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지 이야기

2012. 5. 13. 16:36

  작년 5월 초, 오랜만에 국민학교(!) 때의 옛 친구들과 함께 부부동반하여 봄길을 걸었습니다. 평택에서 전철을 타고 거의 두 시간을 달려 경복궁역에 도착, 사직공원에서 친구들을 만나 공원을 지나고 인왕산으로 접어들어 북악스카이웨이 길을 따라 이어지는 둘레길은 봄을 느낄 수 있는 싱그러움을 주고 있습니다. 벚꽃과 개나리가 만개하고 군데군데 진달래가 산을 더 맑게 합니다. 조선시대 궁술 연습장이던 등과정터를 지나고 배드민턴장을 지나 느긋하게 걸으면 창의문 못미쳐서 정자 주변으로 청운공원을 만납니다.

 

  가는 길에 서울 시내 전경과 멀리 청와대도 보이고, 몇 달 만에 만난 우리 부부들은 서로간에 이야기가 그칠 줄을 모릅니다. 자식들 이야기, 부모님 근황, 직장 일, 그리고 건강에 대한 것들 등 이야기를 하며 걷다보니 벌써 반을 걸어 북악산으로 이어지는 창의문(彰義門)까지 왔습니다. 자하문(紫霞門)으로 더 널리 알려진 창의문은 조선 태조 이성계가 한양 성곽을 쌓을 때 세운 4소문 중 유일하게 남아 있습니다.

 

  청운공원 나무그늘 아래 자리를 잡고 앉아 각자 가져온 먹거리를 펼치고 막걸리를 한 잔 하니 기분이 그만입니다. 버스를 타고 한강 변 마포구 합정동으로 가서 당인리 발전소 벚꽃놀이도 하고, 절두산 성지도 돌아보는 귀중한 시간도 가졌습니다.

 

  역시 옛 친구들은 좋습니다. 서로가 살아 온 길이 다르고 생각도 다르고 살아가는 길도 다르지만,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벗들50년 지기(知己)가 넘는 벗들입니다. 나라도 어렵고 자신들 모두가 어려운 시절, 함께 한 친구들이기에 이렇게 몇 달 걸러 오랜만에 만나더라도 반갑기만 한가 봅니다. 오늘은 시간의 여유가 없어 계획한 대로 모두 다니지는 못하였지만, 봄나들이 이상으로 친구들과의 시간이 더욱 좋았습니다. 이제 함께 살아온 날 보다 앞으로 만날 날이 더 적은 만큼, 서로 더 아끼고 소중한 벗이 되어 더욱 행복한 만남을 가져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