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이야기

무지한 2013. 5. 28. 14:05

지난 3년간 숨가쁘게 달려온 실리콘밸리가 요즘 조용하다.

여전히 개별 기업 내부적으로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겠지만 소비자로서 바라본 현재의 실리콘밸리는 지난 3년 가운데 가장 지루한 시기로 느껴질 정도다.

실리콘밸리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근까지 뉴욕 월가를 대신해 미국의 심장 역할을 해 왔다.

그 중심에는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등 이곳의 IT대기업들이 있었다. 

이들 대기업은 도덕적 비난의 대상이 된 월가의 주요 투자은행을 대신해 혁신을 무기로 미국의 성장을 견인했다.

성장 동력은  모바일과 소셜미디어였다.

모바일 혁명은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시작됐다.

그 전에도 스마트폰은 있었지만 버튼이 하나 밖에 없고 설명서 없이도 다룰 수 있을 정도로 사용하기 쉬우면서도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닐 수 있는 컴퓨터를 표방한 아이폰은 처음 소개될 당시 놀라움 그 자체였다. 

아이폰을 처음 선보이면서 컴퓨터와 전화기, 그리고 MP3를 하나로 합쳐놓은 것이라고 소개한 잡스의 설명도 절묘했다.

아이폰 이전에도 노키아의 심비안이나 리서치 인 모션의 블랙베리 등이 있었지만 대중적인 제품이라기 보다는 얼리어댑터를 위한 것이었다.

이런 애플의 대항마는 구글.

구글은 2005년  인수한 안드로이드를 통해 개방형 모바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를 개발하고 삼성전자와 모토로라, HTC 등과 손잡고 애플에 맞선 것.

잡스가 새 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정말 세계가 열광했으며, 구글도 삼성전자 등과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모바일 업계에 '경쟁을 통한 성장'이라는 선순환이 일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애플의 혁신은 그 이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애플은 2010년 아이패드를 내놓으면서 모바일시장에 태블릿PC라는 새 카테고리를 만들어냈다.

초기에는 PC와 스마트폰 사이에 있는 애매한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출시 이후 놀라운 성장을 거듭해 지금은 PC시장을 위협할 정도로 커졌다.

잡스는 아이패드를 선보일 때 이미 PC시장을 딛고 이른바 '포스트PC시대'를 천명, 놀라운 예지력을 보여줬다.

애플과 안드로이드 진영간  경쟁도 자체도 재미있는 볼거리였다.

잡스의 전매특허인 '독설'자체가 기사거리였다.

또 경쟁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해지면서 결국 이들은 법정으로 무대를 옮기기도 했다.

삼성-애플 특허전, 유

업계 내부에서는 법정다툼이 혁신을 죽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고, 변호사들의 배만 불려줬다는 비난도 있었지만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같은 모바일 혁명을 간파하지 못한 마이크로소프트, 노키아 등은 애플과 구글, 삼성전자 등에 뒤처진 채 아직까지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들은 한때 세계를 주름잡던 최고의 글로벌 기업이었다.

다른 한축 소셜미디어도 놀라운 성장세를 구가했다.

물론 그 중심에는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있었다.

인터넷 연결을 통해 '공유'한다는 개념은 다양한 파생 카테고리를 만들어내면서 발전했다.

포스퀘어, 고왈라 등 위치기반서비스, 그루폰이나 리빙소셜 등 소셜커머스, 트위터나 텀블러 등 마이크로블로깅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페이스북은 가입자 수가 10억명을 넘어서면서 전세계를 하나로 묶어놓았다. 10억명의 국민을 가진 '페이스북 국가'라는 말도 나왔다.

이처럼 모바일과 소셜미디어 혁신으로 실리콘밸리에 엄청난 돈과 인재들이 몰렸다.

애플과 구글 등 기존 IT대기업들은 모바일 관련 제품 판매로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페이스북 등 새로 시작한 인터넷기업 창업자들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새로운 억만장자가 됐다.

마크 저커버그의 성공에 자극받은 미국 동부 아이비리그 출신 인재들도 실리콘밸리로 몰려들었다.

특히 소셜미디어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것으로 별다른 투자자금이 필요없는 이점까지 겹치면서 창업 열풍이 거세게 불었다.

그러다보니 샌프란시스코와 새너제이로 이어지는 실리콘밸리에는 활기가 넘쳐났다.

늘 새로운 소식들이 쏟아졌다.

그동안 잡스의 손짓하나, 저커버그와 관련된 일화 한편에도 전세계인들이 귀를 귀울였다.

하지만 선진국을 중심으로 모바일 시장이 성숙해지고 소셜미디어도 고객의 입장에서는 이미 더이상 신선한 자극을 주지 못하게 됐다.

최근 미국 마케팅 담당자들의 조사결과, 소셜커머스나 위치기반서비스 등은 더이상 마케팅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답했다.  심지어 조사대상자의 80%는 앞으로 소셜커머스를 마케팅 도구로 활용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그루폰이나 포스퀘어는 미국에서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그루폰은 최근 창업자가 경영 부진을 이유로  회사 CEO직을 내놓기도 했다.

모바일 혁명을 주도해온 애플에서도 잡스 생전에 보여줬던 이른바 '와우' 팩터가 없어졌다.

애플과 경쟁하고 있는 구글이나 삼성전자 등이 내놓은 제품도 화면이 커지고 카메라 성능이 좋아지는 등 이전 제품을 일부 개선한 부분은 있지만 눈길을 확 잡아끄는 새로운 것은 없다.

전문가나 엔지니어들의 눈에는 ㅈ재미있는 것들이 있을 수 있지만 일반 대중들의 입장에서는 처음 아이폰을 봤을 때와 같은 신선한 충격은 느끼지는 못하는 것.

몰론 모바일 시장에도, 소셜미디어 시장에도 아직 혁신이 끝났다고 말 할 수는 없다.

가장 기대되는 분야는 입는 컴퓨터.

구글은 지난해 처음 선보이기는 했지만 '구글 글라스'가 여전히 화제의 중심에 있다.

올해 개발자회의에서는 2천여명이 구글 글라스를 쓰고 행사장을 누볐다.

CNN, 뉴욕타임스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주요 언론, 인터넷업체들이 구글 글라스를 위한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발표하는 등 구글 글라스가 차세대 모바일 플랫품이 될 가능성을 높였다.

구글은 지난해 처음 발표할 때부터 구글 글라스의 유용성 등에 대해 강조하고 있지만 솔직히 아직 킬러 앱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구글의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구글 글라스를 착용하고 스카이 다이빙을 하면서 하늘에서 내려오면서 자신이 눈으로 보는 것을 전세계 100만명의 개발자들과 공유했다.

구글 글라스 UI 영상

이 제품 개발에 참여한 엔지니어들은 운동할 때 몸상태 등을 알려주는 앱, 가라오케 앱 등을 제시하면서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스마트폰처럼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기능 즉 '전화기 기능과 함께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는 컴퓨터'처럼 꼭 필요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 없다.

물론 이같은 고민은 2010년 아이패드가 처음 나왔을 때도 있었던 것이다. 물론 지금은 아이패드 등 태블릿PC는 당연히 한대 정도 가지고 있어야하는 'Must-have' 아이템이 됐다.

스마트시계도 기대되는 아이템이다. 삼성전자나 애플도 이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 ‘아이워치’ 예

스마트TV도 모바일과 인터넷 혁명을 이어갈 수 있는 기대주로 꼽힌다. 이미 구글은 안드로이드 최신버전인 젤라빈을 구글TV의 운영체제로 탑재했다. 또 크롬과 안드로이드의 통합도 시도하고 있다. 결국 모든 컴퓨터 관련 운영체제를 하나로 통합하고 있는 것.

TV라는 기기를 이용해 동영상을 포함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여전히 상당히 매력적이다. 현재 아날로그의 마지막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거실까지 디지털이 점령하는 셈인데다  TV는 엄청난 광고시장을 가지고 있어 향후 성장세도 폭발적일 수 있다.

아직 생태계 형성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지만 삼성전자도 이미 스마트TV에 공을 들이고 있고 애플도 올해중에 스마트TV를 내놓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소셜미디어시장과 관련해서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빅데이터'가 새로운 혁신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된다.

구글의 구글 나우, 페이스북의 그래프검색 등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혁신은 어디서 어떻게 올 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올 여름에는 새로운 혁신 제품이 쏟아져 지루하지 않은 여름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