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태움'과 간호사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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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블기 이야기/힘이되는 법

2022. 1. 27.

 

 

 

“우리가 간호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부터가 너무나 잘 못 되었던 거라고,
업무 강도, 태움으로 이미 많은 간호사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간호사의 처우는 절대 변하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간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게 잘못된 거라고.“

-고 오 간호사 동료의 말 인용

 

(출처 경기도 개원병원에서 일하던 제 친구 24살 신규 간호사가 자살을 했습니다. https://pann.nate.com/talk/363714061)

 

 

 

 

몇 달 전, 24살의 신규 간호사가 또다시 희생당했습니다.

 

간호사 앞에서 차트를 던지며 모욕을 주던 선배 간호사, 사직 호소에도 무시했던 파트장, 간호사 1명 당 환자 23명을 맡아야 하는 턱없이 부족한 인력 구조와 이를 당연시하는 병원. 모든 것이 문제였습니다.

 

 

‘태움’이란 무엇일까요?

태움이란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의미로, 주로 선배 간호사가 후배 간호사를 괴롭히는 악습을 일컫는 은어입니다.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사소한 실수에 과하게 질책하거나 다른 간호사, 환자 앞에서 폭언과 욕설을 하며 모욕을 주는 등 모든 행위가 태움에 해당합니다.

 

이 태움으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례는 이번만이 아닙니다. 2019년 고 서 간호사는 병원 직원들에게는 조문도 받지 말라라며 유서에 적기도 하였는데요. 수차례 부서 이동에 대해 면담을 실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부서이동이 되거나, 책상과 컴퓨터도 지급되지 않은 채 간호사 업무를 담당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야간전담 간호사를 두어야 가산점을 받는 야간전담제도가 생긴 이후, 병원은 인력 충원 대신 기존 간호사에게 추가 근무를 강요하였습니다. 때문에 서 간호사는 동료들에 비해 2배 이상의 야간 근무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태움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법 조항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이하 “직장 내 괴롭힘”이라 한다)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76조의3(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 ①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그 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다.
② 사용자는 제1항에 따른 신고를 접수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그 사실 확인을 위하여 객관적으로 조사를 실시하여야 한다.
⑥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등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2018년 고 박 간호사의 죽음 이후 간호사 태움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근로기준법 제762직장내 괴롭힘의 금지라는 법 조항이 신설되었습니다.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에 의하면 누구든지 태움을 발견한 경우 그 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습니다. 만약 해당 신고로 인해 불리한 처우를 당했을 시에는 사용자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또한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교육, 가해자 제재, 재방방지대책, 금지되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 등을 정해 취업규칙에 필수적으로 기재하여 신고해야 하는 절차도 만들어졌습니다. 이를 신고하지 않으면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이렇듯 2019년부터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여 법적 측면에서도 점차 보완되어가고 있는데요, 다만, 각종 인권단체에서는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일 경우에 이를 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아직까지 없으며, 5인 이하 사업장은 법망을 피해갈 수 있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법의 사각지대를 막을 수 있는 개선안이 필요해 보입니다.

 

 

세계 90개국, 대부분의 국가가 간호법을 두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독립된 법안이 없습니다.

 

(출처 간호법 제정 두고 의료계 갈등 격화복지부, 대안 마련 예정, http://www.wolyo.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6342)

 

변호사, 법무사, 공인회계사 등 대부분의 전문 직종은 단독법이 있는 반면 간호사는 아직까지 의료법에 묶여있는 것인데요. 따라서 간호사 단체에서는 간호사의 업무 범위, 인력 수급, 교육, 근무 환경 등을 규정한 독자적인 간호법이 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태움과 같은 악습이 생긴 데에는 단순히 개인의 인격적인 문제일 수 있지만, 태움을 합리화하는 악순환, 병원의 은폐, 열악한 노동조건, 인력난 등의 구조적 문제들이 모두 결부되어 있기도 합니다.

 

인력난으로 인해 신규 간호사는 보통 2~3개월 만에 프리셉터(사수 간호사)의 교육을 받고 독립(혼자 환자들을 맡게 되는 것)하게 됩니다. 짧은 기간에 60가지의 업무를 손에 익히는 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신규 간호사에게도 큰 압박과 부담감이 주어지는데요. 그러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만큼 단 하나의 실수도 용납될 수 없는 업무적 상황 상, 과중된 업무와 더해져 예민한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태움은 짧은 교육기간, 태움, 높은 이직률에 따른 인력난으로 악순환되어 왔는데요. 2018년 고 박 간호사와 2019년 고 서 간호사의 극단적 선택 이후 3년이 지난 현재까지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은 무엇보다 간호사의 근무 환경과 처우 개선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이 일반인에게도 더 공유되어 간호법 제정에 대한 논의가 하루빨리 더 진전되길 바랍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간호사가 여유로운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를 기대해봅니다.

 

 

 

글 = 제13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장희윤(대학부)

이미지 = 클립아트코리아, 청와대 국민청원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