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마리아인 vs 나쁜 사마리아인

댓글 0

법동네 이야기

2021. 1. 7.

202073,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응급환자가 있는 구급차를 막아 세운 택시기사를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시되었습니다. 그 청원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청원인의 어머니가 위독한 상황이라 사설 응급차에 모시고 응급실에 가던 중 영업용 택시와 가벼운 접촉사고가 있었는데, 해당 택시기사가 사건 처리가 끝나기 전까지 응급차를 보내줄 수 없다며 막아서서 10분가량 호송이 지체되었고 결국 골든타임을 놓치고 말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글은 많은 사람들의 분노와 공감을 사, 73만 명이 넘는 국민이 이 청원에 동의를 표했습니다. 그 결과, 청와대로부터 해당 택시기사를 특수폭행, 업무방해, 보험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하였으며, 긴급자동차에 대한 양보의무와 우선 신호 시스템을 정비할 것을 약속하는 답변이 달렸습니다.

 

 

그러나 이 사례와 같이 응급환자의 이송을 위한 구급차의 운행을 방해하여 해당 환자가 상해 또는 사망에 이르렀을 경우, 구급차의 운행을 방해한 사람을 처벌할 수 있는 별도의 법 규정이 존재하지 않아, 택시기사의 구급차 운행 방해 행위를 업무방해 행위로 처벌할 수밖에 없었던 점은 많은 국민들에게 탄식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소방기본법

21(소방자동차의 우선 통행 등) 모든 차와 사람은 소방자동차(지휘를 위한 자동차와 구조·구급차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가 화재진압 및 구조·구급 활동을 위하여 출동을 할 때에는 이를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50(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 21조 제1항을 위반하여 소방자동차의 출동을 방해한 사람

 

위 소방기본법에 의하면 소방자동차의 출동을 방해한 사람을 처벌하는 규정이 마련되어 있기는 하지만, 소방자동차의 범위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이 사례에서의 사설 응급차는 소방자동차에 해당하지 않아, 이 법조항으로 처벌할 수는 없습니다. (‘문열고 사진 찍은 택시기사, 사설 응급차라서 벌금 20만원?’, 중앙일보, 2020.07.06.일자 보도 참조 https://news.joins.com/article/23817757 )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4(국민의 권리와 의무) 누구든지 119구조대원·119구급대원·119항공대원이 위급상황에서 구조·구급활동을 위하여 필요한 협조를 요청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이에 협조하여야 한다.

누구든지 위급상황에 처한 요구조자를 발견한 때에는 이를 지체 없이 소방기관 또는 관계 행정기관에 알려야 하며, 119구조대·119구급대·119항공대가 도착할 때까지 요구조자를 구출하거나 부상 등이 악화되지 아니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또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과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에도 응급환자에 대한 응급의료 또는 위급상황에서 구조·구급활동을 위하여 필요한 협조를 요청할 시 적극 협조하여야 할 의무가 규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 조항들에는 따라오는 벌칙 규정이 존재하지 않아 실효성이 희박한 형편입니다.

 

이처럼 현행법상 응급환자에 대한 구조 및 협조를 강제하는 법 규정이 미비한 상황에서 위 청원과 같은 사건들이 계속해서 발생하자, 응급 환자에 대한 구조의무를 다하지 않거나 오히려 방해하는 사람을 처벌하는 소위 나쁜 사마리아인 법을 제정하자는 국민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사마리아인 법에는 착한 사마리아인 법나쁜 사마리아인 법이 있는데, 두 개념이 종종 혼용되기 때문에 이를 헷갈려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에, 지금부터 사마리아인 법의 유래와 여기에서 파생된 착한 사마리아인 법나쁜 사마리아인 법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이 두 개념이 현재 어떤 식으로 법률에 적용되어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2(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응급환자란 질병, 분만, 각종 사고 및 재해로 인한 부상이나 그 밖의 위급한 상태로 인하여 즉시 필요한 응급처치를 받지 아니하면 생명을 보존할 수 없거나 심신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환자 또는 이에 준하는 사람으로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람을 말한다.

응급의료란 응급환자가 발생한 때부터 생명의 위험에서 회복되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위해가 제거되기까지의 과정에서 응급환자를 위하여 하는 상담·구조·이송·응급처치 및 진료 등의 조치를 말한다.

r

응급의료종사자란 관계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취득한 면허 또는 자격의 범위에서 응급환자에 대한 응급의료를 제공하는 의료인과 응급구조사를 말한다.

5(응급환자에 대한 신고 및 협조 의무) 누구든지 응급환자를 발견하면 즉시 응급의료기관 등에 신고하여야 한다.

응급의료종사자가 응급의료를 위하여 필요한 협조를 요청하면 누구든지 적극 협조하여야 한다.

 

한 유태인이 예루살렘의 한 지역으로 향하던 중, 강도를 만나 본인이 입고 있던 옷을 모두 빼앗기고 강도들에게 맞아 위태로운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 유태인이 쓰러져있던 길에 한 유태인 제사장이 지나가다가 그를 발견하였지만 그냥 지나쳐 버렸고, 레위인도 지나가다가 그를 발견하였지만 못 본 체하고 피하였습니다.

 

그러나 사마리아인은 그를 발견하자 가까이 다가가 기름과 포도주로 상처를 소독하고, 본인이 타고 있던 짐승에 그 유태인을 태워 주막으로 데리고 가 돌보았습니다. 당시 사마리아인은 유태인에게 멸시를 받는 인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마리아인은 유태인을 돌보고 걱정하다가 결국 주막 주인에게 돈을 주며 유태인이 회복할 때까지 돌봐줄 것을 부탁하고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이러한 성경 속 사마리아인의 이야기에서 사마리아인 법이 유래된 것입니다.

 

 

사마리아인 법중 넓은 의미의 착한 사마리아인 법나쁜 사마리아인 법의 개념을 포괄하지만, 좁은 의미의 착한 사마리아인 법은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에게 선의로 응급처치 등의 도움을 제공한 행위가 결과적으로 해당 환자에게 재산·신체상의 손해를 입힌다고 하더라도 책임을 면책 또는 감경하는 법입니다. , 도움을 제공한 사람의 선의에 초점을 맞춘 법입니다. 이러한 착한 사마리아인 법은 우리나라의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도 아래와 같이 규정되어 있습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5조의2 (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에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응급의료 또는 응급처치를 제공하여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에 대하여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그 행위자는 민사책임과 상해에 대한 형사책임을 지지 아니하며 사망에 대한 형사책임은 감면한다.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자가 한 응급처치

. 응급의료종사자

. 선원법 제86조에 따른 선박의 응급처치 담당자,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따른

구급대 등 다른 법령에 따라 응급처치 제공의무를 가진 자

2. 응급의료종사자가 업무수행 중이 아닌 때 본인이 받은 면허 또는 자격범위에서 한 응급의료

3. 1호 나목에 따른 응급처치 제공의무를 가진 자가 업무수행 중이 아닌 때에 한 응급처치

 

이에 반해 나쁜 사마리아인 법은 자기 또는 제3자의 위험을 초래함이 없이 위급·위험한 상황에 처한 타인을 구조하지 않은 경우, 그 구조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람을 처벌하는 법입니다. , 도움을 제공하지 아니한 사람의 악의에 초점을 맞춘 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나쁜 사마리아인 법은 현재 우리 법률상에서는 명문화되어있지 않습니다.

 

형법

271(유기, 존속유기) 노유, 질병 기타 사정으로 인하여 부조를 요하는 자를 보호할 법률상 또는 계약상의무 있는 자가 유기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하여 제1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항의 죄를 범하여 사람의 생명에 대한 위험을 발생하게 한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2항의 죄를 범하여 사람의 생명에 대하여 위험을 발생한 때에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위의 형법상 유기죄는 노유(=노인과 어린아이), 질병 기타 사정으로 인하여 부조를 요하는 사람을(=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유기한 경우를 처벌하고 있어, ‘나쁜 사마리아인 법과 유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위법행위의 주체가 법률상 또는 계약상의무 있는 자이기 때문에 그 주체의 범위가 상당히 좁아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관련 판례에서 유기죄는 법률상 또는 계약상의무 있는 자만을 그 주체로 규정하고 있으니 명문상 사회 상규상의 보호책임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며, 유기죄의 죄책을 인정하려면 보호책임이 있게 된 경위, 사정관계 등을 설시하여 구성요건이 요구하는 법률상 또는 계약상 보호 의무를 밝혀야 될 것이고, 특정지점에서 특정지점까지 가기 위하여 길을 같이 걸어간 관계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설혹 동행자가 구조를 요하게 되었다 하여도 보호할 법률상 계약상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77. 1. 11. 선고 763419 판결)

 

우리나라는 전술한 바와 같이 나쁜 사마리아인 법에 대한 명문규정이 없지만, 해외에서는 다수의 입법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래의 프랑스 형법은 구조불이행 행위에 대하여 5년의 구금형 및 75,000유로의 벌금에 처하고 있으며, 독일 형법 역시 구조불이행 행위에 대하여 1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에 처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역시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며,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의 나라는 3개월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미국의 30여 개 주는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김빛이라, ‘응급차 가로막아도 업무방해죄?... ‘나쁜 사마리아인법도입 추진’, KBS NEWS, 2020.08.17. 보도)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518626&ref=A

 

 

이에 우리나라 역시 나쁜 사마리아인 법을 명문화하기 위한 입법안이 다수 발의되었습니다.

현재 발의된 법률안 중 하나는 형법 일부개정 법률안으로, 형법상 구조불이행 조항을 신설하여 타인의 생명이 위급하거나 신체에 대한 중대한 위험이 발생하여 구조가 필요한 자의 구조 요청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나 제3자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의 초래 없이 가능한 구조행위를 하지 아니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이러한 구조불이행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형법

223-6(범죄의 불저지 및 구조불이행) 자기 또는 제3자의 위험을 초래함이 없이 자신의 즉각적인 행동으로 타인의 신체의 완전성에 대한 중죄 또는 경죄의 실행을 막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의로 이를 막지 아니한 자는 5년의 구금형 및 75,000유로의 벌금에 처한다.

자기 또는 제3자의 위험을 초래함이 없이 개인적 행동에 의하여 또는 구조의 요청에 의하여 위험에 처한 타인을 구조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의로 이를 하지 아니한 자는 전항과 동일한 형에 처한다.

 

출처/ 김병수. "구조행위자에 대한 지원방안으로서 선한 사마리아인법." 법제연구 -.52 (2017): 241-271. 246p

독일 형법

323c (구조불이행죄) 사고, 공공위험 또는 긴급상황 발생시, 필요하고 제반사정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구조행위, 특히 자신에 대한 현저한 위험 및 기타 중요한 의무의 위반 없이도 가능한 구조행위를 행하지 아니한 자는 1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출처/ 김병수. "구조행위자에 대한 지원방안으로서 선한 사마리아인법." 법제연구 -.52 (2017): 241-271. 245-246p

 

뿐만 아니라 전술한 사건과 관련하여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도 발의된 바 있는데, 이 발의안에 따르면 응급의료를 방해하거나 의료용 시설 등을 파괴·손상 또는 점거하여 의료행위를 받는 환자를 상해에 이르게 한 사람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상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중상해에 이르게 한 사람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며, 사망에 이르게 한 사람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게 됩니다.

 

또 다른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에 의하면, 누구든지 응급환자의 이송을 위한 구급차 등의 운행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규정을 신설하고, 이에 따라 이 조항을 위반하여 구급차 등의 운행을 방해하여 해당 구급차 등에 있는 응급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람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됩니다.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질병, 상해, 사망의 상황을 마주합니다. 우리는 그러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하여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발전을 도모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기술력과 인프라 등으로는 구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현재 살릴 수 있고, 도울 수 있는 단 한 사람이라도 더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의료 종사자, 구급대원들 말고도 우리 모두의 노력과 관심이 필요합니다.

 

나쁜 사마리아인 법의 도입으로 우리가 공동체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한 번 더 손을 내밀어줄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 12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남지호(대학부)

이미지 = 클립아트코리아

참조

- ‘문열고 사진 찍은 택시기사, 사설 응급차라서 벌금 20만원?’, 중앙일보, 2020.07.06.일자 보도

-김빛이라, ‘응급차 가로막아도 업무방해죄?... ‘나쁜 사마리아인법도입 추진’, KBS NEWS 2020.08.17. 보도,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518626&ref=A

- 김병수. "구조행위자에 대한 지원방안으로서 선한 사마리아인법." 법제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