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공정사회>에 범죄피해자를 위한 제도를 도입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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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동네 이야기

2016. 11. 30.



연기파배우 장영남이 열연한 영화 공정사회’는 힘없고 빽 없는 사람들에게만은 공정하지 않은 사회를 비판한 영화입니다. 대략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보험설계사 일을 하는 평범한 엄마(장영남 분)가 어느 날,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이 어떤 남자에게 성폭행 당한 것을 알게 됩니다. 누구나 그렇듯이, 엄마는 경찰에 신고를 하지만, 신고를 받은 경찰은 이런 저런 이유로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습니다. 결국 엄마는 자기 힘으로 범인을 찾아내고, 법의 테두리 밖에서 범인을 응징합니다.

 

영화는 힘없는 사람에게 내편이 되어주지 않는 세상을 고발하겠다는 취지를 가지고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고 있자면 마음이 많이 불편하고, 피해자를 대하는 힘 있는 사람들의 행동이 무척이나 거칠게 느껴집니다. 과연 영화에서 보여준 것이 진짜 현실일까요? 지금부터 영화의 장면 장면을 보면서 현실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해 보겠습니다.

 

엄마 혼자 딸을 성폭행한 범인을 찾아다니다가 주저앉아 오열을 합니다. (사진 = 영화 공정사회, 네이버 영화검색)

 

아동성폭력 범죄피해자를 위한 진술조력인제도

영화 속 피해자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여학생입니다. 피해를 입은 후, 엄마는 아이를 병원에 입원 시키고, 병원에서 아이는 경찰에게 사건을 진술하고, 진술하고, 진술하고 또 진술합니다. 생각하기도 싫은 범죄 상황을 몇 번씩 떠올리며 아이는 트라우마를 겪게 되고, 그러면서도 경찰은 수사를 위해 어쩔 수 없다, 진술을 이정도 반복하는 건 그나마 적게 하는 거라는 궤변을 늘어놓습니다.

  

형사가 전문가 없이 바로 아동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조사를 시작합니다. (사진 = 영화 공정사회, 네이버 영화검색)

 

이 영화의 시대가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영화와는 다르게 요즘에는 아동성폭력피해자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진술조력인 제도인데요. 진술조력인을 한 마디로 얘기하자면 의사소통 전문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형사사법절차, 심리, 발달, 장애 등에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는 사람으로, 아동의 진술을 보조하면서 수사나 재판과정에서의 의사소통을 돕는 전문가라고 보시면 됩니다.

 

진술조력인은 아동 뿐 아니라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도 지정 되는데요. 사건 발생 직후, 검사가 필요에 의해 진술조력인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진술조력인의 도움으로 피해자가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풍부하고 자유로운 진술을 할 수 있게 되면, 진술의 증명력도 확보될 수 있고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아동과 장애인 피해자가 2차 피해를 입는 것 또한 막을 수 있겠죠?

 

 

형사는 보호자에게 사건의 진행상황을 알아듣게 설명하는 게 아니라 잘 되고 있으니 기다리라고만 합니다

(사진 = 영화 공정사회, 네이버 영화검색)

 

영화에서는 무섭게 생긴 경찰(마동석 분)이 먼저 아이에게 사건에 대해 물어보면서 너는 왜 저항하지 않았어?”, “모르는 사람을 왜 따라갔어, 엄마가 모르는 사람 따라가지 말라고 안 가르쳐줬어?”, “싫다고 확실히 얘기 했어?” , 아이가 잘못한 것 같은 질문을 계속 던지기도 합니다. 만약 영화에서 진술조력인이 함께 했다면 이런 질문은 절대 나오지 않았을 테고, 그런 질문 때문에 아이가 고통 받는 일도 없었겠죠?

 

 

범죄 피해자 권리 및 지원제도 사전 안내

영화 속에서 범인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사람은 엄마입니다. 경찰에게 매달려 보기도 하고, 경찰이 신경을 쓰지 않자, 아이가 그린 그림을 힌트삼아 동네를 탐문하며 다니기도 합니다. 직접적인 피해자는 아이지만, 엄마도 간접적인 피해자입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엄마에게 당신은 피해자이고, 피해자로서 어떤 권리가 있다.’라고 말해주지 않습니다.

 

범죄피해자보호법8조의2에는 국가는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다음 각 호의 정보를 범죄피해자에게 제공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면서, 형사절차상 범죄피해자의 권리에 관한 정보, 범죄피해자 구조금 지급 등에 관한 정보, 피해자로서의 권리와 복지 증진을 위해 필요한 정보 등을 사전에 알려주도록 하고 있습니다.

  

범죄피해자보호법

8조의2(범죄피해자에 대한 정보 제공 등) 국가는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다음 각 호의 정보를 범죄피해자에게 제공하여야 한다.

1. 범죄피해자의 해당 재판절차 참여 진술권 등 형사절차상 범죄피해자의 권리에 관한 정보

2. 범죄피해 구조금 지급 및 범죄피해자 보호·지원 단체 현황 등 범죄피해자의 지원에 관한 정보

3. 그 밖에 범죄피해자의 권리보호 및 복지증진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

1항에 따른 정보 제공의 구체적인 방법 및 절차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만약 현재 이런 사건이 일어났다면 엄마는 피해자로서 범죄피해자 권리고지를 미리 받을 수 있었을 겁니다. 이를 <수사기관의 범죄피해자에 대한 권리고지 의무화 제도>라고 하는데요. 범죄피해자가 가진 권리를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 피해자에게 서면으로 미리 알려줘야만 하는 것으로, 신뢰 관계자 동석 조사 가명 조서 요청 형사 절차 진행 정보 제공 증인 출석 시 비공개 심리 신청 재판에서의 진술에 대한 내용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실제 사용되고 있는 범죄피해자 권리 및 지원제도 안내서

    

영화 공정사회에 현존하고 있는 범죄피해자 보호 정책을 대입한다면 어떨까요? 영화 속 엄마는 맨발로 범인을 잡으러 뛰어다니지 않아도 되고, 형사는 보다 전문적인 지원 아래 수사를 계속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아이는 전문가의 보호아래 불필요한 진술을 반복하지 않아도 되고, 범죄로 인한 또 다른 피해를 예방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성폭력 피해는 피해 사실도 힘들지만, 수사하는 과정, 재판하는 과정, 극복하는 과정도 아주 길고 힘듭니다. 피해를 입은 당사자 뿐 아니라 피해자를 보호하는 가족에게도 큰 충격이고 아픔인데요. 영화 공정사회를 보면서, 공정하지 않은 사회를 비판하기 보다는, 영화 속 상황에서 피해자를 도울 수 있는 제도와 정책이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고 관심을 가져보는 계기를 마련하면 좋겠습니다.

 

= 8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원지연(일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