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기행

    아티스트 2014. 7. 25. 19:29

    <藝에 산다> 금산 양계승 도예전
    “흙은 나의 운명, 숙명 그리고 깨달음”
    찻그릇 빚기 30여 년 외길 인생
    저절로 만들어지는 영혼의 그릇 꿈꿔
    예술의 魂-陶-道를 위해 ‘비움’ 다짐
    입력시간 : 2014. 07.22. 12:20

     

     

     

    마륜리 언덕의 달빛이 가마를 푸근히 감싸주던 어느 날 도공은 불씨를 지펴댄다.

    33년 전, 도예라는 신비한 예술에 이끌려 틈틈이 물레를 찾던 애송이 도공은 오늘도 어김없이 자신의 외길 도예인생을 더듬으며, 온전한 찻그릇이 나오기를 학수고대하면서 몇 날을 지새운다.

    내내 장작가마를 떠나지 못하고 불에 의존해야만 하는 마지막 심판 과정은 하늘에 의존하리만큼 무욕(無慾)의 시간이다.
    흙은 나의 운명이자 숙명이었다. 그리고 깨달음이었다.

     


    마침내 손 위에 얻어진 그릇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고독한 도예의 길에 함께 해준 친구며 삶을 지탱해주는 버팀목이었다.

    지난 6월 11일 서울경인화랑에서는 금산 선생이 전시회를 가졌다.

    금산이 추구하는 도예예술은 자신을 내려놓는 작업이다.

    그것은 곧 세욕(洗欲)이었다.

    그거야말로 흙을 단단한 사기그릇으로 바꾸는 것을 초월하여 삭고 삭아 흙으로 돌아가는 이치를 알게 했으며, 달빛과 물소리까지 담아내는 신비함이 들어있어야 한다.


    금산은 노자이야기를 덧붙인다.

    <흙을 이겨 그릇을 만드는데 그 속이 비어 있기에 그릇으로써 쓸 수 있으며, 서른 개의 바퀴살이 한 통 안에 들어 있는 수레바퀴도 그 통 속이 비어 있기 때문에 수레를 끌 수 있는 것이고, 방을 만드는데도 그 속이 비어 있음으로 방으로써 쓸 수 있다.>

    바퀴와 그릇 그리고 방 이 모든 사물이 존재의 가치를 부여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허, 무, 공(虛, 無, 空)이라는 비움이란다.

    이어서 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고 했다.

    그래서 금산은 자연을 닮은 섬세하고 정교한 그릇을 빚고 싶으며, 영혼이 깃든 작품을 창작하고 싶다고 했다. 전통에 머물지 않고, 현대적인 기법을 가미해, 차와 더불어 생활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도자기 연구를 멈추지 않겠다는 것이다.


    5년 만에 여는 전시회다. 고향에서는 10년 만이다.

    철저한 고독이 창작을 이끌어 내 듯, 이번 작품들 속에서는 성취보다는 고뇌가 더 많이 녹아 있다.

    금산은 늘 중얼거린다. “만들려고 해서 만드는 그릇보다 저절로 만들어지는 영혼의 그릇을 만들 것”이라고.

    그러기 위해 “예술의 혼(魂)으로 도(陶)를 통해 도(道)에 이르기까지, 버리고 또 버리는 길”을 가겠다고 다짐한다.

     


    박양수 기자 gnp@goodnewspeople.com        박양수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