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집중호우, 국가배상의 시작은 마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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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블기 이야기/힘이되는 법

2011. 7. 6.

 

장마로 인한 피해에 국가배상이 시작되다

매번 장마철이면 집중호우와 태풍 등으로 인해 각 지역마다 재산피해가 막심합니다. 자연 재해를 인간의 힘으로 어떻게 해볼 수 없다는 것에서 좌절을 느끼고, 자연의 힘이 이토록 무섭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면서 자연을 훼손하고 이용하는 인간의 이기심을 반성하게 되기도 하지요.

 

 

 

매번 장마 때마다 일부 지역에서는 국가에서 관리를 해야 할 둑이 무너지거나 배수로가 끊어지는 등의 피해가 속출하곤 합니다. 재산상의 피해도 막심한데, 시설의 관리소홀로 인해 내 재산피해가 더욱 커졌다면 이보다 더 억울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물론, 이럴 때에는 국가에서 보상을 받을 수 있는데요. 이런 자연재해로 입은 지역 주민들의 피해를 국가차원에서 보상하게 된 데에는 1980년대에 있었던 ‘망원동 수재 사건’이 그 배경이 되었답니다.

 

1984년 9월 1일부터 4일까지 서울에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면서 서울시가 관리하던 마포구 망원동 유수지의 수문상자가 무너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삽시간에 망원동 거주지역으로 한강물이 흘러들었고, 일대의 5,000여 가구가 물에 잠기는 소동이 벌어졌지요. 알고 보니, 집중 호우로 한강 수위가 높아지자 수문상자와 배수관로 이음부분이 끊어지고 수문상자가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1984년 10월, 망원동 주민5가구는 서울시와 H건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침수는 5000가구,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5가구?

 

 

망원동 수재 사건으로 침수된 가구는 약 5000여 가구. 하지만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가구는 고작 5가구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1980년대에는 물난리로 인한 피해를 개인적인 문제로 보았지, 국가적인 문제로 보지 않았다는 뜻이 되겠지요. 또한 이러한 사안의 경우 개인이 국가를 상대로 권리를 찾기 위한 소송을 진행할 때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비용에 대한 부담이 더욱 클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쉽게 나서기가 어렵기도 합니다.

 

망원동 수재사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그런 부분에서 큰 의미를 지닙니다. 그동안 개인적인 일로 보았던 수재 사건을 처음으로 공적으로 인지하고 해결하자는 인식의 변화를 모색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과연 법은 망원동 수재민들의 입장을 헤아려 주었을까요?

 

“국가배상법 제5조에 규정한 `영조물의 설치상의 하자'라고 하는 것은 객관적인 견지에서 그 영조물이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서,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불가항력적인 사고에도 대비할 수 있을 정도의 고도의 안정성을 차결한 경우까지 의미하는 것은 아니나

 

이 사건 사고당시의 홍수위는 계획홍수위나 기왕 최고실적홍수위는 물론 불과 12년전의 홍수위에도 미달하는 것으로서 이를 결코 예상할 수 없을 정도의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이 사건 망원동 집단수해사고는 자연공물로서의 미개수된 하천이 범람하여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이미 설치된 인공공물인 망원유수지의 수문상자에 내재된 하자 즉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하자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다.”

 

서울민사지법 1987.8.26. 선고 84가합5010 제14부판결

 

 

 

판결문에서 보듯, 법은 수재민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모두가 ‘안 될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있던 것을 망원동 주민들이 어렵게 뗀 첫 걸음 덕분에 수해 지역 주민들의 피해가 국가적 차원에서 보상되는 현재가 있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국가 또한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수해 방지 시스템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정책에 보다 신중함을 기하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주민들은 법이 실질적으로 자신을 지켜줄 수 있다는 믿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은 법이 있어도 ‘권력에 의한 법’, ‘시민과는 동떨어진 법’ 이라는 인식이 컸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법은 힘 있는 사람들에게만 소용이 있는 것이 아니라 힘없는 소시민들에게 오히려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재판을 지켜본 다른 망원동 주민 1만 2000여명이 서울시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서울시는 53억 2000여만원을 배상해야만 했다고 합니다.

 

시민을 따돌리고 무시하는 법은 없습니다. 망원동 수재 사건은 우리나라 최초의 공익 소송이라는 평가와 함께 법과 국민도 얼마든지 가까워지고 친근해 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글 = 법무부

참조 = 우리사회를 움직인 판결, 전국사회교사모임 지음, 휴머니스트, 2007

경향신문, [1990년 대법원 ‘망원동 수재는 인재’ 판결], 2010.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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