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원 출신 소녀, 아동교육학과에 입학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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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꿈꾸는 사람들

2013. 5. 27.

“김주임, 첫 대상자가 여우던데 잘할 수 있겠어요?”

 

 

 

 

 

6개월간의 시보기간을 마치고 내가 맡은 첫 대상자는 밝은 아이였다. 내가 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동안 이송신고를 하고 간 다해(가명)는 신고 후 보호관찰소 사무실을 한바퀴 돌며 모든 직원에게 인사를 하고 갔다고 한다. 이송 보낸 기관의 담당자로부터 대상자가 싹싹한 편이나, 방심하면 담당자를 속이려한다는 주의사항을 들었다. 이송서류 등을 살펴보니 계모와 친부사이에서 자랐고 친언니도 함께 거주하지 않았다. 죄명은 성매매알선등행위에 관한 법률위반. 문득 밝은 겉모습과 달리 속으로는 외롭고, 성매매를 했던 과거가 스스로 상처가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3개월간 출석지도와 출장지도를 통해 만난 다해는 항상 출석할 때마다 검정고시 공부를 한 책을 가지고 왔으며 가끔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하는 등 다른 보호관찰대상자에 비해 성실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창원에서 진주로 온지 3개월이 지나자 긴장이 풀어졌던 것일까, 검정고시 원서제출을 지도하기 위해 다해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다해의 아버지와 통화하여 다해가 생일에 용돈을 받고 난 뒤 가출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출석요구서를 보내기를 두차례, 다해는 원래 지정되어 있던 출석일에 아무렇지 않게 출석했다. 

다해를 시험하기 위해 일상적인 질문을 몇 가지 했다. 거짓말을 잘한다는 전임자의 말은 틀리지 않았으나, 대답에서 몇 번 머뭇거리고 자신감이 사라진 모습을 확인하고 가출한 이유를 물었다. “아빠가 새엄마만 좋아하고, 생일인데 돈만 주고 저를 귀찮아해요.” “아빠는 돈으로만 잘해주고 술 먹고 집에 들어오는 날에는 예전에 성매매한 것에 대해 얘기하면서 저에게 욕을 심하게 해요. 새엄마도 아빠가 저한테 욕하는 것은 정도가 너무 심해서 언어폭력이라고 얘기할 정도에요.”

 

외로울 것 같다, 아플 것 같다는 막연한 나의 예상이 맞았다. 다해가 지금 겪고 있는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최대한 다해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위로했다. ‘친부모와 함께 살 수 없는 것은 안타깝지만 너를 사랑하는 아빠가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새엄마에게 잘해주는 것이다, 사소한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피하기만 하지 말아라, 아빠가 예전에 사고 친 것에 대해서 실망감이 크니까 니가 더 노력해야한다, 다시 한 번 가출하면 소년원에 보내겠다’ 등 당근과 채찍 전략을 펼친 끝에 집으로 가겠다는 다해의 약속을 받아냈다. 그 뒤로 매일같이 다해의 귀가여부를 확인했으나, 보호관찰 담당자가 무서운 마음에 “오늘은 못 갔어요, 내일 꼭 갈게요”라는 말을 되풀이 하다가 결국 가출하고 말았다. 구인장을 신청하였고, 20여일 뒤, 심하게 다툰 남자친구의 신고로 검거되었다.

 

꽃은 흔들리며 핀다는데.,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꽃을 피우기를 바랐다. 보호관찰 공무원으로서 처음 사랑과 채찍으로 지도하는 내 대상자,

다해가 이제는 예쁘고 곱게 피어나기를 바랐다.

소년원 위탁기간이 만료된 후 보호관찰소에 출석하는 대부분의 대상자가 다짐하는 것처럼, 다해도 착실하게 마음을 다잡았다. 보호관찰 처분에서 보호관찰/사회봉사명령 160시간 처분을 받은 다해. 노인요양병원에서 특유의 밝은 모습으로 성실하게 사회봉사에 임했고 사회봉사명령이 끝나고 자원봉사를 위해 병원을 찾기도 했다.

 

 

 

중학교를 중퇴한 다해는 고입검정고시 시험을 준비했고, 시험에 응시하기 한 달 전부터 합격을 자신했다. 모의고사를 칠 때마다 점수를 사진으로 찍어서 문자로 보내곤 했다. 검정고시 학원 현지 출장을 통해서 다해의 학업성적을 면밀히 체크하였고 모든 것이 잘되어가는 것만 같았다. 시험을 앞두고 다해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남자친구와의 성관계로 인해 성병에 걸렸다는 것이었다. 계모와 함께 병원에 갔으니 아버지의 귀에 들어가는 것은 시간 문제였고, 평소 감정기복이 심한 아버지가 크게 노할 일이었다. 다행히 시험은 합격했고 다해의 병도 치유되어 다해 아버지도 이번 사건을 그냥 넘어가는 듯 했다. 하지만 다해는 고입 검정고시 합격 이후 조금씩 나태해져갔고, 다해가 나태해져가는 모습에 실망한 다해 아버지의 언어폭력이 다시 시작되었다. 재차 가출할까 걱정되는 마음에 출석지도와 출장지도를 강화해 더 자주 만났다.

 

다해는 성병 이후 마음고생이 심했고, 집에서 생활하는 것이 버거웠는지 서울에 있는 청소년 쉼터에서 대입 검정고시를 합격하여 돌아올 것이라 하였다. 부모님도 허락하였으며 쉼터에서도 입소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사무실을 잠시 나와 근처 산책로를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성관계의 세가지 요소인 사랑, 육체적 만족, 책임감에 대해 설명하고 성병은 재발이 많으므로 각별히 주의하고 앞으로는 남자친구와 건전하게 만날 것을 이야기했다. 다해도 이에 수긍했고 서울에서 잘 생활하고 다시 돌아오길 바란다고 인사했다.

 

얼마 뒤, 다해는 대입 검정고시 학원 등록 비용이 부담이 되어 서울에서 다시 진주로 돌아 왔다고 말하였다. 하지만 사실은 쉼터에서 술을 마시고 무단 외박을 하여 퇴소가 되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나는 다해의 거짓말을 하나하나씩 캐기 시작했다. 쉼터에 생활한다고 허위보고 한 뒤 진주로 다시 출석하겠다고 하는 그 한 달 여 간의 기간 동안 청주에서 노래방도우미를 하며 지낸 것이었다.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다해는 소년원에 가지 않을 수 있다면 담당자의 모든 지시에 따르고 정말 착실하게 살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다해의 계속된 거짓말에 지쳤지만 다시 한 번 믿기로 했다. 지난번처럼 소년원에 보내는 것보다는 믿어주는 게 필요할 것 같았다. 진술조서를 받고 다해에게는 대입검정고시 합격과 야간시간 외출금지를 지시했고 다해 아버지에게는 음주 후 다해에게 언어폭력을 하지 않을 것을 요청하였으며 다해의 야간외출 금지에 담당자가 각별히 신경쓰다고 약속했다.

 

야간외출제한명령 기간을 연장하는 특별준수사항추가신청을 하고 인용이 되기 전 한 달 동안 매일 다해의 집으로 직접전화해서 통화했다. 그러다보니 어떤 날은 내가 회식을 하다가 전화가 늦어, 늦은 밤 전화는 하지 못하고 문자를 남기면 다해가 집전화로 내게 전화를 하는 일도 있었다. 그럴 때는 다해가 “선생님이 오늘은 외출제한 위반이에요. 한번 더 위반하면 경고장!!” 이라며 귀여운 장난을 하기도 했다. 

 

 

 

 

 

 

사랑이 필요한 아이였다. 사랑과 관심이 매일 반복되자 공부도 가정생활도 최선을 다했다. 가출했다가 돌아온 지 3개월 만에 대입검정고시를 합격하고 다시 돌아온 다해의 생일, 대견한 마음에 메시지로 생일 케이크 쿠폰을 선물했다. 작년에 다해의 아버지가 돈만 주어 가출을 해버렸던 그 생일을 올해는 내가 축하해주고 싶었다. 더 예쁘게 살아가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며칠 뒤 다해가 “선생님 오늘 사무실에 있어요?”라고 물어왔다. 무심코 그렇다고 대답했다. 다해가 내 생일을 어떻게 알고 있었는지 케이크와 손 편지를 써서 가지고 왔다. 검정고시 합격증 뒤에 가득 채운 다해의 편지에는 “ 선생님은 제가 비뚤어지려고 할 때마다 바로 잡아주신 고마운 분이에요, 나보다 내 미래를 더 걱정해주시는 소중한 사람이에요, 사랑해요.”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마음이 뭉클했다. 내 작은 관심과 사랑을 이렇게 크게 생각해주는 대상자가 있다는 것이 행복했다. 나는 손 편지로 답장했고 우리는 아직 서로의 편지를 간직하고 있다. 다해는 현재 대구의 한 대학에 아동교육학과 입학을 앞두고 있다.

나는 나의 노력과 관심에도 변하지 않는 대상자를 만날 때마다 내 첫 대상자인 다해를 떠올릴 것이다.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고 끌어안아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