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이야기

문상원 2015. 9. 18. 07:08

몸짓 하나에

전쟁의 순간이 보였고.

 

몸짓 하나에

사랑의 속삭임을 들었고

 

몸짓 하나에

슬픔이 맘에 들어 왔고

 

몸짓 하나 하나에

송정중 아이들의 꿈이

가슴 속 깊음에서 속삭였습니다.


 

어제는 대학로에 갔습니다. 우리학교 전교 학생, 선생님 모두 말입니다. 아르코 예술 극장에서 영웅 이순신이라는 무용을 관람했습니다. ‘극장은 내친구는 청소년들에게 양질의 공연예술 체험 기회를 제공해주는 사업입니다. 송정중학교가 그 사업의 학교로 선정되어 어제 관람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점심을 먹고 대학로에 간 아이들은 마냥 신나했습니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탈출 자체가 기쁨인 아이들이 대학로의 거리를 보면서 더 신나했습니다. 거리마다의 공연, 여러 가지의 전시, 다양한 먹거리, 이 신나함을 잠시 접고 아이들은 대학로 아르코 예술극장에 입장했습니다. 공연에 앞서 공연 설명이 있었습니다. 공연에 나오는 춤을 보여주고 관객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잘 올라가지 않아 제가 무대에 올라갔습니다. 그 후 여러 아이들이 올라와 함께 시범을 보였습니다.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병사들이 흰 새털로 장식된 붉은 모자에 붉은 도포를 입고 등장했습니다. 거북선의 머리도 등장했습니다. 병사들은 두 손에 도끼와 방패를 들었습니다. 편경과 편종 연주에 맞춰 세 걸음을 나아가고, 세 걸음을 물러났습니다. 동서남북으로 방향을 바꿔가며 도끼를 내리쳤습니다. 다시 방패를 내밀었습니다. 공연 무대에서 해본 동작이 나와 조금은 익숙했습니다.



 

이순신은 장수입니다. 그러기에 싸우는 장면이 거의 대부분인 줄 알았습니다. 영화 명랑에서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인간 이순신의 삶을 그린 장면이 중간 중간에 여러 번 나와 임진왜란보다 이순신의 인간적 갈등을 그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무용 공연에 5명의 주역 무용수가 나왔습니다. 이순신, 의기(義妓) 내산월, 어머니, 선조, 왜장이 나오면서 무용이 전개 되었습니다.

 

전쟁 장면을 연상하는 장면 다음으로 어느 한 여인이 중심으로 여성 무용수들이 나와 저마다 의 동작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순신을 사랑한 의기 내산월인 것 같았습니다. 정적인 춤 동작의 반복으로 안타까운 사랑, 못다한 사랑을 표현 했습니다. 내산월은 이순신을 연모했던 실존 한양기생이었습니다. 춤 동작 자체도 아름다웠지만 보고만 있어도 예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남자 무용수가 등장해 이순신에게 무엇인가를 읽어주려는 장면이 이어졌습니다. 역사적 사실을 알기에 그가 선조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무엇인가 읽어주려는 장면은 선조가 이순신을 한양으로 압송하라는 내용인 듯했습니다. 순순히 응하지 않는 이순신, 계속 전달하려는 선조 그들의 갈등이 볼 수 있었습니다. 이순신은 선조가 그런 교지를 내릴 때 무척 어이가 없었을 것입니다. 이 순신은 많이 힘들었을 것입니다. 짧은 시간 춤사위로 그 부분을 관객들에게 잘 보였습니다.

 

 

그다음으로 선조에게 고통받는 이순신과 한 성숙한 여인이 나옵니다. 여러 춤들을 보여주는데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쓰러지는 여인의 장면이 나오고, 죽은 사람을 저승으로 보내는 장면이 나옵니다. 순간 보기에는 이순신이 죽은 것처럼 생각되기도 했습니다. 순간 이순신의 어머니가 떠올랐습니다. 바로 부산 본진을 치지 못한다 하여 한양으로 압송되어 온갖 고문을 받고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다시 전쟁터에 내려가는 길에 어머니의 죽음 소리를 들었지만 전장으로 가야 했던 이순신의 인간적 고뇌의 모습이 춤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을 알 수 가 있었습니다. 자칫 놓칠 뻔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이순신이 붓을 들고 나오는 글을 제대로 못쓰고, 글을 쓰며 힘들어 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통영 앞바다를 무대에 옮겨놓은 듯한 무대장치와 전통음악은 극적인 요소가 색다름과 현장감으로 다가왔습니다 난중일기를 쓰는 장면이었습니다. 이 때 조선 수군이 궤멸된 것을 보는 쓰라림과 결기, 내산월을 향한 사모의 정은 내산월의 온몸을 붓으로 만들었습니다. 무대 위 한 발, 한 발 춤꾼의 디딤새는 붓글씨에서 이순신의 갈등과 불안 그리고 그리움을 보았습니다.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시조가 울려 상황이 더욱 생생함으로 다가왔습니다.

 

다음으로 검은 옷의 왜장이 등장하였습니다. 왜장은 내산월을 유린하려 한하고 내산월은 반항을 하는 장면이 연속으로 나옵니다. 그 후 많은 여인이 나와 강강술래를 추었습니다. 강강술래는 우리민족 고유의 춤입니다. 어렵게 살고 힘들게 살았던 조선의 민초 여인들이 하나가 되어 상황을 극복하려 노력하는 춤입니다. 이 춤에서 내산월이 민초들을 하나가 만드는 역할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강강술래의 마지막 청어엮기 부분에서 감동을 받았습니다. 새롭게 보는 청어엮기라 호기심 있게 보았고 청어를 엮으면서 순간순간 빠져 나오는 무용수들의 몸놀림을 보며 따라하고 싶었습니다.

 

전투 내용을 담기보다 이순신의 인간적인 고뇌와 정신 등을 이야기기하고 싶었다는 임학선 교수의 말을 들었습니다. 그 이유에서인지 전투를 하는 장면이 간단하게 그려졌습니다. 전쟁의 상징성만을 보여주려 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마지막 장면은 영웅 이순신에서는 문묘일무(文廟佾舞) 가운데 무무(武舞)를 이순신에게 바치는 헌무(獻舞)가 추었습니다. 맨 처음 처럼 도끼와 방패를 사용하였습니다. 역사적 인물과 사실에 충실하되, 영상과 의상에선 현대적인 색채를 과감히 채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관기(官妓)였던 의기(義妓) 매산월과의 못다 한 사랑, 어머니의 임종을 보지도 못하고 시묘(侍墓)도 하지 못한 채 전쟁터로 가야했던 불효, 선조와의 갈등으로 인해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백의종군하면서 자신이 힘들게 키웠던 조선 수군이 궤멸된 것을 보는 쓰라림,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굴의 의지로 명량대첩을 이끌어 낸 울돌목의 기적 모습 다 알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 와 닿기는 했습니다.

 

그렇게 무무 영웅 이순신이 끝났습니다. 모두가 박수로 무용수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습니다. 저와 저희 학교 선생님들의 박수의 의미에는 다른 하나가 더 있었습니다. 무용이라는, 무무라는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공연을 열심히 잘 봐준 것에 대한 칭찬의 의무도 있었습니다. 이 공연을 본 아이들의 가슴에 더 큰 꿈이 새겨지기를 기원해 봅니다. 대학로 분위기에 취해 집에 가기 않는 아이는 없을까를 걱정하면서 말입니다.

 

* 문묘일무’(文廟佾舞). 공자의 제사 때 올리는 춤입니다. 고대 중국에서 유래해 고려 때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임학선 교수는 2004년 문묘일무 중 문무를 바탕으로 공자를 무용작품으로 완성했습니다. 올해엔 이순신을 주제로 무무를 선보였습니다. ‘문묘일무 콘텐츠 개발 프로젝트의 하나입니다.

<서경>(書經)에서 무무에 대한 설명을 보면 난폭한 짓을 못하게 하고, 군사를 징발하지 않고, 대의를 지키고, 공로를 밝히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고, 무리를 화합하고, 재물을 넉넉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옛사람들은 문덕과 무덕을 두루 갖춰야 인재로 등용했기 때문에, 왕세자와 귀족 자제에게 이 춤을 널리 가르쳤다고 합니다.

 

춤이 수신이라는 임학선 교수.

춤은 인간 사랑인 인()을 몸짓으로 나누는 예술입니다. 공자가 인(인간사랑)을 예악(禮樂)으로 실천했다면 이순신은 인간 사랑의 구현을 위해 신독(愼獨)을 실천한 위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춤은 나에게 수신입니다.”

 

혼자 있을 때 삼가고 삼가라는 愼獨(신독). 자신 스스로는 물론 그가 사랑한 백성, 그리고 나라가 왜군의 창칼에 짓밟힐 위기에서 구해내야 하는 사명을 지니고 싸워야 했을 이순신의 외로움. 그의 외로움과 신독이 춤사위로 어떻게 표현될 수 있을까.



비밀댓글입니다
아이들에게 멋진 선물 주셔서 감사합니다^^
꼭 가고 싶었는데 못 가서 넘 아쉬움이...
그런데 상황을 실감나게 느낌까지 설명해 주셔서
관람하고 온 기분이네요~~
사진 속에서 열정적으로 공연한
연기자들의 모습들까지 더하여 생생함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