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회장이 되고픈 기호 1번의 햄버거, 불법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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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꿈꾸는 사람들

2012. 8. 1.

 

 

 

 

일등이는 이번에 전교 회장 선거에 출마하게 되었습니다.

무엇이든지 일등을 하는 일등이는 당연히 회장이 너무나도 되고 싶었어요.

일등이는 다른 후보들보다 더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 아침에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사탕과 음료수를 나누어 주기로 했습니다.

"내가 회장이 되면 너희들한테 햄버거 쏜다! 나 좀 많이 홍보해줘~"

그리고 같은 반 친구들에게 햄버거를 쏘겠다는 약속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며칠이 지나고, 일등이는 본인의 바람대로 전교회장으로 당선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일등이가 당선되기 위해 물질 제공을 한 것에 대해 다른 후보들이 항의를 했다고 하네요. 조그마한 사탕과 값싼 음료수, 그리고 전통적인 ‘당선 보답선물’인 햄버거나 피자 등이 과연 불법일까요?

 

 

요즘은 초등학교에서도 선거 경쟁이 치열하다고 합니다. 초등학생 후보들의 선거 홍보물 등을 관리해주는 대행업체까지 생겨날 정도라고 하는데요. 일명 ‘리더십 전형’이라는 입시 전형에서도 알 수 있듯이, 리더십이 강조되는 이 사회분위기 속에서 회장 선거와 전교회장선거는 날이 갈수록 그 열기가 더해가는 듯합니다.

 

오래 전부터 <회장 당선선물 = 피자, 햄버거>라는 인식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전교회장이 아니라 학급회장이 되어도 친구들에게 보답으로 패스트푸드 정도는 돌리곤 했지요. 실제 한 초등학교의 주변 피자집, 햄버거집을 조사해본 결과 신학기 선거철이 되자 학생 단체 주문이 늘어났다고도 합니다. 그런데 이 뇌물 아닌 뇌물의 스케일은 심해지는 선거 경쟁에 따라 점점 커지고 있다는게 문제입니다. 청주의 어느 초등학교의 전교 부회장은 선거 유세 당시 공약이 축구공을 선물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부회장에 당선되자 약속 대로 학급마다 축구공을 선물했지요. 축구공 가격을 합하니, 약 100만원 정도였다고 해요. 요즘 학생 선거, 확실히 문제 있어 보이지요?

 

 

축구공 까지는 아니라도, 패스트푸드나 사탕 정도의 먹을 거리 제공은 워낙 흔히 있는 사례들이다 보니 이게 맞는 건지 아닌 건지에 대해 무감각해지기 쉽습니다. 그럼 다시 일등이의 사례로 돌아가서, 일등이는 불법을 저지른 것인지 한 번 알아볼까요?

 

아쉽게도 현재 전국 초중고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선거법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각 학교의 역량에 맡겨 교칙으로 제한할 수는 있으므로 어떤 학교에서는 따로 그 학교만의 선거법을 만들고, 공정한 선거를 치른 후보들에게 상을 주는 제도를 운영한다고도 합니다. 경제적 지원이 없어 불공평하다고 느낀 다른 후보가 일등이 같은 친구를 교육청에 보고한다고 해서 특별히 법적 처벌을 받거나 하는 일은 없다는 얘기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학교 선거철마다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는 '뇌물' 행위가 결코 바람직한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현행 공직선거법은 물품제공행위를 '기부행위'로 규정하고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어른을 보고 배우는 학생들에게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할망정, 현 사회에서 불법적인 것을 사회의 축소판인 학교에서 허용한다는 것은 분명 옳지 못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직선거법

제113조(후보자 등의 기부행위제한) ① 국회의원·지방의회의원·지방자치단체의 장·정당의 대표자·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한다)와 그 배우자는 당해 선거구안에 있는 자나 기관·단체·시설 또는 당해 선거구의 밖에 있더라도 그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나 기관·단체·시설에 기부행위(결혼식에서의 주례행위를 포함한다)를 할 수 없다.

 

 

만일 일등이가 어른이었고, 이 회장선거가 사회에서 치러지는 공직선거였다면, 공직선거법에 의해 일등이가 학생들에게 제공했던 사탕과 음료수는 불법행위가 됩니다. 이 경우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당선 후 제공을 약속했던 햄버거는 실제 어른들이 치르는 공직선거에서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공직선거법

제118조(선거일후 답례금지) 후보자와 후보자의 가족 또는 정당의 당직자는 선거일후에 당선되거나 되지 아니한데 대하여 선거구민에게 축하 또는 위로 그 밖의 답례를 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개정 2010.1.25>

1. 금품 또는 향응을 제공하는 행위

…(이하생략)

 

 

이밖에도 방송이나 신문 잡지 등 기타 간행물에 광고하는 행위, 자동차 행렬 또는 다수의 무리를 지어 거리를 행진하는 행위, 일반 선거구빈을 모이게 하여 당선축하회 또는 낙선위로회를 하는 행위, 현수막을 게시하는 행위 (단, 선거일 다음 날부터 13일 동안 해당 선거구 안의 읍 ‧ 면 ‧ 동마다 1매의 현수막을 게시하는 행위는 적법하다) 등을 하는 것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따지면, 일등이가 어른이 되어 공직선거에 출마한 경우와 비교해 볼 때, 햄버거 대접이 '향응'에 포함된 불법이 되겠네요. 햄버거를 먹으며 벌인 축하 파티를 '당선축하회'라고 볼 수도 있겠지요? 결국 아무리 햄버거 정도의 보답이라 할지라도 공직 선거였다면 큰일 날 공약이었던 겁니다.

 

‘학생회장 선거법’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처벌 대상이 아니었지만, 지금까지 행해져 온 많은 '뇌물'제공 행위들은 문제가 없는 것일까요? 작은 사회인 학교에서,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벌어지는 행위들을 스스로 아무 생각 없이 자행하고, 또 그것을 지켜 본 학생들이 그대로 성인이 된다면 어떨까요? 엄청난 금품 제공이 아니라면 뇌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잘못된 인식은 공정하지 못한 선거를 조장하게 될 것입니다.

 

 

<교육청 사이트의 학생제안캡처: 서울특별시교육청사이트 http://www.sen.go.kr >

 

전국의 초중고에 적용되는 ‘학생 선거법’을 정부 차원에서 만든다면 어떨까요? 실제로 교육청 사이트에는 이미 중학생의 공정선거에 대한 건의가 있기도 했지만,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과열되는 선거 경쟁과 학부모들의 개입으로 점점 깨끗해야 할 학교도 부패한 사회 현실을 닮아가는 것 같아 씁쓸할 따름입니다. 앞으로는 학생들이 바른 것만, 옳은 것만 배워야 할 것입니다.

 

 

                                                                     

 

글 = 고수민 기자

이미지 = 알트이미지, 교육청 홈페이지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