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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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동화 [시 읽어주는 남자] '경쾌한 유랑' 이재무 (2021.09.23)

■ 경쾌한 유랑 / 이재무 새벽 공원 산책길에서 참새 무리를 만나다 저들은 떼 지어 다니면서 대오 짓지 않고 따로 놀며 생업에 분주하다 스타카토 놀이 속에 노동이 있다 저, 경쾌한 유랑의 족속들은 농업 부족의 일원으로 살았던 텃새 시절 기억이나 하고 있을까 가는 발목 튀는 공처럼 맨땅 뛰어다니며 금세 휘발되는 음표 통통통 마구 찍어대는 저 가볍고 날렵한 동작들은 잠 다 빠져나가지 못한 부은 몸을 순간 들것이 되어 가볍게 들어 올린다 수다의 꽃 피우며 검은 부리로 쉴 새 없이 일용할 양식 쪼아대는 근면한 황족의 회백과 다갈색 빛깔 속에는 푸른 피가 유전하고 있을 것이다 새벽 공원 산책길에서 만난 발랄 상쾌한 살림 어질고 환하고 눈부시다 - 《경쾌한 유랑》 (문학과지성사, 2011) [감상] 통통통, 삶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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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동화 [시 읽어주는 남자] '마지막 힘' 박승민 (2021.09.23)

■ 마지막 힘 / 박승민 고구마를 걷어낸 밭에 상강 서리가 내리던 날 늙고 썩어 버려두었던 사과나무에 활짝, 하얀 꽃이 피었다 삼년 내내 풍으로 앓아 누운 주영광씨, 저녁나절 번쩍 눈떠 마누라 한번 쓱 보더니 “사과밭에 물!” 한마디 남기고 세상을 떴다 그 한마디 결구를 맺느라 혼자서 무던히도 아프고 눈감지 못했던 것이다 - 《끝은 끝으로 이어진》 (창비, 2020) [감상] 해가 떠서 지는 하루의 시간은 사람이 태어나 죽는 일생에 비유되곤 한다. 정오의 태양을 청춘에, 저물녘의 태양을 노년에 빗대는 것은 생자필멸(生者必滅)의 순리에 기반한 표현일 것이다. 그렇게 보면 삶은 참 덧없고 짧다. 일몰 직전 잠시 하늘이 밝아지는 순간을 일러 회광반조(回光返照)라 한다. 나아가 사람이 죽기 직전 잠시 기운이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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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동화 [시 읽어주는 남자] '떠도는 자의 노래' 신경림 (2021.09.23)

■ 떠도는 자의 노래 / 신경림 외진 별정우체국에 무엇인가를 놓고 온 것 같다 어느 삭막한 간이역에 누군가를 버리고 온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문득 일어나 기차를 타고 가서는 눈이 펑펑 쏟아지는 좁은 골목을 서성이고 쓰레기들이 지저분하게 널린 저잣거리도 기웃댄다 놓고 온 것을 찾겠다고 아니, 이미 이 세상에 오기 전 저 세상 끝에 무엇인가를 나는 놓고 왔는지도 모른다 쓸쓸한 나룻가에 누군가를 버리고 왔는지도 모른다 저 세상에 가서도 다시 이 세상에 버리고 간 것을 찾겠다고 헤매고 다닐는지도 모른다 -《뿔》 (창비, 2002) [감상] 많은 시인들이 인생을 ‘길’에 비유하곤 한다. 인생에서 마주치는 길의 의미는 대개 ‘선택’과 관련되는 경우가 많다. “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로 시작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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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자연 생태 과학 칼럼 모음 [배진선의 동물 이야기] 박쥐에 대한 오해 (2021.09.23)

■ 박쥐에 대한 오해 / 배진선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장 박쥐는 새가 아니라 포유동물이다. 그래도 웬만한 새들보다 더 뛰어난 비행솜씨를 가졌다. 빠른 속도로 날아갈 수 있고 수직상승은 물론 정지비행까지 가능하다. 하늘을 날기 위해 박쥐는 앞발의 손가락이 길어지고 손가락 사이에 있는 피부가 늘어나면서 포유동물 중 유일하게 날개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박쥐의 날개는 얇고 가벼울 뿐 아니라 탄력도 좋아서 잘 늘어난다. 박쥐가 새보다 더 뛰어난 것 중 다른 하나는 새들은 날아오르기 위해 도움닫기를 해야 하지만 박쥐는 거꾸로 매달려 있는 채로 날개를 완전히 펼 수 있어서 준비동작 없이 그대로 날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오로지 뒷발로만 밤새 또는 겨울 내내 천장에 매달려 있어야 하기 때문에 박쥐의 뒷발가락은 무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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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자연 생태 과학 칼럼 모음 [배진선의 동물이야기] 숫사자가 염치없다고? (2021.09.23)

■ 숫사자가 염치없다고? / 배진선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장 사람들은 백수의 왕답게 황금색 갈기를 날리며 초원을 달려 먹이를 사냥하는 사자를 상상하며 동물원에 오지만 불행히도 보이는 것은 땅바닥에 배 깔고 누워 늘어지게 잠만 자는 게으른 사자의 모습 뿐이다. 실망스러운 마음에 왜 동물원 사자는 잠만 자냐며 볼멘소리를 한다. 하지만 그것은 동물의 왕국을 너무 많이 봐서 하는 소리다. 원래 사자의 하루는 자고 쉬고 또 자는 것이다. 사자가 수달처럼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사냥을 한다면 아프리카 초식동물들은 제대로 남아있을까. 필요한 만큼만 사냥하고 남은 시간에는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덜 움직이며 휴식을 취하기 때문에 사자와 초식동물들이 균형을 이룰 수 있다. 그래서 사자가 번개처럼 달려 먹이를 사냥하는 것은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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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자연 생태 과학 칼럼 모음 [배진선의 동물이야기] 판다가 귀엽다고? (2021.09.23)

■ 판다가 귀엽다고? / 배진선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장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야생동물이라면 자이언트 판다 아닐까. 흰색과 검정색의 통통한 몸과 크고 둥근 얼굴에 커다랗고 까만 눈, 작고 동그란 귀까지 귀여운 판다는 할리우드 영화의 주인공뿐 아니라 1961년부터 국제야생기금(WWF)의 상징동물로도 출현하고 있고 중국을 대표하는 외교사절이 되어 전 세계를 누비기도 한다. 그래도 판다를 귀여운 외모로만 평가하면 안 된다. 100㎏의 건장한 체격을 가진 맹수다. 게다가 수시로 나무에 오르내리며 힘을 기른 앞발로 상대를 내려치는 일격은 표범도 물리칠 정도로 위력적이다. 야생동물의 생존에 가장 중요한 것이 먹이와 포식자를 피하는 것인데, 판다는 강력한 앞발 내려찍기를 가졌으니 자신을 위협할 맹수도 없으니 행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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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자연 생태 과학 칼럼 모음 [칼럼] 상사화(꽃무릇) 유감 (2021.09.23)

■ 상사화(꽃무릇) 유감 / 김형학 팀장 최근 들어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임도나 공원등에 경관조성을 위하여 상사화를 심는다는 기사를 자주 접하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사화와 꽃무릇을 구별하지 못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정확한 명칭을 알고, 또 석산(꽃무릇)에 대한 올바른 정보 전달이 필요할 듯하다. 남부지방 사찰근처에 주로 분포하고, 9월 중순경부터 뿌리의 인경에서부터 꽃대가 올라와 붉은색 꽃을 피는 식물은 국가표준식물목록에 석산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다른 이름으로 가을가재무릇 또는 꽃무릇이라고 되어 있다. 수선화과 상사화속 식물은 학자들에 따라 의견이 조금씩 다르지만 상사화, 진노랑상사화, 위도상사화, 제주상사화, 붉노랑상사화, 백양꽃, 꽃무릇 등 크게 7종으로 분류되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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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생활] 사진 미술 연극 영화 공연 [사진감상] 한천옥 사진작가 작품 '불갑사의 꽃무릇' (2021.09.23)

▲ 사진작가 한천옥 선생이 보내온 영광 불갑사의 '꽃무릇' 사진을 옮겨 실음(2021.09.18) 🍎🍒 불갑산 상사화 / 박희홍 함께 하자 했건만 오는가 목을 빼고 기다려도 허사라 이룰 수 없는 사랑 애간장 타는 가슴 피멍 든 시 붉음을 맨사댕이로 나와 우두커니 혼자서 토하고 토해낸다 곱디고운 인연에 이루지 못한 사랑 언젠간 이루겠지 콩닥콩닥 설렘에 붉디붉은 애절함 그리움의 상사화 목탁과 범종 소리 불갑사 대웅전의 타는 불꽃이어라 🍎🍒 선운사에서 /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