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원의 슬픈 사랑노래

문상원 2018. 1. 2. 21:43

수험표

그녀가 내게 준

사랑의 시간이었습니다.

 

수험표

그녀의 작은 손을

꼭 잡아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인 수험표를 받았습니다.

함께할 한 사람을 뽑으려 했습니다.

자격 없는 사람인 줄 그 땐 몰랐습니다.

 

수험표

받는 순간부터

미안함으로 가득 찬

마음만을 가지며 살았습니다.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래도 떨리는 마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수험표

지갑에 몰래 두고

수험생임을 잊으며 살기를

삼천 날의 긴 세월이었습니다.

그녀는 그 사이에 많이 지쳤습니다.

그래도 내색하지 않은 모습만 보였습니다.

 

수험표

행여 다른 이에게

줄까 늘 불안하였기에

시키는 대로 다 했습니다.

기라면 기기까지 하며 버텼습니다.

잠시 동안의 유예임도 알면서 말입니다.

 

수험표

접수만 해놓고

무엇하냐며 몰아치는

그녀가 너무나 무서웠습니다.

아무것도 못함을 그녀가 잘 압니다.

그래도 언제나 거세게 날 몰아쳤습니다.

 

수험표

마지막 면접을

남겨두고 초조한 맘을

어떻게 가눌 수가 없었습니다.

가면 안 되는 운명을 잘 알았습니다.

안 오면 짤린다는 소리에 덥석 갔습니다.

 

수험표

합격증을 위하여

반납하라는 그 소리가

참으로 좋기만 하였습니다.

잘못들은 소리인 줄은 몰랐습니다.

다른 이에게 주려고 반납하라 했습니다.

 

수험표

받은 다른 이는

어느새 합격증까지

받아가며 날 조롱했습니다.

수험표가 없는 하루 못살겠습니다.

어떻게든 합격증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수험표

그녀가 내게 준

아픔의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