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외치면 명예훼손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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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블기 이야기/매체 속 법

2022. 5. 20.

 

 

옛날에 미다스라는 이름의 왕이 있었습니다. 음악의 신 아폴론과 염소인간 이 악기 연주 시합을 할 때 거기서 미다스판 연주가 더 멋지다.”라고 했다가, ‘아폴론이 내린 분노의 저주(?)를 받아 귀가 당나귀처럼 변하고 말았습니다. “이런 음악을 들을 줄도 모르는 당나귀 귀 같으니라고!!”하면서 말이죠.

 

미다스 왕은 이 일이 있고나서부터는 귀를 가리고 다녔습니다. 사람들은 왜 왕이 갑자기 머리에 큰 모자를 쓰는지 궁금해 했는데 어느 날 미다스 머리를 자른 한 이발사가 미다스 왕 귀를 보고는 너무 입이 근질거린 나머지 땅에 구멍을 파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라고 소리를 쳤습니다. 그런데 이후 그 자리에 갈대가 자라면서 바람이 불면 갈대 사이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소리가 나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그 갈대밭을 지나는 사람들이 너도 나도 그 소리를 듣게 됐고, 미다스 왕도 기왕 이렇게 된 거, 숨기지 말고 공개하지 뭐!’ 하면서 큰 귀를 더 이상 가리지 않게 되었고, 오히려 그 큰 귀로 백성들의 민원청취를 잘 해서 더 좋은 왕이 되었다는 훈훈한 이야기입니다.

 

 

▲  미다스 왕의 당나귀 귀  ⓒ「 Tournier Midas 」 , by Nicolas Tournier

 

 

 

거짓 아닌 사실을 말해도 명예훼손일까?

 

이 이야기에는 명예훼손에 대한 사례들이 왕창 숨어있습니다. 아폴론 연주보다 판의 연주가 좋다는 미다스 왕의 발언은 아폴론에게 매우 모욕적이었나 봅니다. 아마도, 자신이 명색이 음악의 신인데 염소인간 보다 못하다는 평을 받은 게 기분이 나빴던 모양이죠. 그래도 그렇지 아폴론은 신이면서도 인간이 자기편을 안 든다고 명색이 임금이라는 사람의 귀를, ‘당나귀 귀로 만들어버립니다. 그리고 금방 뒤이어, ‘임금님 귀가 당나귀 귀라는 사실을 이발사가 의도치 않게 폭로해버립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인 것이 사실이기는 한데, 왕이 원하지 않는 것을 이발사가 의도치 않게 폭로해버린 사건! 이럴 때 우리나라는 어떤 법을 적용할 수 있을까요?

 

 

우리 형법307~309조에서 명예훼손에 대한 규정을 찾아볼 수 있는데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였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사실이 아닌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훼손했을 경우에는 그 죄값이 더 큰데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사자의 명예훼손,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 훼손 등에 대한 규정도 있습니다.

 

 

 형법
제307조(명예훼손) ①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한, 우리 민법764조에서는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자에 대하여 법원이 피해자의 청구에 의하여 손해배상에 갈음하거나 손해배상과 함께 명예훼복에 적당한 처분을 명할 수 있다고도 되어 있습니다. 더불어, 750조 또는 제751조 따라 명예훼손에 대한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명예훼손죄에 있어서의 ‘사실의 적시’란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대치되는 개념으로서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 내지 진술을 의미하는 것이며, 그 표현내용이 증거에 의한 입증이 가능한 것을 말하고 판단할 진술이 사실인가 또는 의견인가를 구별함에 있어서는 언어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입증가능성, 문제된 말이 사용된 문맥, 그 표현이 행하여진 사회적 상황 등 전체적 정황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6. 9. 28. 선고 2004도6371 판결, 대법원 2007. 12. 14. 선고 2006도2074 판결).

 

 

 

배달앱, 블로그, 맘 카페 등 온라인 공간에서 어떤 음식점에 갔는데 별로더라”, “어떤 매장에서 이러이러한 일이 발생해서 불쾌했다.”라는 스토리를 종종 접하게 되는데요. 이처럼 웹 상에서 어떤 에피소드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명예훼손을 유발했다면 형법이나 민법보다도 정보통신망법이 먼저 적용됩니다. 정보통신망법70조는 정보통신망을 통한 명예훼손에 대한 조항이 있습니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벌칙) ①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민법형법의 명예훼손 vs 정보통신망법의 명예훼손?

똑같은 명예훼손이지만 앞서 언급된 민법형법명예훼손, 정보통신망법상의 명예훼손에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민법형법비방할 목적을 따지지 않지만 뒤에서 언급된 정보통신망법은 비방할 목적이 있었느냐 없었느냐를 본다는 거지요.

 

형법310조는 307조 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쉽게 풀어보면, 의도는 상관없고 설혹 비방할 목적이었어도 그것이 고의든 과실이든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가를 우선으로 판단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앞서 미다스 왕이 아폴론의 연주보다 판의 연주가 더 낫다.”라고 이야기한 상황을 예로 들어보죠. 명예훼손 관점에서는 그 발언이 공연했는지를 먼저 판단해야 하는데, 공연장의 특성상 옆에 불특정 다수가 다 그 이야기를 들었으니 아주 공공연하다는 것이 인정이 됩니다. , 대상이 구체적인지를 따져 보면, 말에 누구 보다 누가 더~~”라며 주어를 딱 집어 말했으니 구체적이라고 볼 수 있고요. 그러나 미다스 왕의 평가는 개인적 취향을 이야기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아폴론을 비방하거나 명예를 훼손할 의도가 있었는지를 판단해서, 그런 판단이 없었다면 미다스 왕은 무죄로 판명이 나게 될 것입니다.

 

 

▲  미다스의 심판  「 The judgement of Midas 」 , by Abraham Janssens

 

 

 

평론가들이 가끔 예술가나 예술 작품에 대하여 따끔한 일침을 가하는 경우가 있지요 그런데 그 비평가들이 모두 명예훼손 소송에 휘말리지는 않습니다. 그 비평의 행동이 단순히 비방할 목적이 아니라 공익의 목적을 가지고 하는 활동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예로 든 배달 앱, 맘 카페 게시판, 블로그 등 인터넷 공간에 게재된 내용은 어떨까요?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확인할 수 있다면 공연성이 인정되고, 내용상 그 대상이 구체적으로 적시되기도 하지만 그에 앞서 적시한 내용이 비방의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를 동시에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비방할 목적판단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은 판례가 있습니다.

 

‘비방할 목적이란 가해의 의사 내지 목적을 요하는 것으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과는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의 방향에 있어 서로 상반되는 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할 목적은 부인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대법원 2005.4.29.선고 2003도2137)

 

 

참고로 주문한 음식이 왔는데 양이 적음이라든지 빅 사이즈라고 했는데 실제로 받아보니 작아서 실망같은 구체적인 사실 적시는 업체를 단순히 비난할 의도라기보다는 제3자들이 보고 참고할 수 있는 공익정보라고 판단되거나,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진실에 근거한 악의 없는 인터넷 리뷰는 무죄라는 것이죠.

 

이번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본의 아니게 소문을 낸 이발사의 운명을 점쳐볼까요?

앞서 미다스가 연주에 대한 평을 한 것은 단순 의견으로 볼 수 있겠지만, 이발사가 임금님 귀가 당나귀 귀라고 이야기한 것은 신체의 비밀 같은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한 것입니다. 임금님귀가 당나귀귀인 것을 적시한 것이 공익에 부합한다고 보긴 어려우므로, 이발사는 처벌을 면하기 어려워 보이네요.

 

 

명예훼손? 상대에 대한 예의와 배려만 있다면!

 

 

명예는 누구나 소중합니다. 그러나 이 명예라는 것은 매우 주관적인 것이어서 누군가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말이 어떤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습니다. 또 말 한마디로 한 사람의 인생이 좌지우지 되거나 가게가 흥하거나 망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더욱이 요즘 온라인 영향력이 커지면서 평범한 개개인도 댓글이나 인터넷 게시물을 통해 얼마든지 주동자의 역할을 할 수가 있기 때문에 게시물 하나, 댓글 하나에도 감정보다는 대상에 대한 배려와 예의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내 발언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진 않는지, 내 언행이 경솔한 것은 아닐지 한번쯤 생각해보고 당당히 내 목소리를 낸다면 더 건전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을까요? 내 말 한마디의 나비효과가 온라인에서는 더 큰 날개짓을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 14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조남식(성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