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을 슬프게 하는 사회에서는 누가 행복할까

댓글 2

[문순c네]/문순c네 통통발언

2010. 7. 20.

어제 코미디언 김미화씨가 ‘KBS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영등포 경찰서에 출두했습니다.

 

‘친정집에서 고소당한 딸 심정’이라는 기가 막힌 말을 남기고요.

 


‘제발 코미디언으로 살게 해달라’는 그녀의 외침은

여러 번 곱씹어도 마음 한 켠에 묵직한 돌덩이를 얹어놓은 것 같습니다.


80년대 김미화씨가 이른바 ‘국민 코미디언’으로 등극하게 된 ‘쓰리랑 부부’가 한창 인기였을때 저는 당시 초등학생이었습니다.


일자 눈썹을 붙이고, 조그만 체구에 야구 방망이를 들고 다니면서 잘생긴 남편을 이리 내몰고 저리 내몰던 억척 새댁이 이상하게 주인집 아줌마만 보면 맥을 못 추곤 했었지요.

주인아줌마와 순악질 새댁이 내질르는 ‘방 빼’, ‘못 빼’가 유행어가 됐고,


불 빨리 꺼라, 수돗세 많이 나온다, 기르는 개가 시끄럽다. 등등


셋방살이 하는 가난한 신혼부부가 겪는 일상적인 서러움들을

재치 있고 발랄하게 재가공해서 던져주곤 했습니다. 

 

그렇게. 사람들을 ‘웃기기 위해’ 살아온 김미화씨가

오늘은 슬프다고 합니다.


가난한 셋방살이 시절도, 버스 안내양의 고달픔도

방송국 청소부 아줌마의 일상도 웃음으로 만들어냈던 그녀였는데


 

정부 권력에 대한 ‘KBS의 과잉충성’이라는 블랙코미디만큼은 웃음으로 만들어내지 못한 것 같습니다.

 

게다가, 


본인이 ‘좌파’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SBS로부터 이른바 ‘사상 확인증’을 뗐던 것도

진행하는 라디오 생방송 직전에 들어닥친 경찰이 ‘대본을 보자’며 사전 검증을 했던 것도

게이트 킵핑 운운하면서, 5년째 시사 라디오 프로를 진행하고 있는 사람의 ‘발음’을 붙잡고 늘어지는 것도

그녀가 제기한 블랙리스트의 여론막이용으로 난데없이 공개된 전과 연예인 18명의 명단 등은


조소조차도 던져주기 힘든 암울한 현실입니다.


김미화씨, 미안하지만

오늘은 당신이 별로 웃기지 않습니다.


슬픈 코미디언을 보면서 재미있다고 웃을 사람. 과연 누가 있을까요? 


 

by 권백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