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기행

    아티스트 2016. 6. 8. 13:32

    빛가람 路에서 - 1분만 늦게 왔더라면, 1m만 비켜 걸었다면…

    2016. 06.07(화) 15:18확대축소
    박양수 편집부국장

    불교에서 말하는 시간의 최소 단위로, 지극히 짧은 시간을 ‘찰나(刹那)’라고 말한다.
    ‘찰나(刹那)’는 산스크리트어 ‘크샤나(ksana)’의 음역으로 지극히 짧은 시간을 말한다.
    1탄지는 60찰나이며, 1찰나에는 9백 생멸(生滅)이 있다고 한다. 이를 계산하면 사물은 1초에 21만6,000번 생성하고 소멸한다. 불교에서는 모든 것이 1찰나마다 생성했다 소멸하고, 소멸했다가 생성하면서 계속되어 나간다고 가르치는데, 이것을 찰나생멸(刹那生滅) 혹은 찰나무상(刹那無常)이라고 한다.
    야근을 마치고 귀가하다 투신한 20대에 깔려 변을 당한 40대 공무원 가장 소식을 접하고 나니, 운명에 대한 의문과 인생의 허무함으로 그저 주저앉고 싶을 정도다. 만삭의 부인과 6살 난 어린아이의 슬픔 또한 주위를 애타게 하지만, 10년 이상 근속을 해야 나오는 퇴직 연금을 2개월 가량이 모자라 받을 수 없게 된 가혹한 운명은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한단 말인가! 상황이 이렇게 되자 곡성군청은 양 씨의 ‘공무상 사망’, 즉 순직을 신청하기로 했다.
    하지만 관련법 상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퇴근을 하다 사망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유족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심사가 까다로운 만큼 곡성군청에서도 퇴근시간이 기록된 지문체크기와 컴퓨터 사용기록 등 관련 서류를 충분히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광주 북부경찰서 관계자도 경제적으로 힘든 피해자 유족에게 범죄 피해 구조금을 지급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곡성군청 한 미화원은 조의금과 함께 그를 추모하는 편지를 남겼고, 아파트에서 떨어진 유모 씨(25·대학생)의 아버지와 형도 슬픔을 잠시 억누르고 숨진 공무원 빈소를 찾아가 사죄했다.
    자식을 잃은 슬픔을 억누르고 다시 유가족을 마주하는 공시생의 가족과 날벼락 같은 사고로 한 집안의 가장을 잃은 공무원 가족의 불편한 만남은 무슨 조화란 말인가! 곧 태어날 둘째 아이를 기다리며 행복한 가정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사랑하는 가족 곁을 떠난 양 씨는 평소 성실한 공무원이었기에 주위를 더욱더 아프게 했다.
    1분만 늦게 왔더라면, 1m만 비켜 걸었다면 양씨는 죽지 않았을 것이다. 사고 소식을 듣고 곡성군수는 정례조례·직원교육 등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빈소를 지키고 있다. 국무총리, 행정자치부 장관 등이 보낸 조화와 전남도지사와 국회의원이 보낸 조기가 양 주무관의 슬픈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백구과극(白駒過隙)이라했다.
    ‘인생이란, 백마가 달리는 것을 문틈으로 내다보는 것처럼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간다’는 뜻이다.
    공시생의 자살로 인한 공무원의 안타까운 죽음을 우리는 어떤 시각으로 봐야할까! 말 그대로 찰나에, 순식간에, 두 생명이 죽어갔다. 단 1초만 빨리 갔어도, 30cm만 비켜갔어도 이런 비극은 없었을 터, 가슴이 꽉 막혀 옴을 느낀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박양수 기자. cws2344@hanmail.net        박양수 기자. 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