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한인들

무지한 2013. 4. 3. 17:10


실리콘밸리 들여다보기---2


 

    = 자유로운 복장에서 창의적인 생각이 생겨난다?=

    '혁신과 첨단기술의 메카'로 생각하고 이곳을 처음 찾은 기업인이나 학생들은 도시가 너무 평온한데 놀란다.

    따스한 캘리포니아 햇볕이 연중 내리쬐고 러시아워 때 주요 간선도로인 101고속도로와 실리콘밸리를 관통하는 도로인 '엘카미노 리얼'(El Canini Real)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교통체증도 없다.

    첨단기술 도시인 만큼 당연히 굴뚝이 없지만 어떻게 보면 전원도시에 훨씬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실리콘밸리의 태동이 된 휴렛패커드의 본사와 스탠퍼드대가 자리잡고 있는 팰러앨토시의 뜻 자체가 '큰 삼나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실리콘밸리 곳곳에는 IT대기업들이 포진해 있지만, 언뜻 보기에는 넓은 잔디밭과 큰 나무들로 이뤄진 대학 캠퍼스와 같은 모습만 보인다.

    또 구글이나 오라클 캠퍼스 등에는 비치발리볼 구장이 있고, 점심때나 휴식시간이 아닌데도 텁수룩한 수염을 기른 젊은이들이 웃옷을 벗어놓은 채 경기에 여념이 없다.

    잔디밭이나 주변 오색 파라솔 밑에도 청바지차림의 편안한 모습의 직원들이 랩톱을 켜놓고 햇볕을 즐기고 있다.

    정장에 넥타이를 맨 사람은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지 않는다.

    이곳에서는 공식석상에서 정장차림을 하지 않아도 절대로 흠이 되지 않는다.

    이같은 복장은 실리콘밸리의 벤처정신의 기저가 되는 자유로운 영혼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가 지난해 5월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미국 뉴욕에서 열린 투자로드쇼에서 후드 티에 청바지, 운동화 차림으로 나타나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당시 월가에서는 저커버그가 후드 티를 입고 나온 것은 투자자들을 무시하는 성숙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에서는 그 같은 복장이 정상이라며 그를 옹호해 눈길을 끈 적이 있다.

    여기서 일화 한토막.

    2011년4월 재선도전을 선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페이스북 본사에서 이른바 미국판 국민과의 대화인 '가상 타운홀 미팅' 일화도 이같은 일면을 보여준다.

    당시 페이스북을 통해 생방송으로 진행된 행사에서 저커버그가 질문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는데 오바마 대통령은 행사를 시작하면서 "내가 바로 마크(저커버그)에게 정장 자켓과 넥타이를 하게 한 사람"이라고 말해 청중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그가 웬만해서는 정장차림을 하지 않는 점을 이용해 유머를 한 것이다.

    그 행사에서 저커버그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페이스북 로고가 들어 있는 후드 티를 선물했다.

    이처럼 실리콘밸리에서는 거의 모든 엔지니어가 티셔츠의 청바지차림이어서 자신의 개성이 잘 드러나지 않자 일부에선 다양한 컬러의 양말로 자신을 표현하는 게 한때 유행하기도 했다.

    이 같은 복장 문화는 현지에서 이뤄지는 발표회장에 가면 그대로 드러난다.

    프레젠테이션(PT)의 달인으로 불렸던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도 연단에서는 항상 터틀넥 셔츠와 청바지, 운동화차림이었고 마크 저커버그도 후드티와 청바지를 즐겨 입었다.

    구글도 개발자회의 등에서 PT를 하는 주요 임원들도 모두 셔츠와 청바지 차림이다.

    삼성전자도 최근 미국 등지에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면서 주요 임원들이 연단에 올라서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양복차림이어서 너무 공식적인 느낌을 줘 이같은 행사를 축제로 여기는 실리콘밸리 문화와는 아무래도 동떨어진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요즘 삼성전자 임원들도 이런 점을 감안해 양복과 드레스셔츠는 입지만 넥타이는 하지 않는 것으로 '절충'패션을 보여주지만 여전히 어색하다.

    = 자유로운 외견 속 성과중심주의…"달성못하면 해고" =

    실리콘밸리는 이처럼 외견상으로는 자유로워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 속에서의 삶은 '살벌하다','치열하다'란 단어가 어울린다는 게 현지인들의 설명이다.

    스탠퍼드대에서 팰러앨토 시내를 통과하는 대학가 거리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벤처캐피털리스트 등 투자자와 창업자들이 만나 열띤 토론을 벌인다.

    실리콘밸리 내 작은 빌딩, 심지어 조그만 아파트에도 창업아이디어를 가진 젊은이들이 모여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내기 위해 밤을 하얏게 지샌다.

    성과를 중시하는 실리콘밸리의 대기업들은 분기(3개월)마다 성과를 점검하는데 당초 정해 놓은 성과를 내지 못하면 가치없이 해고(lay off)가 이뤄진다.

    구글 인사팀의 한 관계자는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면 일단 인사팀과 논의하면서 여러가지 대책들을 강구하지만 그래도 별다른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해고된다"며 "하지만 거의 천재급 인력들이 모여있는 구글에서는 직원들이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스스로 그만둔다"고 전했다.

    = 평범한 일상 고집하는 실리콘밸리 억만장자들=

    또 억만장자와 빈털터리 창업 희망자가 묘하게 공존하는 곳이기도 하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다른 어느 곳보다 억만장자가 많은 곳이기도 하지만 이들이 사는 곳의 담벼락이 낮은 것도 다른 지역에서는 절대로 찾아볼 수 없는 것들 가운데 하나이다.

    대표적인 예가 2011년10월 사망한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집.

    그가 사망한 직후 팰러앨토 주택가에 위치한 그의 집을 찾은 많은 한국인들은 집이 생각보다 소박한데다 담이 낮은 것을 보고 놀란다.

    한국도 마찬가지이지만 미국에도 다른 지역 부촌에 가보면 엄청난 담에 감시카메라가 작동하고 곳곳에 근육질의 보안담당자들이 위압적인(?) 모습으로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곳은 담이 낮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많다.

    잡스의 집에는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가 아니면 집 주변까지 접근하는데 아무도 제지하지 않는다.

    특히 핼러윈 때는 수천명이 이 집을 찾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잡스 가족도 마당을 개방하고 곳곳에 으스스한 유령 인형이나 거미줄 등을 만들어 놓고 어린이 손님들을 맞는다.

    잡스가 살아있을 때는 운이 좋으면 잡스로부터 직접 사탕을 받을 수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집을 '유령의 집'으로 꾸며놓고 길가에 프랑켄슈타인 복장을 하고 앉아서 찾아오는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줬다고 한다.

    잡스가 사망한 후 두번째 맞는 올해 핼러윈에도 수백명의 어린이들이 줄을 서서 집안으로 들어가 유령놀이를 하고 나눠주는 사탕과 초콜릿 등이 수북하게 들어있는 사탕봉지를 받았다.

    그만큼 억만장자와 이웃들이 격의없이 지낸다는 것을 보여준다.

    잡스는 자신의 아들이 다니는 주변 공립고등학교인 팰로앨토하이스쿨에서 하는 학부모회의에도 꼬박 참석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잡스가 유명 벤처투자가 마크 안드레센과의 일화에서도 그같은 단면을 볼 수 있다.

    아이폰이 출시되기 전해인 2006년 잡스는 마크 안드레센과 부부동반 저녁식사를 했다.

    당시 잡스는 팰로앨토 시내 캘리포니아거리에 있는 한 식당 밖에서 빈자리를 기다리던 중 청바지 주머니에서 아이폰 원형을 보여주고 각종 기능에 대해 설명해 줬다고 안드레센은 전했다.

    이처럼 글로벌 IT업계 최고의 명사이자 부호인 이들도 식당 앞에서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리는 곳이 실리콘밸리다.

    페이스북의 공동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셋방살이로 유명했다.

    그는 여러차례 집을 옮겨가며 셋방살이를 하다가 실리콘밸리 이주 7년만에 내집 마련을 했다.

    물론 5개의 침실과 화장실을 갖춘 7천만달러(약 75억원) 짜리 집으로 보통사람들이 상상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인터넷에 나와있는 주소를 보고 찾아가보면 억만장자의 집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는 한때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부자'로 불리기도 했다.

    잡스나 저커버그 등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들은 인근 식당과 마켓 등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끈다.

    현지인이나 관광객 등이 찍은 이들의 사진이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그러다 보니 최근에는 잡스에 집에 도둑이 들기도 했으며, 저커버그는 한동안 스토커 때문에 애를 먹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들이 평범한 일상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오히려 기이하게 느껴질 정도다.

    물론 잡스가 주로 이 집에서 생활했지만 이곳 이외에도 고급주택가인 우드사이드에 방이 14개나 되는 대저택이 있는 등 여러 곳에 집이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이른바 일종의 '스타' 마케팅의 일환으로 보기도 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이 같은 문화는 여전히 신선한 느낌을 준다.

    이들 이외에도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젊은 실업가들이 신분상승을 과시할 수 있는 전통적인 상징인 스포츠카나 요트, 호화저택 등을 거부하고 검소하게 생활하는 예를 쉽게 찾을 수 있다.

    2009년 개인재정상담사이트 민트닷컴을 1억7천만달러에 매각한 아론 패처는 600평방피트(56㎡) 크기의 방 1개짜리 소형 아파트에 살고 평소 12달러 짜리 이발소를 이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페이스북의 공동창업자 더스틴 모스코비츠는 회사까지 주로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항공여행 때도 이코노미석을 이용한다.

    그는 대신 자선단체 기부를 아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클라우드 스토리지업체인 드롭박스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드루 휴스턴은 2011년 7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최고급 승용차를 몰고 다니는 것보다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대중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들은 '돈'이 아니라 인류의 행복과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로 구글의 공동창업주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2004년 기업공개(IPO)를 하면서 미래의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구글은 기존 기업이 아니며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전념할 것"이라고 맹세했다.

    애플의 공동창업주 고(故) 스티브 잡스는 10년전에 이미 "공동묘지 속에 들어간 부자는 내 관심사가 아니며, 무엇인가 놀라운 것을 했다고 말하면서 밤에 잠자리에 드는 것이 나에게 중요하다"고 일갈한 것으로 유명하다.

    페이스북의 창업주겸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도 "돈을 벌기 위해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돈을 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로 월가의 탐욕이 비판을 받으면서 이 같은 IT업계 주요인사들의 발언은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은 사실이다.

    실리콘밸리 내 기업가들이 보다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밤낮없이 일을 하고, 또 이처럼 언급하는 것은 부당하게 많은 보너스를 챙기면서도 자신들의 비서보다도 세율이 낮은 월가 은행가들의 이야기에 지친 미국민에게 청량제와 같은 것이었다.

    이런 주장은 실리콘밸리에서는 쉽게 들을 수 있다.

    보험 관련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미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손해보험 소프트웨어 제조업체 가이드와이어의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마커스 류(37.한국명 류상호) 씨도 "성공과 부가 창업의 이유가 돼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구글의 한국계 엔지니어는 "구글에서 개발하는 것 가운데는 정말 무시무시한 내용들도 많지만 구글이 하기 때문에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말한 적이 있다.

    구글은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에게 매우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그 댓가로 고객들의 방대한 정보를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구글은 이같은 정보를 활용할 때 개인의 프라이버시 등을 누구보다 존중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됐다.

    실제로 구글은 매년 '구글 투명성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각국 정부의 정보열람 요구 등을 공개하는 등 정치권력 등으로부터 개인의 권리를 지키는 데에도 앞장서는 등 민주화·자유화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