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의 말씀

2015. 6. 18. 23:41

 

   이경규씨가 인생의 짐을 함부로 내려놓지 마라는 강연을 한 적이 있습니다. 대학생들 앞에서 그는 지리산 등반 때 일화를 소개하면서 지고 가는 배낭이 너무 무거워 벗어버리고 싶었지만 참고 정상까지 올라가 배낭을 열어보니 먹을 것이 가득했다고 했습니다. 인생도 이와 다를 바 없습니다. 짐 없이 사는 사람은 없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나서 저마다 힘든 짐을 감당하다가 저 세상으로 갑니다. 생각해 보면 어느 한때 시리고 아픈 가슴 없이 살아본 적이 있었나 싶습니다. 기쁨과 즐거움의 햇살이 비치는가 하면 어느 한쪽 슬픔과 아픔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는게 우리네 인생입니다. 인생 자체가 짐입니다. 가난도 짐이고, 부유도 짐입니다. 질병도 짐이고, 건강도 짐입니다. 책임도 짐이고, 권세도 짐입니다. 헤어짐도 짐이고, 만남도 짐입니다. 미움도 짐이고, 사랑도 짐입니다. 살면서 부닥치는 일 중에서 짐 아닌게 하나도 없습니다. 이럴 바엔 기꺼이 짐을 짊어지고 가는게 맞다는 말씀입니다. 다리가 휘청거리고 숨이 가쁠지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짐이라면 지는게 현명합니다. 언젠가 짐을 풀 때가 되면 짐의 무게만큼 보람과 행복을 얻게 될 것입니다.

 

   아프리카의 어느 원주민은 강을 건널 때 큰 돌덩이를 진다고 합니다. 급류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랍니다. 무거운 짐이 자신을 살린다는 것을 깨우친 것입니다. 진흙탕에 빠져서 헛바퀴가 도는 차에는 일부러 짐을 싣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면 짐이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손쉽게 들거나 주머니에 넣을 수 있다면 그것은 짐이 아닙니다. 내가 지금 지고 있는 짐, 사실 이것은 짐이 아니라 성장에 꼭 필요한 것일 수 있습니다.

   짐을 한번 져 보시기 바랍니다. 이 짐은 그리스도 신앙 안에서 십자가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짐을 지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걸음걸이가 조심스러워 집니다. 절로 고개가 수그러지고 허리가 굽어집니다. 자꾸 시선이 아래로 향합니다. 그러고 보면 내 등의 짐은 내 자신에게 선물이고 스승이고 조련사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