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한인들

무지한 2013. 4. 3. 18:17

실리콘밸리 들여다보기---5


    지난해 미국 대학 가운데 기부금 1위의 대학은 하버드대학이 아닌 스탠퍼드대학였다.

    미국 경제가 아직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실리콘밸리에 있는 유수의 기업에 진출해 있는 스탠퍼드대학 졸업생들의 저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사실 실리콘밸리와 스탠퍼드대학은 동일시 될 정도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 실리콘밸리의 태동을 스탠퍼드대학에서 찾을 정도이다.

    스탠퍼드대 프레데릭 터먼 교수가 졸업생들이 모두 동부로 몰려가는 것을 보고 그들이 서부에서도 뜻을 펼칠 수 있게 하겠다는 생각으로 적극 지원한 데 힘입어 이 대학의 대학원생 윌리엄 휴렛과 데이비드 패커드가 1939년 창업한 휴렛패커드사가 실리콘밸리의 출발이 됐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휴렛과 패커드가 창업한 팰러앨토내 차고는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실리콘밸리의 발상지'(Birthplace of Silicon Valley)'라는 유적지로 지정해 보존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아버지'로 불리는 터먼 교수는 이어 스탠퍼드대가 보유한 부지를 기업체들에게 싼 값으로 제공해 다양한 기업들을 유치해 산학협동의 모델을 마련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팰러앨토시에는 공립중학교가 3곳이 있는데 그중 한 곳이 터먼중학교다. 터먼 교수를 기리기 위해 학교명에 그의 이름을 넣었다.

    또 스티브 잡스가 영면한 팰러앨토 남단에 위치한 알타메사 공동묘지에 터먼교수와 데이비스 패커드도 함께 묻혀있다.

    물론 당시 냉전시대로 인해 군사용 전자장비 개발을 위해 막대한 정부자금이 이곳에 투입된 것도 실리콘밸리의 밑거름이 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스탠퍼드대학의 위력은 가공할 정도다.

    이 대학 경영대학원의 허버트 후버 교수와 공과대학원 찰스 이슬리 부교수의 공동연구보고서 '혁신과 기업가 정신을 통해 스탠퍼대드학이 미친 경제적 영향'를 보면 이 대학의 힘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이 대학 출신이 창업한 기업의 연간 매출을 합치면 세계 경제규모 5위인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수준인 2조7천억 달러(약 2천979조원)에 달한다는 것.

    보고서는 1930년대부터 스탠퍼드대학 동문이 세운 기업이 무려 3만9천900개사에 이른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1930년대부터 현재까지 스탠퍼드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학위자 19만1천332명 가운데 생존자 14만3천48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자료를 송부했으며, 이중 2만7천783명이 조사에 응했다.

    스탠퍼드대학 졸업생들이 세운 기업으로는 실리콘밸리의 간판인 휴렛패커드와 구글, 야후, 시스코시스템스, VM웨어 등을 꼽을 수 있다.

    물론 IT기업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기차로 유명한 테슬라 모터스, 증권사 찰스 슈왑, 의류브랜드 갭과 스포츠용품 나이키의 창업자도 스탠퍼드대학 출신이다.

    스탠퍼드대학 동문은 이와 함께 빈민국가 사업자 소액금융대출기관 키바(Kiva) 등 비영리 단체를 만들기도 했다.

    스탠퍼드대학의 분위기도 다른 대학들과는 완전히 다르다.

    일단 총장도 창업가 출신이다.

    전자공학과 출신인 존 헤네시 총장은 현재 퀄컴이 인수작업이 진행중인 무선랜 칩셋 개발업체 아테로스의 공동창업자이다.

    그는 1998년 아텔로스를 창업한 후 2002년 시스코시스템스의 이사회 멤버가 됐으며, 2004년에는 구글의 이사로 등재됐다. 그는 현재 구글의 사외이사로 활동중이다.

    헤네시 총장은 2010년 시스코로부터 33만1천달러, 구글로부터는 49만7천156달러를 벌었으며 아텔로스로부터도 10만달러 정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헤네시 총장은 아텔레스 창업 이전에도 1984년 안식년 때 칩디자인업체인 MIPS컴퓨터 시스템스를 공동창업했으며, 1989년 상장한 후 1992년 실리콘그래픽스에 매각하면서 상당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대학 총장들이 대기업 이사로 등재되는 경우는 가끔 있지만 직접 창업까지 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총장 연봉이 70만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연봉보다 외부 수입이 더 많은 셈이다.

    후버 교수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총장 뿐아니라 대학교직원의 25%도 창업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지난 10년 이내 기업가가된 응답자 가운데 55%는 기업가적 환경 때문에 스탠퍼드대학 선택했다고 답했다.

    실제로 이곳에서 만난 스탠퍼드대학 학생들은 학교에는 창업분위기가 물씬 풍긴다고 말한다.

    지난 3월 '대학은 시간낭비'라고 말한 것으로 유명한 페이팔의 공동창업자 피터 시엘이 모교인 스탠퍼드대학에서 강의를 맡기로 해 화제가 된 바 있는데, 이 소식을 전한 로이터 기사에 나온 일화 한 토막이 이런 학교 분위기를 잘 전하고 있다.

    "학교 학생회관 카페에서 만난 재크 웨이너 군은 이 대학 미식축구팀 스타 쿼터백이자 2011년 헤이즈만 트로피 후보에까지 올랐던 앤드루 럭이 교정을 걸어가도 (학생들이 몰려들거나 해서) 큰 불편이 없지만 벤처투자가로 유명한 비노드 코슬라의 딸인 대학원생은 이곳에서는 '준(準) 연예인급' 대우를 받는다고 소개했다"

    앤드루 럭이 쿼터 백으로 활약할 때인 2011년 이 대학은 전미 대학 미식축구 랭킹이 7위까지 올랐으며, 서부지역에서는 대적할 팀이 없을 정도였다.

    그는 지난해 순위 1번으로 미국프로풋볼(NFL) 인디애나 콜츠로 트레프트돼 주전 쿼터백으로 활약 중이다.

    2011년 말 실리콘밸리 유명 일간지인 머큐리뉴스는 스탠퍼드 대학 미식축구팀이 미국 전체적으로 강팀인데다 학생들은 무료입장이 가능한데도 스탠퍼드대학 경기장에서 열린 경기는 '이해할 수 없게도' 한번도 경기장이 만원사례를 이룬 적이 없다고 보도했을 정도다.

    미국 대부분 대학에서는 전미랭킹에 들지 못해도 미식축구 경기가 열리면 그 도시 전체가 축제분위기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 이 기사에 보면 창업을 할려고 중도 포기한 학생이 창업이 잘 안되면 곧바로 학교로 돌아올 수 있다는 대목도 나온다.

    그만큼 이 학교가 창업에 우호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스탠퍼드대학 2학년생인 한국계 A군도 원래 의사가 되기 위해 이 학교 생물학과에 입학했으나 2학년이 되면서 부모와 상의도 하지 않고 과를 컴퓨터사이언스로 바꿔 버렸다.

    그리고는 2학년 중반에 자신이 살고 있는 기숙사에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벤처기업을 창업했다. 한국에 있는 부모는 못마땅해 하지만 말릴 방법이 없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스탠퍼드 대학이 학문적 성과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지금까지 노벨상을 수상한 스탠퍼드대학 교수 또는 연구원만 28명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