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공간

    아티스트 2014. 5. 15. 17:24

     

    마륜리 언덕의 달빛이 가마를 푸근히 감싸주던 어느 날 도공은 불씨를 지펴댄다.

    33년 전, 도예라는 신비한 예술에 이끌려 틈틈이 물레를 찾던 애송이 도공은 오늘도 어김없이 자신의 외길 도예인생을 더듬으며, 온전한 찻그릇이 나오기를 학수고대하면서 몇 날을 지새운다.

    내내 장작가마를 떠나지 못하고 불에 의존해야만 하는 마지막 심판 과정은 하늘에 의존하리만큼 무욕(無慾)의 시간이다.

     

    흙은 나의 운명이자 숙명이었다. 그리고 깨달음이었다.

    마침내 손 위에 얻어진 그릇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고독한 도예의 길에 함께 해준 친구며 삶을 지탱해주는 버팀목이었다.

     

    내가 추구하는 도예예술은 나를 내려놓는 작업이다.

    세욕(洗欲)이야말로 흙을 단단한 사기그릇으로 바꾸는 것을 초월하여 삭고 삭아 흙으로 돌아가는 이치를 알게 했으며, 달빛과 물소리까지 담아내는 신비함이 들어있어야 한다.

    노자에서 보인다.

    <흙을 이겨 그릇을 만드는데 그 속이 비어 있기에 그릇으로써 쓸 수 있으며, 서른 개의 바퀴살이 한 통 안에 들어 있는 수레바퀴도 그 통속이 비어 있기 때문에 수레를 끌 수 있는 것이고, 방을 만드는데도 그 속이 비어 있음으로 방으로써 쓸 수 있다>고 했다. 바퀴와 그릇 그리고 방 이 모든 사물이 존재의 가치를 부여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곧 허, , (, , ) 아니던가!

     

    모두가 무위자연(無爲自然)이다.

    나는 자연을 닮은 섬세하고 정교한 그릇을 빚고 싶으며, 영혼이 깃든 작품을 창작하고 싶다. 전통에 머물지 않고, 현대적인 기법을 가미해, 차와 더불어 생활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도자기 연구를 멈추지 않겠다.

     

    5년 만에 여는 전시회다. 더구나 고향에서는 10년 만이다.

    철저한 고독이 창작을 이끌어 내 듯, 이번 작품들 속에서는 성취보다는 고뇌가 더 많이 녹아 있다.

    늘 중얼거리며 하는 말, ‘만들려고 해서 만드는 그릇보다 저절로 만들어지는 영혼의 그릇을 만들 것이다.

    그러기 위해 예술의 혼()으로 도()를 통해 도()에 이르기까지, 버리고 또 버리는 길을 가겠다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