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이야기

무지한 2012. 11. 8. 11:14

구글의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 미국 대통령선거 하루 전인 지난 5일 구글+에 '새로 선출되는 공무원들에게' 보내는 형식으로 미국 선거제도와 정치문화 등에 대한 자신의 비판적인 생각을 적은 글을 남겨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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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간으로 8일 오전까지 댓글이 500개나 달리고 페이스북의 '좋아요'와 같은 +1이 7천586건이나 된 것으로 봐서는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IT업계에서는 어지간히 화제가 됐던 것 같다. (관련기사 여기)

그의 코멘트에는 정치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내용이 담겨 있어 이 소식은 한국에서도 신선한 충격(?)이 됐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 기사화했다.

한편으로는 비록 미국이지만  대기업의  창업자이면서 비록 CEO는 아니지만 현재도 이 회사에서 활발하게  일을 하고 있는 현직 기업인이 정치권을 겨냥해 이런 쓴소리를 한다는 것이 이례적이라고도 생각했다.

브린 코멘트의 핵심은 당파적인 정쟁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사실 그가 정쟁과 관련해 표현한 부분은 브린을 한국 기업인 이름으로만 바꾸면 한국 정치현실에 대한 우리 기업인들의 비판으로 착각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선거결과와 관계없이 정부는 정파적 갈등의 거대한 불꽃이 될 것"이라며 "선출직 공무원들은 예외없이 사려깊고 선의를 가진 분들이지만 그들이 하는 노력의 90%는 경쟁 정당과의 대결에 쏟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는 "정당에서 뛰쳐나와 진정으로 독립적으로 정치를 해 달라"며 "이것이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최대의 헌신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말에 동의하면 이 글을 새로 선출되는 공무원들에게 전달해 달라면서 글을 마쳤다.

물론 내용 중에는 미국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점 등도 포함돼 있었다.

이 부분은 그가 러시아 이민자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 제도와 비교해 볼 때 미국 제도가 비효율적이라고 느끼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이 내용을 한국적 상황에 대입하면 어떻게 될까.

한국에서 대기업 총수가 이 같은 지적을 했다면 정치권이나 일반 국민들의 반응은 어떻게 나타날까.

조금 오래된 일이지만 모기업 총수가 한국 정치를 비판하는 언급을 한 뒤 파문이 일었던 적이 있다.

15년도 더 된 일이지만 그는 당시 중국 특파원들과의 비공식 만남에서 "정치인은 4류, 관료행정은 3류, 기업능력은 2류"라고 말했다.

당시 정치권과 관료들 사이에서는 "재벌의 오만불손"이라며 반(反) 삼성 기류가 확산됐고, 삼성 내부에서도 곤욕스러워했던 기억이 있다.

실제로 그 기업이 당시 정부의 견제로 한동안 큰 불편(?)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그럼 세르게이 브린의 발언에 대한 미국 정치권의 반응은 어떨까.

기사화를 할 정도는 아니지만 개인적인 호기심에 구글 검색을 통해 찾아봤지만 검색실력 탓인지 찾을 수가 없었다.

한국과 미국 정치권의 반응이 이렇게 다른 이유는 뭘까. 

우리 정치권이나 관료조직이 불쾌한 반응을 보인 것에 대해  잘못된 권위의식에 사로 잡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반대로 원래 문제가 많은 기업들이 남을 탓하거나 비난하는 것에 발끈한 것이라고 말해도 무리한 해석은 아닐 것이다.

결국 우리 정치권이나 기업 누구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그렇다고 미국식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다.

댓글 가운데는 그의 코멘트에 찬성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너무 유토피아적인 생각이라고 지적한 경우도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정쟁만 비판하지 말고 구글도 애플과의 '바보같은' 싸움을 하지말라"는 것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한마디로 "너나 잘하세요"


다음은 브린이 올린 원문.


I must confess, I am dreading today's elections.
Not because of who might win or lose.
Not because as a Californian, my vote for President will count 1/3 as much as an Alaskan (actually it won't matter at all -- I'm not in a swing state).
Not because my vote for Senate will count 1/50 as much as an Alaskan.

But because no matter what the outcome, our government will still be a giant bonfire of partisanship.  It is ironic since whenever I have met with our elected officials they are invariably thoughtful, well-meaning people.  And yet collectively 90% of their effort seems to be focused on how to stick it to the other party.

So my plea to the victors -- whoever they might be: please withdraw from your respective parties and govern as independents in name and in spirit.  It is probably the biggest contribution you can make to the country.

[If you agree, pass it on to your newly elected officia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