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 아빠라서 출생등록되지 못한 아기? 법으로 보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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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블기 이야기/힘이되는 법

2022. 6. 27.

 

 

당연한 출생신고가 누군가에겐 어렵다면?

 

사람이 태어나면 당연히 출생신고를 합니다. 아이는 출생신고로 얻은 주민등록번호를 통해 법적으로 존재하게 됩니다. 그 기준으로 의료보험, 필수예방접종, 국민연금, 취학, 취업, 군대, 세금 등등 여하간 국민으로서 책임과 권리를 누리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법령에도 불구하고 신고가 되지 않은, 신고가 어려운 아이들이 있습니다. 신고가 안 된 아이들은 분명 태어나서 우리와 같은 공간에서 숨을 쉬며 살아가지만 법적으로는 존재하지 않은 상태로 존재합니다. 이런 아이들은 법과 제도 사각지대에 놓여 위에 열거된 복지혜택을 누릴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영아 학대, 유기 등 범죄에도 쉽게 노출될 우려가 있습니다. 법과 제도의 보호를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네이버 웹툰 <닥터 앤 닥터 육아일기>, 미혼부 출생신고를 익스트림 장애물경주에 비유 ⓒ 웹툰작가 ‘닥터베르’님께 이미지 사용 동의 완료

 

부모가 유기하여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출생신고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아기의 미혼 아버지들(미혼부)이었는데요. 가족관계의 등록에 관한 법률(이하, 가족관계등록법)에 원칙적으로 미혼모인 아기 엄마가 아기의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어서, 아기 엄마가 없으면 미혼부인 아기 아빠가 출생신고를 할 수가 없었답니다. 그래서 미혼인 아기의 엄마가 아기를 낳아놓고 미혼인 아빠에게 맡긴 후 그냥 사라져 버렸다면, 아기 아빠가 아기의 출생신고를 할 수가 없었고, 아이의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 미혼부들이 몇 년간 법정다툼을 하는 경우도 생겨났습니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46조(신고의무자) ① 혼인 중 출생자의 출생의 신고는 부 또는 모가 하여야 한다.
② 혼인 외 출생자의 신고는 모가 하여야 한다.
③ 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신고를 하여야 할 사람이 신고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이 각 호의 순위에 따라 신고를 하여야 한다.
1. 동거하는 친족
2. 분만에 관여한 의사ㆍ조산사 또는 그 밖의 사람
④ 신고의무자가 제44조제1항에 따른 기간 내에 신고를 하지 아니하여 자녀의 복리가 위태롭게 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출생의 신고를 할 수 있다.

 

 

20155, 아이 엄마의 이름, 주소를 알 수 없는 경우 미혼부가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었습니다. 상당히 많은 미등록 아기들이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었죠. 20214월부터는 엄마가 정당한 이유 없이 협조하지 않는 경우라든지 공적서류로 입증할 수 없는 경우(불법체류 외국인 등)에도 미혼부가 단독으로 아기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 번에 큰 변화를 이끌어내지는 않았지만 두 차례의 법 개정을 거쳐 미혼부 출생신고의 문이 조금씩 열리고 있습니다.

 

△ 「 미혼부 자녀 출생신고 및 복지급여 . 건강보험 지원 안내 」  리플릿  ⓒ 여성가족부 홈페이지

 

 

그러나 여전히 혼외 관계에서 태어난 아이는 엄마가 출생신고 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미혼부는 법원에 엄마가 출생신고 못하는 사유를 복잡한 절차와 비용을 들여 스스로 입증해야 했습니다. 가정법원을 통한 출생신고가 제대로 처리돼도 대체적으로 3~6개월이 걸리는데 일반 신생아들이 태어나서 바로 정부의 보조 아래 수가지의 예방주사를 맞고, 나라의 보살핌을 받는 것을 생각해보면, 출생신고가 어려운 아기들에게 정부의 지원이 닿지 않는 그 시간은 너무 길어 보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 지난 20219, 미혼부 몇몇이 미혼부 출생신고 관련 헌법 소원을 냈습니다. 미혼부 4명이 청구인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대통령 탄핵 심판에 참여했던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이 함께 참여하여 헌법소원을 준비했습니다. 이 사건은 헌재 전원재판부에 회부돼 심리 중입니다.

 

 

 

아기의 권리를 찾아준 법률홈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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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에서는 2012년부터 법적 도움을 받기 어려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법률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법무부 소속 변호사들이 전국 65개 지역 시청, 구청, 사회복지협의회 등에서 활동하며 법률 상담, 교육, 대행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인데요. 처음 20명으로 시작했던 법률홈닥터는 20185월 기준 65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이런 법률홈닥터가 최근 유령아이의 출생신고를 도운 적이 있습니다. 몇 해 전 서울에 한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한 아이를 구청에 신고합니다. 그런데 구청 보육지원과 담당공무원도 이런 경우가 워낙 흔치않으니 행정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이때 담당공무원은 과거 주민센터에서 복지업무를 담당할 때 알았던 법률홈닥터를 떠올려 도움을 요청하게 되는데요. 법률홈닥터는 무려 3년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 결국 출생신고를 완료했습니다.

 

 

2021년 개정된 가족관계등록법중에서 신고의무자가 기간 내에 신고를 하지 아니하여 자녀의 복리가 위태롭게 될 우려가 있는 경우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출생식노를 할 수 있다라는 조항 덕분에 한 명의 유령아이가 세상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46조 제4)

 

 

 

유령 아기, 출산통보제로 크로스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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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는 우리아이들의 첫 권리인 아동의 출생등록 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출생통보제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주요 내용은 아이가 태어나면, 그 출생한 의료기관의 장이 그 지역의 시···장에게 아이의 출생사실을 의무적으로 통보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겁니다(개정안 제44조의3 신설). ···장은 그 아이의 출생신고가 되었는지를 확인하여,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기에 대해서는 직권으로 가족관계등록부에 출생을 기록해야 합니다(개정안 제44조의 4 신설).

 

 

그동안은 아이의 부모나 가족에게 출생신고의 의무를 부여해 왔지만, 의료기관장에게도 출생을 통보할 의무를 준다는 것은 좋은 시도로 보입니다.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 의료기관 분만이 99.6%에 달하기 때문에 적어도 태어나는 아기의 99%는 출생즉시 통보가 되고, ···장이 크로스 체크 할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인데요. 제대로 정착이 된다면, 유령처럼 살아야 하는 아이들이 지금보다는 확실히 줄어들지 않을까 기대가 됩니다.

 

 

[갓 태어난 우리 아기의 첫번째 권리를 위해, 출생통보제블로그기사 더 보기 클릭]

 

 

클립아트코리아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큰다는 말이 있습니다. 가령 성인의 3년과 아기의 3년은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지요. 성인의 3년은 그날이 그날일지 모르지만, 아기의 3년은 앉고, 뒤집고, 기고, 서고, 이가 나고, 음식물을 씹어서 소화시키고, 의사소통을 하고, 걷고, 뛰는 모든 것을 배우게 되는 시간입니다. 말 그대로 격변의 시간입니다.

 

 

그리고 아이를 키워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아프기도 참 많이 아픕니다. 사소한 우연으로 아이들이 매우 크게 다치기도 하고 혹여 갑자기 열이 올라 축 늘어지거나 먹은 것도 없는데 정말 분수처럼 토를 할 때 부모가 느끼는 심정을 정말 말로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만약 아이가 법으로 등록되어 있지 않다면 예방접종도, 진료도 할 수 없습니다. 그 고통의 시간에 놓인 아기를 부부가 아닌 혼자서, 나라의 도움 없이 맨 몸으로 지켜낸 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겁니다. 미혼부의 출생신고 문턱을 낮춰야 하는 일은 아빠들이 아니라 유령아기들을 세상 밖으로 꺼내, 세상의 도움을 받아 지켜주기 위함입니다.

 

 

 

 

= 14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조남식(성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