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기행

    아티스트 2011. 6. 28. 18:11

    <이 사람> 이일성로원 손문권 원장
    오갈 데 없는 어르신 모시고
    아낌없이 주는 삶 50년째
    "힘이 없어질 때까지 계속할 겁니다"
    입력시간 : 2008. 11.03. 12:02


    ‘광주 정씨 시조가 후손을 안 남기고 돌아가셨네!’ 조금은 유머 있게 들릴 수 있으나, 광주광역시 동구 소태동 이일성로원에서 올해 10월 아름다운 생을 마감한 정숙자 할머니의 영결식에서 나온 말이다. 호적도 없이 이일성로원에서 여생을 보내다 작고한 그에게 본(本)을 만들고 명정(銘旌)을 덮어 하늘나라로 안내하며 자신이 항상 어르신들의 ‘큰아들’이라고 말하는 이일성로원 손문권(66) 원장을 만났다.

    그는 16세 때부터 어르신들을 모셔왔다고 하니 올해가 50년이 된 셈이다. 어쩜 인생의 전부를 나눔과 봉사에 정열을 쏟았으며, 아무나 할 수 없는 길을 걸어온 것이다. 어떻게 보면 손 원장 자신도 어르신 칭호를 받아야 하는데, 어르신들을 모시고 있는 것이 아이러니 하다는 기자 질문에도, 헌신적인 눈(眼)으로 평생을 같이해온 그의 대답은 그윽한 눈웃음이 전부였다. 지금까지 장례를 치러준 분들만도 700여 명이 된다고 하니, 그에게서 희로애락은 뭔가 특별했음을 암시했다.
    추석 한마당 잔치
    “예산이 없어서 혼자 널(棺)을 움직여 법인(法人)의 산에다 안장해야 하는데, 도저히 혼자 할 수가 없어서 당시 15살 된 중학생의 도움을 받아 널을 지게로 짊어지고 산으로 이동했어요. 그런데 이 학생이 계속 절 따라다니는 거예요. 어린 마음에 무서웠나봐요.” 영광이 고향인 손 원장은 제주도에 모임을 다녀올 때도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곧바로 장례를 치러야 할 상황도 겪었다며 ‘국내에 있는 한 내 손으로 꼭 장례를 치른다’는 사명으로 무의탁 노인들의 큰아들임을 자청하고 있다.

    이일성로원은 이일성경학교 출신 여자 전도사들이 1959년 노후 안식을 위한 취지로 이정희 원장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광주에서 두 번째로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65년 법인시설로 인가를 받으면서 만 65세 이상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어르신들과 부양의무자로부터 부양을 받지 못한 어르신들이 입소하여 노후에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양로시설이며, 약 700여 명의 어르신들이 생활하다 소천하였으며, 현재 90여 명의 어르신들이 여생을 보내고 있다.
    건강검진


    기존의 노인생활시설이 단순한 수용보호 차원의 복지 실현이었다면, 현재는 경제발전으로 생활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어르신들의 욕구가 매우 다양해져 질적으로 향상된 노인복지 서비스 제공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에 놓여 있다. 그러기에 안락하고 쾌적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새로운 여가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인생의 황혼기를 맞이한 어르신들의 여생이 활기찬 노년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일성로원은 보건의료사업 건강검진, 황토찜질방 운영, 한춤교실, 노래교실, 윷놀이교실, 시청각교실, 요가교실, 경로증진사업, 온천여행, 지역축제 참여, 각종 명절행사와 공연관람 외에도 더 많은 프로그램으로 작은 노력과 정성 하나 하나가 모여 변화하는 노인복지시설을 만들어갈 것이며, 그 결과 세계 어느 국가에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시설로 발전되어가리라 본다. 아울러 소외된 노인이 한 명도 없이 어르신들 모두가 행복하고 안락한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원장 이하 모든 직원들은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하고 있다.
    손은진 사무국장(좌), 변진 사회복지사(우)와 업무 중인 손 원장


    한국이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에 관한 관심이 증폭되고 사회적 공감대와 더불어 법적, 제도적 정비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나이든 사람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시설은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손 원장은 ‘할머니들이 싫어하는 직원은 여기 있을 필요가 없다. 모두가 원장의 자격으로 대해달라!’고 직원들에게 당부한다. 그래서 모든 직원들은 생명을 존중하고 인간을 중요하시는 철학을 바탕으로 어르신들을 성심껏 공경하고 있다. 이는 가족애를 느끼게 하고 건강한 삶의 질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한다. 손 원장은 어르신들을 위한 건강과 삶의 질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며, 매주 금요일 8시 30분에 열리는 ‘할머니와의 대화’를 통해 원장과 어르신과의 허심탄회한 대화의 장을 열어 서로의 마음을 위로하는 시간을 마련하는 귀한 시간도 오직 어르신들을 편하게 해줘야 한다는 배려일 것이다. 아울러 한시라도 어르신들에게 편안한 섬김이 제대로 공급되도록 다각도의 노력을 쏟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어르신들이 사회에서 격리되거나 버려졌다는 느낌을 불식시키도록 최선을 다하고, 무엇보다 모든 직원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휴머니즘의 마인드를 유지 발전시켜 힘이 소진할 때까지 ‘어르신들의 행복’이라는 초심을 잃지 않고 지켜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인생은 한줌의 재로 변하는 건데, 생전에 다른 사람들에게 어찌나 못 살게 굴던지…” 장례를 치르다가 욕심 많은 할머니에게 만 원짜리라도 넣어주고 싶었는데, 수의에 호주머니가 없는 것을 보고 인생의 허무함을 느꼈다는 손 원장은 살아 있는 동안 남을 위해 양보하고 봉사하고 배려하는 삶을 살아도 부족하다며, 힘이 다할 때까지 어르신들을 바라볼 것이라고 했다.
    이일성노원 전경




    ===약력===

    -사회복지법인 이일성로원 원장

    -한국노인복지연합중앙회 부회장

    -광주광역시 노인복지시설협회장

    -광주민예총 총무부장

    -에덴실버타운 원장


    박인수 기자 gnp@goodnewspeople.com        박인수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