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한인들

무지한 2012. 10. 30. 14:29

    ◆ 나에게 실리콘밸리란…"창업 자양분을 준 곳"

    그는 1974년 중학교 1학년때 가족들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그때 정착한 곳이 바로 실리콘밸리였다.

    처음에는 샌프란시스코와 새너제이의 중간지점인 샌 카를로스라는 백인촌에 정착했다.

    다른 이민자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이 씨는 부모는 자녀들이 영어를 배울 수 있게 하기 위해 동양인이 거의 없는 그 곳으로 갔던 것.

    흑인이나 남미계, 동양인이 한명도 없는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쉽지 않은 청소년기를 보냈다. 영어를 거의 하지 못하는데다 문화적인 차이도 컸다.

    게다가 사춘기 시절에 인종차별까지 감내해야 했다고 술회했다.

    그는 2년 후 실리콘밸리 한복판이라고 할 수 있는 서니베일로 이사했다. 하지만 그 당시 서니베일은 말그대로 사과나 살구, 복숭아 등이 널려있는 과수원이었다. 그때는 실리콘밸리라는 용어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때는 사실 집값이 쌌기 때문에 이사하게 됐다. 지금 부동산 가격이나 주변에 엄청난 기업들이 들어선 것을 생각하면 말그대로 상전벽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가 IT의 요람으로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보고 배운 것이 대학 졸업 후 창업을 하는데 자양분이 됐다.

    그는 1983년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에는 회계 소프트웨어를 팔다가 창업전선에 뛰어들게 된다.

    그가 생각하는 실리콘밸리의 성장 이유는 뭘까?

    대답은 의외였다. 한마디로 여러가지 우연이 겹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스탠퍼드대학이라는 걸출한 대학이 생겼고 이 대학과 날씨 등 다양한 변수들로 인해 자연스럽게 반도체산업이 시작되면서 실리콘밸리가 태동했다는 것.

    누가 의도적으로, 억지로 만든 것이 아니라는 뜻으로 읽혔다.

    하지만 현재 실리콘밸리의 장점을 물은 데 대해서는 조금 답변이 달랐다. 훌륭한 벤처투자가들이 모여 있다는 점을 들었다.

    특히 이 가운데 20% 정도는 정말로 투자할 가치가 있는 회사를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혜안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제대로 된 회사들을 선별하고 아낌없이 투자해 진짜 회사다운 회사를 만드는데 도움을 주고 있어 실리콘밸리가 선순환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 날씨가 좋은 점과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살면서 인종차별이 없이 전세계의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점도 큰 강점으로 꼽았다.

    10년전 닷컴버블의 붕괴에 이어 현재 제2의 버블이 생겨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만약 버블이 있더라도 당시와 같은 대규모 버블은 아니다"며 "아직 걱정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때는 인터넷 산업 부흠으로 '어중이 떠중이'들이 몰려들었고 돈이 넘치면서 가치없는 아이디어들까지도 너무 쉽게 투자를 받는 것을 봤던 기억이 생생하다. 심지어 드라이클리너닷컴이라는 회사가 300만달러의 자금을 유치해 황당해 한 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벤처투자가들이 그때와 비교해 훨씬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 등 큰 회사들에는 엄청난 투자가 이뤄지고 있지만 실제로 이처럼 시장의 조명을 받는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로 많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리콘밸리 경제에 대한 그의 분석도 조금 독특했다.

    쉽게 말해 실리콘밸리 경제는 미국 전체 경제와 '따로 논다'는 것.

    실제로 실리콘밸리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미 그 이전 경제수준을 회복했다고 그는 진단했다.

    이에 비해 실리콘밸리를 제외한 미국의 다른 지역은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같은 캘리포니아 내에서도 실리콘밸리만 벗어나면 빈 집이 수두룩하다.

    주로 은행에 압류된 주택들이다.

    캘리포니아 내륙지역에 있는 캘리포니아대 머시드 캠퍼스(UC머시드)에는 수영장이 있고 방이 5-6개가 있는 저택에 학생들이 세를 내 살고 있을 정도다.

   이 지역은 대학이 들어서면서 신흥 주택단지가 들어섰지만 매수자가 없다보니 울며 겨자먹기로 학생들에게 저렴하게 세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연 7천달러이면 이런 주택을 빌릴 수 있다. 학생 5-6명이 함께 빌리면 정말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참고로 UC머시드의 기숙사 비용은 1년에 1만3천달러가 넘는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횡재'이지만 주택 소유자들은 아마도 죽을 맛일게다.

    하지만 실리콘밸리 내 주택사정은 다르다. 실리콘밸리 한복판인 팰러앨토는 주택가격이 이미 2008년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특히 지난 5월 페이스북 기업공개(IPO)를 전후해 집값과 렌트비가 천정부지로 뛰어 올랐다. 렌트비는 지난해와 올해 각각 평균 10% 이상씩 인상되고 있다.

    엔지니어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이지만 인력난까지 발생하고 있다. 고용사정이 그만큼 좋아졌다는 것이다. 오라클을 비롯해 주요 IT기업들은 최근까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소개한 직원에게 보상금을 줄 정도다.

    "실리콘밸리 지역은 다른 지역 경제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 지역 IT산업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그에 따라 IPO시장이 활성화되면, 벤처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자체 선순환이 생긴다. 그러면 이 지역 고용사정이 좋아지고 그에 따라 임금도 상승하는 사이클을 가진다. 실제로 이곳 부동산은 바닥을 친 지 이미 1년6개월이 지났다. 마치 다른 나라같다"

    그도 캘리포니아 중동부 지역에 있는 주내 3대 도시인 프레즈노는 아직도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고 전했다. 실리콘밸리에서 승용차로 2시간30분 밖에 걸리지 않는 곳이다.

    이 씨가 IT 관련 벤처기업 뿐아니라 자산운용회사를 경영하고 있어 미국 경제 전반에 대해서도 항상 주시하고 있는 만큼 상당히 신빙성이 있는 분석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