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의 ‘군대발언’ 후속조치,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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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순c네]/문순c네 통통발언

2010. 7. 29.

이런 말로 시작하게 되서 유감입니다만,

바야흐로 ‘망언의 시대’인 것 같습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이북이 좋으면 가서 살라’부터 시작해서

최저생계비로 연명하는 쪽방촌 생활을 두고 ‘황제의 식탁’ 운운하는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의 말은 한여름 불쾌지수를 더욱 높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 뿐입니까.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의 ‘아나운서는 다 줘야한다’는 발언은 시간이 지나도 두고두고 분이 삭이지 않습니다.


올해는 유독 ‘망언’이 잇따랐던 것 같습니다.


여기에, 최근에는 EBS에서 강연을 한 장 모 선생님의 발언도 크게 화제가 됐었지요.

국방의 의무를 준수한 대한민국의 모든 남성들, 그리고 앞으로 이 의무를 맡게 될 청년들까지 ‘잠재적인 살인병기’로 취급한 장 선생님의 발언은 분명히 문제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 EBS 곽덕훈 사장을 비롯해 발언 당사자인 장 선생님의 절절한 사과문과 더불어 방송 하차로 이번 사건은 그렇게 종결될 것 같습니다.


EBS의 즉각적이고 발빠른 사과 태도는 유명환 장관과 차명진 의원-강용석 의원 그리고 구설수에 오른 수많은 사람들이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긴 서두를 쓰면서 정작 하고 싶은 말은,

EBS의 대응이 좀 ‘과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EBS측은 이번 사건 이후 장 모 선생님의 하차와 더불어 모든 컨텐츠의 모니터링 과정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장 선생님이 지난 2007년부터 강의한 1400여건에 달하는 모든 강의 콘텐츠를 인터넷상에서 삭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BS는 현재 인터넷 홈페이지에 8월 9일까지 유예기간을 두고, 장 선생님의 강의를 다운로드 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기한 내에 다운 받으라는 안내문을 팝업창에 띄워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과연,

국민이 내는 방송 수신료를 지원받고, 중고등학생의 교재비 판매 수익으로 운영하고 있는 EBS가, 소중한 제작비를 들여 만든 1400여편의 컨텐츠를 모두 삭제할 만큼 큰 일이었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EBS의 결산 보고 과정에서 접한 이 소식에 권백수는 며칠간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EBS에 따르면, 사건 당사자인 장 선생님은 EBS에서 3년이 넘게 공개 강의를 할 만큼 시청률이 높은 인기 선생님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당시 상황이 공개 강좌였던 만큼 열띤 분위기에 이끌려 그런 발언이 나왔다고 합니다.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은 그 발언을 듣고도 크게 술렁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EBS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말이지요)


저는 이번 사태가 ‘미녀들의 수다’에 나왔던 ‘루저녀 사건’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해당 당사자의 발언은 ‘문제’가 틀림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정신적인 피해를 주었고, 사회적으로 그만한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하지만 그때 루저녀에게 쏟아지는 비판만큼 ‘왜 이런 문제된 발언을 사전에 편집하지 않았느냐’는 비판도 쏟아졌지요.


자체 편집을 왜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우리도 이렇게 일이 커질 줄은 정말 몰랐다’고 대답합니다. 뭐, 앞으로 모니터링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하니 그 부분에 대해 더 할 말은 없겠지만 사후약방문 같다는 생각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번 사태에 대해 EBS가 책임있게 대처하려는 자세는 모자람이 없습니다.

하지만 과해서 문제입니다.


EBS가 생산해내는 모든 컨텐츠의 주인은 학생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년간 그 선생님의 수업을 들어왔고, 아직까지도 그 수업을 즐겨 보는 수많은 학생들이 있겠지요.


컨텐츠에 대한 선택권은 학생에게 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장 모 선생님에 대해 진심으로 상처받고 실망한 학생들은 그 컨텐츠를 안 볼 권리가 있지만, 문제된 발언을 제외한 다른 강의 내용을 더 보고 싶은 학생들에게 선택의 여지를 남겨두지 않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또, 넉넉지 못한 살림을 이어나가며 교육방송을 이어나가고 있는 많은 분들의 노고를 따져봐서도 1400편 삭제는 ‘돈낭비’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