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이야기

무지한 2012. 10. 29. 11:26

미국 실리콘밸리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스탠퍼드대학이다.

심지어 스탠퍼드대가 없었다면 실리콘밸리도 없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로 이 대학 전기공학부 졸업생 빌 휴렛(Bill Hewlett)과 데이비드 패커드(David Packard)가 스승인 무선공학과 프레데릭 터먼 교수의 지원을 받아 세운 휴렛-패커드가 실리콘밸리 기업의 시조로 꼽힌다.

당시 터먼 교수가 이 대학의 우수한 졸업생이 미국 동부의 기업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 이들에게 이곳에 창업할 권했다고 한다. 그래서 터먼 교수를 '실리콘밸리의 아버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팰러앨토에는 공립중학교가 3곳이 있는데 그중 한곳이 터먼 중학교다. 터먼 교수를 기리기 위해 학교명에 그의 이름을 넣었다고 한다)

휴렛과 패커드가 창업한 팰러앨토내 차고는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실리콘밸리의 발상지'(Birthplace of Silicon Valley)'라는 유적지로 지정해 보존하고 있다.

이 대학이 최근 동문들이 창업한 기업의 연간 매출을 합치면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2조7천억달러(약 2천979조4천500억원)에 이른다고 추산한 연구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기사 여기)

자료

Stanford_Innovation_Survey_Executive_Summary_Oct2012.pdf

스탠퍼드대 교수 2명이 지난해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털 세콰이어 캐피털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이번 연구 결과, 스탠퍼드대에 뿌리를 둔 기업이 3만9천900개사나 되고 그동안 540만개 일자리를 장출하고 연간 전세계적으로 2조7천달러의 매출을 창출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그중에는 구글과 시스코 휴렛패커드 , 야후, VM웨어, 넷플릭스 등 IT기업도 있지만 나이키와 갭 등 기업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1930년대부터 현재까지 스탠퍼드대에서 학위를 받은  학위자 19만1천332명 가운데 생존자 14만3천48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자료를 송부하고 이중 2만7천783명이 조사에 응했다.

응답자의 29%는 영리기업 또는 비영리단체를 설립한 기업가로 확인됐으며 32%는 자신을 벤처기업의 투자자 또는 초창기 직원, 이사회 멤버였다고 답했다. 심지어 대학 교직원의 25%도 창업 경험이 있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지난 10년 래 기업가가 된 응답자 가운데 55%는 기업가적인 환경 때문에 스탠퍼드대를 선택했다고 답했다.

실제로 이곳에서 만난 스탠퍼드대 학생들은 학교에는 창업분위기가 물씬 풍긴다고 말한다.

지난 3월 '대학은 시간낭비'라고 말한 것으로 유명한 페이팔의 공동창업자 피터 시엘이 모교인 스탠퍼드대학에서 강의를 맡기로 해 화제가 된 바 있는데, (관련 기사 여기) 이 소식을 전한 로이터 기사 에 나온 일화 한 토막이 이런 학교 분위기를 잘 전하고 있다.

"학교 학생회관 카페에서 만난 재크 웨이너 군은 이 대학 미식축구팀 스타 쿼터백이자 2011년 헤이즈만 트로피 후보에까지 올랐던 앤드루 럭은 교정을 걸어가도 (학생들이 몰려들거나 해서) 큰 불편이 없지만 대학원생인 벤처투자가로 유명한 비노드 코슬라의 딸은 준-명사의 대우를 받는다고 전했다"

Sitting in the student union cafe on a recent evening, Zach Weiner, a senior majoring in symbolic systems, described a campus where Andrew Luck, the football team's star quarterback and 2011 Heisman Trophy runner-up, could pass largely unharassed but where the undergraduate daughters of the venture capitalist Vinod Khosla are considered quasi-celebrities.

앤드루 럭이 쿼터 백으로 활약할 때인 2011년 이 대학은 전미 대학 미식축구 랭킹이 7위까지 올랐으며, 서부지역에서는 대적할 팀이 없을 정도였다.

그는, 올해 순위 1번으로 NFL 인디애나 콜츠로 트레프트돼 주전 쿼터백으로 활약중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 실리콘밸리 유명 일간지인 머큐리뉴스는 스탠퍼드대학 미식축구팀이 미국 전체적으로 강팀인데다 학생들은 무료입장이 가능한데도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경기는 '이해할 수 없게도' 한번도 경기장이 꽉찬 적이 없다고 보도했을 정도다.

미국 대부분  대학의 경우 전미랭킹에 들지 못해도 미식축구경기가 열리면 그 도시 전체가 축제분위기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 이 기사에 보면 창업을 할려고 중도 포기한 학생이 창업이 잘 안되면 곧바로 학교로 돌아올 수 있다는 대목도 나온다. 그만큼 이 학교가 창업에 우호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친구의 아들 A군도 원래 의사가 되기 위해 이 학교 생물학과에 입학했는데 2학년이 되면서 부모와 상의도 하지 않고 과를 컴퓨터사이언스로 바꿔버렸다.

그리고는 2학년 중반에 자신이 살고 있는 기숙사에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벤처기업을 창업했다.

한국에 있는 부모는 못마땅해하지만 말릴 방법이 없었다고 한다.

심지어 이 학교 존 헤네시 총장도 무선랜 칩셋 개발업체인 아테로스의 공동창업자이다. 게다가 2002년부터 시스코 시스템스 이사회 이사인데다 2004년에는 구글의 이사가 됐으며, 현재 구글의 사외이사로 활동중이다.(관련기사 여기

미국 대학총장들이 대기업 이사로 등재되는 경우는 가끔 있지만 직접 창업까지 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렇다고 스탠퍼드 대학이 학문적 성과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지금까지 노벨상을 수상한 스탠퍼드대 교수 또는 연구원만 28명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