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묻히다.

미쁜 2006. 7. 11. 17:24

제 1막

친구들 틈 속에서 아름답게 빛나는 그녀는

까마귀 떼 속에 있는, 눈처럼 하얀 비둘기 같아.

춤이 끝나면 그녀가 있는 곳을 잘 봐 두었다가

그녀의 손을 잡아 내 거친 손이 축복받게 해야지.

내가 지금까지 사랑을 했다고?

내 눈이여. 아니라고 답하라!

오늘 밤 전까지는 난 진정 아름다운 여인을

본 적이 없으니까.

 

제 2막

몬태규란 이름이 아니라도 당신은 당신이죠.

몬태규가 무엇이죠?

손도 발도 팔도 얼굴도 아니고,

사람의 신체 그 어느 부분도 아니지요.

제발 다른 이름을 택하세요

이름이 무슨 소용이 있나요?

장미를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그 향기는 그대로 남을 것이 아니겠어요?

장미를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그 향기는 그대로 남을 것이 아니겠어요 ?

그러니 당신이 로미오란 이름으로 불리지 않아도

당신의 본래 미덕은 그 이름과는 상관없이

그대로 남을 게 아닌가요?

 

제 3막

신부님께서 저처럼 젊고,

줄리엣 같은 여인을 애인으로 삼고,

결혼 한 지 한 시간 만에 티볼트를 죽이고,

저처럼 사랑에 넋이 빠져 있고,

저처럼 추방당했다면,

신부님도 말할 자격이 있습니다.

그럼 신부님도 지금 저처럼 머리칼을 쥐어뜯고,

땅바닥에 나자빠져서

아직 파지도 않은 무덤의 길일을 재게 될 겁니다.

 

제 4막

아! 패리스와 결혼하느니 차라리 제게

성벽 위에서 뛰어내리라고 하세요.

도둑 강도들이 쏘다니는 길목에 가라든지,

뱀들이 득실거리는 곳에 함께 절 묶어 두든지,

컴컴한 밤에 덜거덕거리는 송장들의 뼈와

냄새 고약한 정강이뼈와

턱이 떨어진 누런 해골들이 잔뜩 쌓여 있는

납골당 속에다 절 가둬 놓아도 좋아요.

 

제 5막

구슬픈 펴오하를 가져오는 아침이오.

타양도 슬퍼서 고개를 들려고 하지 않는구려.

자, 가서 이 슬픈 사건에 관해 좀 더 이야기 합시다.

이 세상 천지에 로미오와 줄리엣의 얘기보다

더 슬픈 이야기가 또 어디 있겠소.

 

 

2006년 6월 11일 로미오와 줄리엣을 희곡으로 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