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은듯 살지만
글/00
핏빛보다 진한 갈망 숨죽여 잠재우고
짐짓 잊은듯 침묵으로 사는 것은
마음의 용광로가 식어서가 아니라
그때 그 눈물
닦아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아련한 날
푸른빛으로 창가에 서성이던 그대가
내 가슴 한켠에 눈물 무늬 남겨 놓고
홀연히 왔다 홀연히 떠났을 때
나는 까치발로 딛고 모둠발로 뛰었지요
그러나 이제는
무심히 흐르는 구름처럼
그저 먼발치에서 바라보고 살지만
세상 잣대로 잴 수 없는 사랑인가요
우표 붙이지 못한 편지는 오늘도 쌓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