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클럽 주주/소비자 클럽 주주

2010. 1. 18. 13:11
원가절감의 꽃 ‘통합구매’
소모품서 원자재로, 원가절감 핵심요소…대기업 글로벌 확대, 중견기업도 뒤따라
 

 지난 2008년 1월 LG전자는 글로벌 구매전략 수립 및 프로세스 재구축 등을 위해 IBM, 프리스케일 등에서 최고구매책임자(CPO)를 역임한 토마스 린튼씨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이후 LG전자는 통합구매부서를 중심으로 전사 구매 프로세스를 재정립하고 강도높은 비용절감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 LG전자는 당초 비용절감 계획보다 1조원을 더 절감했다고 한다.

그동안 국내 구매 프로세스를 통합하는 데 주력했다면 올해는 글로벌로 통합구매를 확장하는 것이 LG전자의 목표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이달 초 일반구매 부분의 글로벌 통합구매를 위한 정보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일반 사무용 물품에서부터 마케팅, 물류 및 연구개발, IT 품목, 출장경비에 이르는 모든 일반품목에 대해 글로벌 통합구매에 나선 것은 국내 기업 중 최초다.

현재 LG전자는 IBM과 함께 구매 혁신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IBM은 전 세계적으로 구매혁신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평가받는 곳이다.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통합구매의 원조로 여길 정도다. IBM은 90년대 초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구매혁신 작업을 시작해 2001년 구매본부를 미국에서 중국 심천으로 이전해 이곳에서 글로벌 구매업무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IBM은 현재 매년 약 40조원 이상의 글로벌 구매영역에서 약 1만 여명의 구매관련 직원들이 구매 전략, 구매 소싱, 아웃소싱 비즈니스에 이르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포스코도 올해 계열사 뿐만 아니라 글로벌 통합구매를 위한 작업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구매지원센터를 설립해 그룹사를 포함해 글로벌 통합구매를 위한 시스템 개발에 들어갔다. 이 시스템은 오는 2월 15일부터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포스코는 공급사관계관리(SRM) 시스템 재구축도 준비 중이다. 한국IBM이 컨설팅을 하고 있는 SRM 프로젝트는 오는 상반기 내로 끝날 예정이다. 특히 포스코의 경우 소모성자재(MRO) 등의 간접자재 비용이 40%에 이르기 때문에 그룹사 통합구매를 통한 구매비용 절감 효과가 일반 제조업들에 비해 더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찌감치 통합구매 전략을 추진해했던 이들 기업들에 이어 최근에는 웅진, SPC 등 중견 기업들도 통합구매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웅진그룹의 경우 계열사 통합구매를 통해 매년 10~15%의 전체 구매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지금 대한민국의 경영혁신의 최전선에는 통합구매 프로세스 정립 등 구매혁신 열풍이 불고 있다. 국내 통합구매 프로세스를 완료한 기업들은 글로벌 프로세스 정립을 고민하고 있고,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기업을 포함해 웬만한 기업집단은 주요 원자재부터 나아가 일반 소모품까지 통합구매 체계를 확립하는 것을 올해 핵심 과제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 원가절감이 다른 어떤 혁신활동보다 큰 효과를 가져다주는 데다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구매 최적화가 필수요건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그룹 ‘글로벌’ 통합구매 나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은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에서 “구매를 예술의 경지에 이르게 하라”며 구매부서의 혁신을 강조했다. 가격이 오르기 전에 자재를 미리 사는 것이나, 경쟁사에 비해 좋은 부품을 싸게 사야 한다는 원론을 제대로 실행에 옮기는 것은 마치 예술을 하는 것처럼 창의적인 노력과 고통이 뒤따른다는 뜻이다.

이에 삼성그룹은 일찌감치 ’집중구매’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지금의 통합구매 형태의 전략을 추진해왔다. 최근에는 이런 통합구매 혁신 전략을 중국 최대가전업체인 하이얼이 벤치마킹하는 등 국내 기업 뿐만 아니라 해외 업체들도 롤모델로 삼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국내에서의 통합구매 혁신 작업들을 글로벌로 확대하는 데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통합구매가 생존 전략의 일부로 자리 잡은 국내 대기업군에서는 최근 빠르게 글로벌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품목도 일반자재를 넘어 기업 생산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직접자재 까지 글로벌 통합구매 대상으로 확대하고 있다. 올해 글로벌 통합구매를 추진하고 있는 LG전자도 국내 처음으로 일반구매 영역까지 확장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외에 포스코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도 국내 계열사 및 해외 생산 법인을 포함한 글로벌 통합구매를 위한 작업을 계획 중이며, 품목도 직간접재 모두 적용 대상이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글로벌 통합 구매를 위해 올해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인 바츠(Vaatz)를 전면 개편할 계획이고, 소모성자재의 효율적인 구매관리를 위해 별도 구매법인을 설립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KT와 KTF가 합병 한 KT그룹은 양사 간 구매 부문 통합을 통해 통신장비, 용역계약, 공사계약, 물류계약을 포함한 총 4조원 규모의 구매 물량을 지난해 통합했다. 올해는 계열사인 KT커머스를 통해 그룹 MRO 물량을 통합하는 것도 추진 중이다.

엠로 송재민 대표는 “최근에는 주요 대기업들이 글로벌 통합구매의 경우 직접자재 중심의 중앙집중 구매 형태로 실행하고 있다”며 “이런 글로벌 통합구매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통합구매를 위한 명확한 비전과 목표, 그리고 이에 수반되는 구체적인 운영 방식 등에 대한 충분한 준비와 실행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기업군을 중심으로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저비용국가소싱(LCCS)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만 하다. LCCS는 중국, 남미 등 저비용 국가에서 가격대비 가장 품질이 우수한 원자재를 현지 전문가를 통해 전략적으로 구매한다는 것을 말한다. 글로벌 차원에서 가장 최적의 공급사를 찾아 정예화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에서 일부 품목에 한해 추진하고 있다.

컨설팅회사인 언스트앤영어드바이저리의 유성민 전무는 “글로벌 통합구매는 글로벌 소싱할 품목에 대해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고 특히 LCCS는 해당 지역의 법규와 거래 관행 등을 잘 알고 있는 현지 전문가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성공의 열쇠”라고 조언했다.

   

◇중견기업, 통합구매 열풍에 빠르게 가세=중소중견기업들은 최근 1~2년 사이 그룹 차원 통합구매 조직을 통해 그룹 내 구매물량을 통합관리하기 시작했다. 아이마켓코리아, 서브원, 엔투비, KeP 등 기존 구매 대행사를 활용하거나 또한 별도로 구매 법인을 설립하는 곳도 있다. 중견기업들은 대부분 아직까지 MRO 등 공통 간접 자재 등을 중심으로 그룹 차원 통합 구매가 우선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웅진그룹은 지주회사 중심으로 그룹 통합구매 물량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현재 웅진홀딩스에서 그룹의 MRO 구매를 대행하고 있으며, 극동건설, 웅진씽크빅, 웅진코웨이 등 계열사 통합구매를 계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SPC그룹과 CJ그룹, 동부그룹, 삼양그룹 등이 그룹 통합구매를 준비 중이거나 검토하고 있는 단계다.

중소중견 기업의 경우에는 대기업들과 달리 별도 구매 대행사를 설립하기 보다는 지주사를 중심으로 그룹 통합구매 방식을 더 선호하고 있다. 별도의 구매 대행사는 일정규모 이상의 구매물량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수익성을 보장하기 힘들고, 운영비용 등을 감안해 볼 때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중견기업들은 섣불리 별도의 구매대행 기업을 설립하기 보다 지주사를 통해 그룹 구매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우선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원부자재와 설비, 공사 등의 핵심영역의 구매는 자체적으로 통합구매 전략을 고수하겠지만 MRO 등의 간접 자재영역은 구매대행사에 아웃소싱하는 형태를 취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아이컴피아 정혜영 대표는 “MRO의 경우 전체 구매물량의 10~30% 수준이지만 업체수와 거래 건수는 50~80%로 많기 때문에 아웃소싱 전략을 많이 펼치게 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전략 품목에 더 많은 구매 역량을 집중해 나가는 형태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통합 구매 작업을 통해 현재 조달, 계약 등의 일반 구매 업무 비중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삼성전자는 현재 전략소싱 구매 업무 비중이 80%에 이른다.

◇‘지속가능’ 원가 절감 추구=국내 기업들이 이처럼 통합구매 전략을 추진하면서 원가 절감 전략도 예전과 크게 달라졌다. 구매가격 위주의 단순 협상에 의한 절감방식에서 벗어나 총소유비용(TCO) 측면에서 비용관리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즉, 물품가격뿐 아니라 보관, 유지, 물류 비용 등 구매물품 라이프사이클 전반을 총체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엠로 컨설팅사업본부 김태준 전무는 “TCO측면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최근 기업들이 유가, 환율 등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과 과거 실적 단가 등과 비교하기 위한 단가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적극 도입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라며 “또 통계기법을 활용해 구매물품의 원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해 최적의 구매단가를 결정하는 데 활용하는 등 원가절감 기회를 보다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많은 기업들이 통합구매를 추진하면서 협력사를 정예화해 물량 통합 효과를 극대화하하고, 이와 함께 지속가능하게 원가 절감을 추구할 수 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언스트앤영어드바이저리 최진민 상무는 “최근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지속가능 구매에 대한 고민들을 진지하게 하고 있다”며 “지속가능 구매를 위해선 원자재 소싱을 통해 친환경 제품 개발과 함께 이산화탄소와 폐기물 저감 등을 위해 협력사와의 협업을 강화하는 등 녹색 구매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외에도 국내 기업들은 최근 글로벌 구매 소싱 효과를 높이기 위해 범세계적 공급망 관리 측면에서 공급사관계관리(SRM) 시스템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글로벌싱글인스턴스(GSI) 관점의 전사적자원관리(ERP)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구매통합을 추진하는 있는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중국, 유럽 법인 등에 SRM 시스템을 구축 완료했고, 최근에는 미주지역까지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 삼성전기도 최근 중국법인까지 SRM을 확대 적용하고 있으며, 현대모비스와 SK에너지 등도 해외 확장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