강과 도강이 비슷하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교수님께 허락을 받지 않고 수업을 듣는다면 그것은 ‘청강’이 아닌 ‘도강’이 됩니다. 도강(盜講)이라는 말 자체도 ‘훔칠 도’ 자와 ‘익힐 강’ 자가 합쳐진 뜻이므로 허락받지 않고 지식을 훔치는 도둑강의가 되는 셈이지요.

 

 

 

 

청강은 초대받은 손님, 도강은 초대받지 않은 손님

‘도둑강의’라는 말처럼 수강신청이라는 정식 절차를 밟지 않고 강의를 듣는 것은 죄가 될 수 있습니다. 이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주거침입죄’인데요. 주거침입이란, 사람이 주거·간수하는 저택·건조물·선박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하거나, 이러한 장소에서 퇴거의 요구를 받고 응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주거침입죄의 주거라 하면 사람이 살고 있는 아파트, 빌라, 전원주택 등만 생각하기 쉬운데요. ‘사람이 점유하고 있는 방실’도 주거에 해당하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 동안 약속된 인원이 강의를 듣는 때에 미리 약속되지 않은 도강생이 강의실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주거침입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형법

형법 제319조(주거침입, 퇴거불응)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전항의 장소에서 퇴거요구를 받고 응하지 아니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

 

대학교의 강의실이 일반인에게 개방되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건조물인지 여부에 대해 대법원은 ‘일반적으로 대학교의 강의실은 그 대학 당국에 의하여 관리되면서 그 관리업무나 강의와 관련되는 사람에 한하여 출입이 허용되는 건조물인 것이지 널리 일반인에게 개방되어 누구나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대법원 1992.9.25. 선고 92도1520 판결) 해당 학교 학생이 아니면서 강의실을 출입하거나 학생이 아닌 일반인이 강의실을 출입하는 것이 주거침입죄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같은 학교 학생이 미처 신청하지 못한 과목을 도강하는 것도 죄가 되는지도 궁금하실 텐데요. 이 또한 당연히 죄가 됩니다. 비록 같은 학교 학생이라 할지라도 ‘수강신청’이라는 약속된 절차를 거치지 않은 학생은 이 강의와 관련이 있는 사람이라고 볼 수 없으며 따라서 같은 학교 학생이라 할지라도 도강을 하는 행위는 허용될 수 없는 것이지요.

 

 

 

 

청강과 도강,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실, 내 수업을 도강했다고 해서 법적으로 잘잘못을 따지려 드는 교수님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도강이 청강보다 괘씸한 이유는 배움을 얻어가려는 ‘방법’이 잘못 되었기 때문입니다. 교수의 가르침을 얻어가고 싶어 수업을 듣는 학생이라면 정식으로 수강신청을 하고 수업을 듣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만약 여건상 그러지 못한 경우라면 강의의 주인인 교수님께 사정을 말씀 드리고 청강을 허락받아야 하는 것이 옳은 자세일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들키지 않고 몰래 강의실에 들어와서 교수님이 전하는 지식만 쏙 얻어가는 행위는 교수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며, 그런 식으로 얻은 지식이 자기발전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 듭니다.

 

대형 강의라면 모를까 소수 인원으로 이루어진 전공수업이라면 청강생과 도강생이 한 두 명 늘어날 경우, 수업 스타일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이는 당연히 정식으로 수강신청을 한 학생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겠지요? 또한 정식으로 수강신청을 해서 수업료를 내고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공짜로 수업을 듣는 청강(도강)생들이 눈엣가시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너무나 떳떳한 청강생과 도강생이 많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 합니다.

 

 

청강생과 도강생은 그 수업을 떳떳하게 들을 수 없는 입장이라는 것을 꼭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정식으로 수강신청을 하고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도록 하고, 청강 행위를 인정해주는 교수님과 학생들에게도 고마운 마음도 가져야 합니다. 배움에 대한 열의를 인정해주는 교수님과 학생들에게 갖출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는 강의를 ‘도강’ 하는 것이 아닌, ‘청강’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꼭 인지하면 좋겠습니다. 도강은 배움에 대한 열의가 아닌 ‘범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도 꼭 알아 두길 바랍니다.  

 

글 = 이지영 기자

참고 = 고려대학교 교육방송국 KUBS보도부 네이버 카페

판례참조 = 대법원 1992.9.25. 선고 92도1520 판결

이미지 =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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