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한인들

무지한 2012. 11. 10. 14:54

▲ 올해 첫 IPO 美IT기업의 주인공

    2012년1월25일 미국 동부시간으로 오전 9시 뉴욕의 명소로도 유명한 뉴욕증권거래소 타종식장.

    여러 사람들에 둘러싸인 식장 한 가운데 정장차림을 한 작은 체구의 동양인 청년이 수줍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개장 시간이 다가오자 그는 환하게 밝은 미소를 지으며 타종버튼을 눌렀다.

    그는 손해보험 소프트웨어업체인 가이드와이어의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 마커스 류(37.한국명 류상호).

    이날 실리콘밸리와 미국 증권시장이 모두 가이드와이어의 첫 거래를 숨을 죽이며 지켜봤다.

    가이드와이어가 올해 IT기업으로는 처음으로 기업공개(IPO)에 나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기업의 주가 향배가 작년부터 불기 시작한 IT업계의 IPO붐이 올해에도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가늠자로 여겨졌다.

    당시 시장에서는 작년 하반기 상장해 대박을 터뜨렸던 소셜 게임업체 징가나 온라인 라디오 판도라의 주가가 IPO 이후 곤두박질하면서 2000년대초 닷컴버블에 이은 제2의 버블(거품) 논란이 일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당시 가이드와이어를 시작으로 페이스북까지 IT기업들의 IPO가 줄줄히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결과는 대성공.

    13달러에 첫 거래를 시작한 가이드와이어는 단숨에 17.12달러까지 32%나 치솟았다.

    이날 IPO성공으로 수줍음 많고, 혼자 책읽기를 좋아하고 한때 아버지와 같은 훌륭한 교수를 꿈꾸던 한 한국계 청년이 창업 10년만에 월가와 실리콘밸리에 화려하게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그는 당시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IPO가 성공한 것은 기쁜 일이지만 곧바로 일상으로 돌아가 보다 나은 서비스에 다시 집중할 것"이라고 침착하게 말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가이드와이어의) 주가는 주식시장이 다소 출렁거려도 알아서 잘 할 것"이라고 언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실제로 가이드와이어의 주가는 첫날 시초가에 비해 배 이상 오른 27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시가총액도 15억 달러에 이른다.

    페이스북 상장 이후 올해 상장한 IT기업들의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할 때도 비교적 안정적인 주가흐름을 보였다.

    가이드와이어가 최근 붐을 일으키고 있는 다른 IT기업들과 달리 지속적으로 이익이 나는 등 탄탄한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이드와이어는 손해보험회사의 인수에서 보상까지 전체 시스템을 개발해 판매하는 회사이다.

    이 회사의 제품은 현재 미국 손해보험업계에서 웹기반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소프트웨어이다.

    2011년 이익과 매출이 각각 1억7천200만달러와 3천500만달러 정도된다.

    직원 수도 800명을 넘어서고 있는데다 이미 유럽 각국과 일본 등 12개국에 진출해 벤처기업이라기보다는 견실한 중견기업에 가깝다.

    샌프란시스코와 새너제이 중간지점인 포스터시티에 있는 가이드와이어 본사를 찾아갔을 때 그는 3평 남짓한 자신의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회의 중이었다.

    가이드와이어는 보험 관련 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 있다.

    류 씨가 회의를 하는 동안 회의실로 사용하고 있는 옆방으로 안내돼 잠시 기다리는 동안 얼핏 회의 내용을 엿들을 수 있었다.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직급과 관계없이 난상토론에 가까운 대화가 오가는 것처럼 보였다.

    약속된 시간이 되자 그가 회의실로 들어왔다.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을 한 그는 원래 고객을 대할 때는 정장차림을 하지만 오늘은 '사복을 입는 날'이라면서 양해를 구했다.

    보수적인 보험업계와 자유로운 IT 벤처기업의 양면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사전에 미리 질문지를 보내주기는 했지만 인터뷰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질문지를 "한번 읽어봤다"고 했지만 질문을 완전히 숙지하고 답변도 논리 정연하게 정리돼 있었다.

    추가질문에도 전혀 막힘이 없었다.

    짧은 시간에 엄청난 양의 질문을 소화해 개인적으로 실리콘밸리에서 한 인터뷰 가운데 가장 효율적으로 진행됐던 것으로 기억된다.