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쓴 기사

무지한 2012. 11. 4. 01:41

연합뉴스 특파원은 취재를 시작하면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가끔 1인 3역을 합니다. 일단 본연의 일인 취재와 기사쓰기, 두번째는 사진취재,  마지막으로 방송 영상 취재과 리포트까지 합니다. 요즘 미국 기자들 중에도 이렇게 하는 곳이 있다고 하는데 아직 직접 보지는 못했습니다.

이건 누가 들어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직접 해보지 않으면  얼마나 힘든지는 정말 이해하기 힘듭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게다가 방송취재의 경우 원래 3인이 1조로 이뤄집니다. 취재기자, 카메라기자, 오디오맨.  이것도 혼자 다 해야하는 만큼 사실상 1인5역이 되는 것이죠.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어제 반크를 취재했는데요. 반크 일행이 구글과 애플 앞에서 독도 문제로 시위를 했습니다. 이 사람들이 약속시간보다 30분 이상 늦게 도착했습니다. 그만큼 취재시간이 줄어들었죠. 일단 시위를 시작하면 사진을 1-3분에 걸쳐 찍습니다. 그리고 캠코더를 들이댑니다. 그러다 다시 사진취재를 하고, 다시 동영상 취재를 합니다. 행사가 끝나갈 때쯤 대표자를 불러 동영상 인터뷰를 해야합니다. 그리고 글취재를 동시에 합니다. 그런데 동영상 인터뷰를 잘 못하는 사람을 만나면 낭패입니다.

어제는 급하게 하다가 그만 스틸 카메라의 노출이 열린 줄 모르고 정신없이 찍는 바람에 절반 이상의 사진을 날렸습니다. 원래 사진기사는 한번 찍고 잘 나왔는지 확인하고 다시 찍는 절차를 거치는데 바쁘면 확인하지 않고 무조건 찍고 봅니다. 그러다 이런 낭패를 당했습니다. 다행히 사진부 데스크가 사진을 살려냈습니다. 자연스럽지는 않지만 쓸 수는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도 이번 건 그나마 쉬운 취재입니다. 경쟁 언론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 혼자 취재를 하니까 내 가 원하는 시간에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습니다. 제가 타이밍을 놓치면 다시 해달라고 다시해달라고 할 수도 있죠. 하지만 경쟁취재에선 정말 곤욕입니다. 방송사,  신문사 기자와 저 이렇게 3명이 취재에 나섰다고 하면...생각도 하기 싫습니다만 말 그대로 입에 단내가 납니다. 방송기자는 뒷짐을 지고는 우아하게 책임자를 불러 취재를 합니다. 그동안 저는 함께 나온 신문기자(요즘 신문기자들 외국에 출장올 때는 기본적으로 카메라를 가지고와 사진취재도 합니다)와 함께 스틸사진 취재를 합니다. 그때  방송카메라가 옆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급하게 동영상 촬영을 시작합니다. 이때 방송 카메라기자가 높은 곳으로 이동합니다. 이때부터 고민이 시작됩니다. 방송촬영의 기본은 높은데 가서 일단 풀샷을 잡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하는데요. 그걸 하면 전 다른 취재 모두 포기해야합니다. 그래서 포기하고는 사진취재와 글취재를 어찌어찌 병행합니다. 그때 방송기자가 인터뷰하겠다면서 책임자를 부릅니다. 헉! 이 부분이 또 곤욕스럽습니다. 책임자가 오고 카메라기자가 준비를 하면 오디오맨이 책임자 옆에서  마이크를 듭니다. 이때 때를 놓치지 않고 이 오디오맨에게 제 마이크도 함께 들어달라고 부탁해야 합니다. 타이밍을 놓치면 저는 인터뷰 대상자에게 직접 들어달라고 합니다. (오디오맨은 조금 황당해 합니다만 그걸 거절하는 인터뷰어는 아직 없었습니다). 그동안 신문기자는 원하는 취재를 합니다.  행사가 끝나면 방송기자, 신문기자는 철수하지만  전 이때부터 글기사를 위해 추가 취재를 합니다. 사진 동영상 취재를 하는 동안 취재를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가끔 신문기자들이 혹 놓치는 게 있을까봐 우려하면서 같이 취재하기도 합니다.

모두 마치고 돌아오면 전 글기사를 먼저 쓰고 송고합니다. 다른 기자보다 늦지 않아야하기 때문에 조바심이 납니다. 인터넷언론사 기자들은 속보처리 훈련이 돼 있어서 잘못하면 그들보다 늦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는 직접  찍은 사진 중에 괜찮은 것 3-5장을 골라내 송고합니다. 이것도 사진 고르고 압축, 캡션쓰고 송고, 사진부에 전화해 통보 등 절차가 제법 있습니다. 사진이 송고된 것을 확이하면 맵핑을 해야합니다. 끝으로 동영상. 찍은 동영상 중에 스크립트와 맞는 것을 골라내야 합니다. 그리고 스크립트를 쓰고 동영상을 압축해서 보냅니다. 이게 생각보다 시간이 엄청 많이 걸립니다. 어제 반크 동영상은 이상할 정도로 빨리 업로드가 됐습니다만 그전까지는 통상 4-5시간은 걸렸던 것 같습니다. 미국 취재환경이 좋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무엇보다 인터넷 속도가 한국에 비해 엄청 느립니다. 실리콘밸리인 이곳도 그런만큼 다른 곳은 더합니다. 그럼 아침에 시작한 취재가 기본 새벽 2-3시에 끝납니다. 저가 있는 샌프란시스코는 그래도 경쟁사 특파원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만 워싱턴이나  LA 등은 정말 힘들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일이 끝나고 저도 놀랐습니다.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30분 만에 글기사, 사진, 방송취재까지 모두 마쳤으니까요. 물론 글기사 쓰기,  사진정리, 동영상 정리, 리포트를 만들고 스탠퍼드로 이동해 추가 동영상 취재까지 하고 완전히 끝내는데는 12시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방송기사입니다. 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