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한인들

무지한 2013. 3. 28. 15:47

▲ 이들을 하나로 묶어낸 K-그룹

    2007년 3월, 실리콘밸리 거주 엔지니어 23명은 이 지역 한 식당에 모여 한국인 IT전문가 모임을 만들기로 의견을 모은다.

    이들은 한국인들도 중국계나 인도계처럼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단체를 만들자는데 의견을 같이 한 것.

    "국가별, 인종별 모임이 있는 곳은 그렇게 많지 않다. 중국과 인도, 우리나라, 러시아 정도이다. 다른 인종들은 대부분 관심분야별로 모임이 별도로 있다. 미국 시민권자인 이탈리아 사람들에게는 이탈리아총선이 화제가 되지 않지만 우리는 모이면 연평도 사태나 삼성, LG 등에 대해 말한다. 이는 모국어에 대한 애착 등 애국심이 연결고리인 것 같다. 여기서 배워 조국으로 돌아가겠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과 인도에서 최근 세계적인 대기업이  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송 대표의 설명이다.

    이들은 이듬해인 2008년2월 회원 140명으로 한국인 하이테크 종사자들의 모임인 '베이에이리어 K-그룹'(www.bayareakgroup.org)을 만든다.

    이 단체는 결성 5년만인 지난 2월말 현재 회원수가 2천130명으로 커졌다.

    물론 이 수치는 누적 회원 수인 만큼 2천명을 넘는 회원이 모두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은 아니다.

    가입 조건이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엔지니어로 돼 있다.

    따라서 미국에 있을 때 가입했다가 한국으로 돌아간 경우도 있고 실리콘밸리 이외의 지역에 거주하는 회원도 있을 수 있다. 또 가입은 했지만 활발하게 활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

    K-그룹 관계자는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는 회원 수는 200명 정도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23명이 시작한 K-그룹이 5년이 조금 넘는 기간에 2천명이 넘는 조직은 커진 것은 말 그대로 '급성장'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이같은 급성장은 90년대 닷컴 붐을 타고 실리콘밸리로 몰려온 중국, 인도계가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파워그룹을 형성한 데 비해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수였던 한인들도 이제 활발한 정보교류와 구심점 역할을 하는 '매머드' 네트워크를 갖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K-그룹은 경영학석사(MBA)를 포함해 석·박사의 비율이 80%를 넘는다.

    말 그대로 고학력 전문가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회원들 가운데는 2012년 1월 현재 세계최대 인터넷기업 구글에 52명이 근무하는 것을 비롯해 시스코시스템스(45명), 애플(30명), 인텔(28명), 마벨(27명) 등 IT업계 종사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또 삼성전자와 LG전자에 근무하는 회원도 각각 58명과 42명이며, 스탠퍼드대와 버클리대 석·박사 과정에 있는 재학생도 111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가운데는 창업에 나서는 이들도 있다고 K-그룹 관계자는 뀌뜸했다.

    주로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와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이곳에서 취업 또는 창업을 했거나 어릴 때 이민 온 뒤 정착한 한인 1세대와 1.5세대 엔지니어로 구성돼 있다.

    K-그룹 홈페이지에도 "실리콘밸리(S.F Bayarea)를 중심으로 첨단기술(Tech) 관련 분야에 공부 혹은 회사에 종사하는 한국계 분들의 자발적 모임"이라고 돼 있다.

    K-그룹은 무엇보다 실리콘밸리 내 채용과 창업 관련 주요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지원한다.

    기술트렌드 등에 맞춘 경력 관리 등을 포함한 회원들간 활발한 네트워킹을 주요 활동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웹서비스·소프트웨어·네트워크·칩 디자인·에너지·바이오 등 6개 분과별로 국내외 주요 전문가들을 초청해 매달 한차례 이상 기술교류 세미나를 여는 등 최근 첨단 기술흐름 정보도 꾸준히 공유하고 있다.

    실제로 K-그룹의 홈페이지를 보면 일자리 관련 정보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고 있으며, 별도로 관리하는 블로그에는 이들이 열고 있는 각종 세미나 내용을 올려놓아 미처 참석하지 못한 회원들도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뿐아니라 현지 한인 엔지니어들에게 골프나 테니스 등 운동모임, 각종 봉사모임 등도 함께 하면서 다양한 형태로 교류할 수 있는 장도 제공하고 있다.

    2010년과 2011년 2년간 K-그룹 회장을 역임한 송영길 제로PC 대표의 설명이다.

    "미국내 한인회를 비롯해 전국 조직이 아닌 특정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회원 1천명을 가진 단체는 없다고 생각한다. 50∼100명 정도의 핵심 멤버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의미 있는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어 회원들이 유익하다고 느끼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2011년 학술세미나만 8차례 했으며, 이를 통해 기술 함양과 회원들간 네트워킹을 통한 일자리 추천, 경력관리, 한국과 실리콘밸리간 교류 증진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이 지역에서 비교적 큰 건물을 보유하고 있는 코트라가 현지에서 활동하는 각종 단체에 회의실 등 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한 이후 K-그룹의 분과별 활동이 더욱 활발해졌다.

    매주 금요일에는 최소한 한 분과는 코트라에서 기술 트렌드 관련 세미나 또는 강연회 등 다양한 모임을 갖고 있다.

    K-그룹은 이와 함께 한국내 일각에서 실리콘밸리에 이처럼 인재들이 몰리면서 '인재유출'이라는 지적이 있는 것에 대해서는 "잘못된 생각"이라고 일축했다.

    "중국, 인도의 예를 보면 닷컴버블이 꺼진 탓도 있지만 상당수가 본국으로 돌아가 자국에 서 미국 대기업에 맞설 수 있는 기업들이 나오는데 일조했다. 삼성과 LG도 현재 그런 회귀인력을 향유하고 있다고 본다. 실제로 회원들 중 1년에 10명 정도씩은 삼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한국 대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자비로 유학하고 글로벌 기업에 들어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오는 인재들을 아무런 비용도 들이지 않고 확보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