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이야기

무지한 2013. 6. 5. 15:27

최근 정부가 창조경제 실현계획을 마련하면서 내건 슬로건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기술을 가진 국민이라면 누구나 실패에 대한 걱정없이 창업에 도전하는 세상'이다.

이른바 '성실 실패'라는 것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개운치 않다.

이 슬로건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가장 핵심적인 장점인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리콘밸리 창업자들도 당연히 실패를 걱정한다.

잘 다니고 있는 직장이나 학업을 포기하고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간다는 게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은행에서 융자로 창업하는 것보다 투자를 받을 수 있으면 좋지만 그건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다.

이곳의 유명 벤처캐피털 안드레센 호로비츠도 3천명 중에 20명 정도에만 투자한다고 언급한 것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또 투자도 한차례만 받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중도에 경영상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자금줄이 막히는 등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물론 제대로된 아이디어와 이를 제품으로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을 인정받아 충분한 자금지원을 받는다면 창업자도 급여를 받는 등 경제적으로 안정적일 수는 있다.

자신은 물론 부모와 주변 친지들의 돈을 모두 끌어모아 창업을 하고 실패하면 사돈의 8촌까지 망하는 한국의 창업 구조와는 다르다.

정부도 이 점을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창업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직원을 고용하고 사무실을 구하고, 자금을 조달하고, 제품의 판로까지 찾아야하는 등 정말 고독하고 어려운 과정인데다 자칫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한꺼번에 모두 잃을 수 있다.

따라서 '창업의 메카'로 불리는 실리콘밸리에 있는 구성원들조차도 선뜻 창업에 나서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런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 곳에서는 위험을 감수하는 창업가에 존경하는 마음을 갖는다.

실리콘밸리라고 해서 실패를 '그냥' 용인하지는 않는 것 같다.

현지에서 창업으로 성공한 한인을 취재하면서 들었던 얘기다.

"실리콘밸리 내부로 들어가면 이곳이 촘촘한 네트워크로 이뤄진 매우 좁은 커뮤니티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당연히 이곳에서 활동하는 창업가들의 정보가 공유됩니다. 한번 이들의 눈밖에 나면 더 이상 실리콘밸리에서 살아가는 게 불가능해집니다. 당연히 더이상 투자는 물론 이곳에서 사회활동하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그는 이것을 실리콘밸리의 '자정능력' 또는 '처리시스템'이라고 했다.

세계 최고의 경험과 능력을 갖춘 벤처캐피털들이 자신이 투자한 스타트업들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서  실패는 철저하게 검증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